피터 드러커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지은이 : 후지타 가쓰토시(역:나지윤)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 2022년 06월




  • 왜 다시 ‘피터 드러커’일까요?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더욱 가치 있는 ‘경영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조언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피터 드러커가 전한 경영의 원칙 중 가장 핵심이 되는 7가지를 추렸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혜안을 선사합니다.


    피터 드러커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관리’의 늪에 빠진 조직들

    일반적으로 매니지먼트는 ‘관리’로 번역되곤 한다. 하지만 관리라는 단어는 어딘가 고압적이며 차가운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매니지먼트와 매니저를 ‘관리’ 그리고 ‘관리자’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본래 매니저는 창조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임에도 말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사람이 가진 관리의 개념은 매니지먼트의 본래 뜻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량 기업일수록 관리를 과거에 이룬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으로 여기고 그대로 이행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조직원들이 주어진 규정 안에서만 일하다 보면 혁신을 일으키는 힘과 혁신을 이룬 후에 뒤따르는 보람이 저하되고 만다. 회사가 관리에 더 치중하면 할수록 활력 있고 창조적인 조직에서 멀어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기억하라,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사람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려 경제적·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다. 물론 경영의 요소로서 관리와 통제도 일정 부분은 필요하다. 경영 리스크를 피하고자 규칙이나 기준을 엄격히 세워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는 매니지먼트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 방침은 언제든 유연하게 바꿔 나갈 수 있다.


    여러 조직을 만나다 보면 어느 조직이든 “목표는 많지만 목적은 거의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규칙은 만들고 할당량을 늘려 관리를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실적이 오르거나 직원들의 행동이 개선되는 성과가 나올지 모른다.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매니지먼트를 관리의 동의어로 보는 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관리를 시작하는 조직은 없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조직의 사명과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관리해야 한다. 관리란 가치를 계속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만약 매니저가 관리 업무에 과도하게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본인을 비롯해 직원들까지 창의적인 업무에 에너지를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관리하는 목적에 해당하는 가치 창출이 요원해지고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한 관리 업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마저 저하될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이 모이면 관리가 중요해진다. 이는 조직이 가진 특성이기도 한데 매니저는 이러한 특성에 맞서 조직 본래의 사명, 목적, 가치를 직원들에게 상기시키고 업무 수준을 높일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경영이라는 교양을 배우는 것이다. 기계처럼 변해 버리기 쉬운 조직에 창조성이라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경영의 역할이다.


    경영을 단순히 관리라고 파악하면 목표관리제도나 평가시스템 같은 관리 방법이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진다. 기계적으로 조직에 도입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성과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경영을 창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전혀 다른 과제들이 떠오른다. 사회, 인간, 조직, 기술, 심리, 역사, 통계 등 폭넓은 분야를 배워야 할 것이다. 회사나 조직은 결국 살아 있는 인간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인간과 사회에 관한 폭넓은 식견과 감성이 필요하다.



    자기경영의 원칙: 나를 대체할 수 없게 만들어라

    ‘자기경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를 ‘자기 관리’로 해석하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운동을 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자신을 관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피터 드러커의 경영 이론이 다루는 자기경영의 본질적인 의미는 이와 다르다. 글자 그대로 ‘나’라는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올린다는 뜻이다.


    드러커는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바이블>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류가 되려면 우선 자기 강점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일하는 방식, 학습 방법, 가치관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면 내가 어디에 필요하며 어디에 공헌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매니저가 일단 ‘나’라는 자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조직의 리더로서 팀원들의 역량을 살리고 성과를 올리는 비전과 원칙을 세우게 된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대다수 매니저의 심신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업무 규칙, 번잡한 사무 처리, 감정 소모적인 인간관계, 잦은 인사이동과 순환근무 탓이다. 그들은 본래 자신이 지향하던 바와 동떨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내부의 감정이나 의도가 억눌려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면 아무리 탁월한 말솜씨로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도 상대방이 ‘이 사람이 진심으로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 말하는 내용에 감탄할 수는 있어도 감동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생기지 못한다. 인간은 마음이 움직일 때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에 속한 이상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매니저라면 더더욱 여러 방면에서 갖가지 제약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희소 자원인 ‘나’를 활용해 최대치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매니지먼트의 시작이다.


    강점 개발 vs. 약점 보완

    어학 실력, IT 지식 같은 것은 자질이라기보다 기능이다. 기능 면에서는 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가능성을 넓히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질이란 천성적으로 타고나거나 혹은 자라면서 익혀 온 특유의 강점을 가리킨다. 주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사람, 프레젠테이션을 즐기는 사람,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개념화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 등 사람마다 각자 지닌 자질이라는 게 있다. 어쩌면 직원 스스로 깨닫지 못한 자질이나 강점을 대화나 관찰을 통해 발견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다.


    매니저가 직원의 강점을 발견하고 일깨우면 직원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정확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강점이 있는 업무는 과감하게 위임한다. 이렇게 고유의 강점을 발휘할 때 인간은 예상치 못한 성과를 내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내가 배운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원칙은 다음과 같다.


