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심리학
 
지은이 : 박선웅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20년 07월




  • 방탄소년단처럼 우리도 누구에게나 멋지게 보이고픈 순간이 있고, 외면하거나 바로잡고 싶은 순간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고, 밝히고 싶지 않은 약점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수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내 인생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그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튼튼한’ 자존감을 만드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다.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인생 이야기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의 연구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 참여자는 자신이 쓴 인생 이야기 끝에 노력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던 시절과 힘들고 괴로워 좌절했던 시절들이 지금의 ‘유쾌한’ 나를 만드는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형성된 모습들이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융합을 이루며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 것이다. 



    정체성의 심리학


    ‘진짜 나’는 어디에?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결단을 내린 정도를 의미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정체성이 꼭 직업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 지키고자 하는 삶의 원칙일 수도 있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추구하고 싶은 가치일 수도 있다. 정체성이 잘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들은 영혼의 엑스레이 사진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자신이 행복한 순간은 언제이고, 자신의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젊은이들과 얘기를 해보면, 자신들도 정말로 그러고 싶은데 정작 그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공부만 하느라 자신의 영혼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둘째, 자신의 목적지가 찍힌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다. 즉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상당 부분 내렸다는 것이다.


    물론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터지고, 실수로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삶에 지쳐 쉬어가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가야 할 도착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기만 하다면 결국 가기로 한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셋째, 삶에 대한 지침,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특성뿐만 아니라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꼭 자신이 원하는 것일 필요는 없고, 다른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결정이 꼭 나쁜 결정인 것은 아니다. 자신을 알고, 가야 할 곳을 알면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은 거절하고 어떤 일은 미뤄둘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곧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행복, 좌절과 슬픔 모두 결국 각자가 감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결정하고 이로 인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만큼 더 자신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다음번에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체성이란 이러한 과정을 자신의 삶에 심어놓음으로써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그 책임 또한 받아들이는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살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 안에 있다

    삶은 하나의 명사로 규정할 수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십대에 우리나라의 4대 연금에 모두 가입해본 기록이다.


    그는 공군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군인연금에 가입했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 교류 담당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사학연금에 가입했었고,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공무원 연금에 가입했었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 아닌 대학교 소속 국제 교류 담당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했었다. 그리고 만 29세가 미처 끝나기 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 사람의 명함들을 늘어놓고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눈치 빠른 독자는 이미 눈치를 챘을 테지만, 그 사람은 바로 나다. 앞서 말한 명함들의 주인으로서 네 개의 명함을 갖게 된 이유를 초 간단 버전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2년 정도 공부를 해보니 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철학을 공부하며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바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철학과 교수가 되어 많은 교양강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우리 집은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모을 수 있는 돈을 모아보자며 직장인 수준의 월급이 나오는 장교로 군복무를 했다.


    내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서 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학과제일 때 쉰 명 정원이었던 철학과에 네다섯 명만이 지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학생들로부터 철학이 외면 받는 모습을 보며 향후 철학과 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교직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철학 이외의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학교 교정에 머물러 있어야 교수하는 꿈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골랐던 분야가 국제정치학이었다. 정치학은 기본적으로 정치 행위가 계속되는 한 없어질 수 없는 학문 분야이고, 당시 여러모로 국제정치 관련 자리가 늘어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치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전망이 좋다 한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교직원이 되었다가 어느 날 집어 든 심리학책을 보고 나서 철학과 상당히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심리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미국으로 떠났다.


    우리 집에 돈이 많았더라면 나는 고민 없이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을 것이다. 돈은 없는데 하고 싶은 일은 생겨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좌충우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았다.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의 삶을 명사형으로 이해한다. 저 사람은 어디 사는 사람, 저 사람은 어느 직장에 다니는 사람, 저 사람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 저 사람은 대학교도 못 간 사람…….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자신의 삶을 하나의 명사로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삶도 하나의 명사로 규정할 수 없다. 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색이 섞인 ‘나’라는 사람

    완벽하거나 찌질하거나

    항상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은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통시적으로 사람은 여러 모습을 갖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도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힘은 이렇게 논리적으로 통합하기 어려운 여러 측면을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측면을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나오는 고귀남(황찬성 분)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고귀하게 태어나 고귀하게 자랐을 것만 같은 외모에 능력도 좋아서 사내에서 갖고 싶은 남자 1위를 차치하는 고귀남은 출근하며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할 시간에 일 하나 더 하겠다며 같은 양복을 여러 개 사서 매일 같은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일에만 열중하는 고귀남은 실은 엄청 ‘찌질한’구두쇠다. 돈을 아끼기 위해 양복을 한 벌만 사서 매일 입고 커피 한잔 마실 돈도 아까워 사무실에서 믹스커피만 마신다.


    고귀남의 이런 찌질한 모습은 김지아(표예진 분)에게 우연히 발각되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협박과 부탁을 일삼는 고귀남에게 김지아가 어느 날 묻는다.


    김지아: 근데 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고 대리님은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승진하시고 보너스도 제일 많이 받으시던데 이렇게까지 아끼시는 이유가 뭐예요?


    고귀남: 흉이 되기도 하니까요. 제가 어릴 때 가족이랑 단칸방에 살았거든요.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점점 클수록 나를 부끄럽게 만들더라고요, 사람들이. 그냥 공부를 잘하는 고귀남이라고 하면 되는데, 집이 어