    강점 위에 구축하라. Build on your strength.


    이 문장에는 지식 노동이 주류가 된 시대에 사람이 발휘할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는 드러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우선 매니저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자기경영을 실천하자. 그것이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 성취감, 창조성, 생산성 증대에 기여한다.



    리더십의 원칙: 리더는 사람을 등지고 일하지 않는다

    많은 회사에서 매니저라는 말이 하나의 직함으로 자리 잡았다. 영업, 마케팅, 생산, 제조 등의 실무 분야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리면 매니저로 승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면 일정 연차가 된 직원을 매니저로 승진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조직에서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매니저로 승진한 뒤에 업무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준이 없으니 결국 수치만을 목표로 삼아 부하 직원을 압박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모두 매니저가 하는 일을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업무, 정보, 숫자를 관리하는 것만이 매니저 업무가 아니다. 그런 일이 매니저의 주 업무로 인식되는 탓에 최근에는 매니저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젊은 직원들마저 급증하는 추세다. 능력이 출중한데도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위치에 서기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경험한 관리직의 모습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매니저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잘못 해석된 부분이 매니저의 주요 업무로 자리잡은 탓에 매니저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다. 매니저의 역할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승진시키는 회사도 문제가 있다.


    관리와 통제의 유혹을 뿌리쳐라

    드러커는 <매니지먼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니지먼트의 첫 번째 과제는 각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 즉 투입한 자원의 총합보다 더 큰 것을 만드는 생산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면 여섯 명 이상의 능력을, 10명으로 이루어진 팀이면 11명 이상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매니지먼트의 과제다. 이를 위해 매니저는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팀 전체와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목적이 공유되지 않는 조직은 시너지 효과는커녕 개인사업자 모임 같은 상태로 전락한다.


    나는 드러커에게 매니지먼트는 직함이 아니라 사람을 활용해 창조적인 성과를 낳는 책임이며 과제임을 배웠다. 이 생각은 유학을 마치고 벤처 기업에서 신규 사업개발을 담당했을 당시 매니지먼트를 하는 데 확고한 지침이 되어 주었다. 기존 상권 및 직원을 관리하는 일보다 불확실한 사업 환경 속에서 직원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대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토대로 만들자고 다짐한 것도 드러커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경영, 사람으로 성과를 거두는 일

    현대사회는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협동하는 시대다. 사무실에 모이지 않아도 집이나 근처 카페, 심지어 휴양지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업무 흐름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화상 회의의 경우 효율성은 높지만 팀원들 간에 유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통적 의미의 관리에 익숙한 상사가 화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 대응보다 부하 직원들이 화면 앞에 몇 시간 머물렀는지를 더 신경 쓰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팬데믹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변화처럼 앞으로 일하는 방식은 한층 다양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관리자 업무는 급감할 전망이다. 단, 매니지먼트만큼은 예외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다. 비대면 업무 환경이기에 더더욱 공통의 목적을 설정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려 성과를 올리는 매니지먼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의 목적, 즉 사람과 조직을 통해 성과를 낸다는 원칙 없이 일하는 방식만 바꾼다면 조직의 분열만 초래한다.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려면 진정한 의미의 매니지먼트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방법과 규율이 생긴다.


    매니지먼트는 사람과 조직을 활용해 사회적인 성과를 올리고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다. 이 같은 매지니먼트의 진짜 목적을 알면 과도한 사무일에 시달리며 부담감으로 어깨가 무거운 관리자가 아니라 참된 보람과 고귀한 사명을 지닌 매니저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사회와 회사를 만들기 위한 일은 국가나 최고 결정권자만의 몫이 아니다. 매니저 각자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는 행동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성공의 열쇠다. 그리고 드러커는 우리가 이미 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원칙: 행운의 여신을 기다리지 마라

    드러커의 경영 이론에서 이노베이션, 즉 혁신은 대단히 중요한 주제다. 드러커는 혁신 없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으며 조직의 총합인 사회도 성립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매니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그가 혁신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본래 창의적인 존재다. 사소한 발견에도 감동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창조성을 발휘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드러커는 창조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타고난 강점이라 여겼으며 매니저가 직원들의 창조성을 활용하면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경영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창조나 혁신이 더욱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만 사람이 모이는 조직에서 혁신이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에 국한되고 큰돈을 투자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로 인식되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렇게 되면 경영진은 투자 대비 효과를 고려해 혁신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 버린다.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이며, 혁신은 고객에게 새로운 만족을 창출하는 활동이다. 두 가지 모두 고객을 창조하는 기능이 있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마케팅과 혁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검토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성장하는 열쇠다. 다른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마케팅과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직은 언젠가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고객 중심의 관점이 결여된 기업은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선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매니저 중에 마케팅이나 혁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직원들과 마케팅과 혁신을 진지하게 논의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액, 투자, 조직 개편, 인사제도를 신경 쓰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만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마케팅과 혁신을 도외시하면 머지않아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마케팅과 혁신은 회사가 성과를 올리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한 명의 천재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바꿔 버리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혁신에 직관이나 영감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몇몇 천재의 기발한 발상에만 의지하는 것은 매니저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조직의 명운이 달린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직관만이 아니라 원리와 체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혁신은 명확한 ‘업무’로서 조직 내부에 뿌리내려야 한다. 영업이나 경리 업무처럼 직원들이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적 사고방식과 방법론이 직원들 사이에 공유되면 덩달아 실천력도 높아진다.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혁신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혁신은 ‘큰 한 방’이 아니다

    실제로 신규 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면 M&A, 합작, 제휴, AI 기술, 디지털 혁신처럼 대단히 전문적이고 중요해 보이는 과제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많다. 애당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조차 위와 같은 세부 과제들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직원들은 세부 과제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자료와 리포트를 작성하면 그걸로 해야 할 일이 끝났다고 여긴다. 그러나 혁신 영역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면서 고작 웹 서비스나 SNS를 활용한 판매 촉진이 전부라면 문제가 있다.


    반대로 혁신을 거창하게 인식하는 풍조도 경계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평가하는 경영진 혹은 임원진은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심 기대한다. 그들 스스로가 거창한 ‘한 방’을 요구하므로 직원들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되고 요란한 사업 계획을 세워 온다. 혁신을 보는 관점이 본질에서 멀어지니 구성원 모두 헛발질만 하다가 소득 없이 끝나 버리고 만다. 결과가 나쁠수록 조직은 더욱 한 방으로 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분위기가 조직 내에 만연해 있다면 적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한다. 혁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일확천금이 아니다. 인간이 본래 갖춘 능력, 다시 말해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보며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을 꾸준히 길러야 한다.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다른 부서, 다른 회사, 다른 기술, 다른 상품에 의지한다면 아무리 거액을 쏟아부어도 혁신을 실현할 수 없다.  


    힌트는 바로 당신의 옆에 있다

    내가 IT 벤처 기업에서 신규 사업개발을 담당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영업 담당자와 동행하거나 타 부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예기치 못한 고객의 요청이나 불만, 기대, 칭찬은 무엇인지 조사했고,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제공됐으면 하는 기능’ 같은 고객들의 사소한 피드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고객 니즈의 변화와 잠재된 니즈를 찾아내 신제품 기획에 반영했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일, 불일치, 니즈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 최첨단 기술 같은 건 필요 없었다. 불필요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관점을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혁신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린다면 언제든 혁신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기회만 잘 포착하면 전략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 세상을 관찰하고 기회를 찾으라는 드러커의 조언 덕분에 나는 혁신의 흔들림 없는 축을 세울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원칙: 기술은 조직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

    정보시스템은 배우면 배울수록 매니지먼트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보시스템은 기업을 이끌어 가는 데 필수 자원인 정보를 다루는 도구이자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드러커의 여러 저서에도 정보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언급한 부분이 많다. 그는 기술과 기술자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매니지먼트 관점에서 이를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니지먼트란 사업의 사명과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협동하면서 성과를 올리기 위한 방법론이다. 정보시스템은 이러한 매니지먼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매니저는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고객 만족도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정보를 지식으로, 지식을 성과로 이끌어라

    데이터와 정보에서 지식의 단계까지 도달했다면 이제 지식을 구체적인 성과로 바꿀 차례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비대면 회의가 증가한 요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기업들은 점점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대체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킨다며 무턱대고 대화나 인사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물론 말을 주고받는 빈도가 늘어나는 건 나쁘지 않다. 대화하는 비중을 늘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솔직한 의견을 나눌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하지만 그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향상되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비록 대화의 양이 적더라도 서로의 의도나 생각을 잘 이해하는 경우,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상태이며 업무를 진행하기 좋은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지를 보려면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나와 상대의 의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이다.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

    매니지먼트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으로 의사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조직’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이란 결국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 협력하고 성과를 올리는 집단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성과에 책임을 지는 매니저는 진정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가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에서 시스템이라는 도구에 투자해봤자 창조적인 지식은 탄생하지 않는다.


    드러커는 <매니지먼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너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중 누군가에게서 다른 누군가로 전달되는 것이다.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수단이 아니라 조직의 모습 그 자체다. 이러한 개념은 우리가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운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결론이다.


    ‘내가 너에게’와 ‘우리 중 누군가에게서 다른 누군가로’라는 두 문장의 차이점을 이해하겠는가? 미묘한 표현의 차이로 보이지만 실은 이 문장에 드러커가 설파한 매니지먼트 이론의 핵심이 담겨 있다. 요컨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개별적인 타인들이 아니라 공통된 목적을 지향하는 동지라는 뜻이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지 않는다면 자신과 상대를 동지로 생각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상대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전혀 달라진다. 지각, 기대, 요구라는 인간적인 맥락 속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단숨에 거리가 가까워지진 않겠지만 한 걸음씩이라도 상호 이해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드러커가 알려 주고자 했던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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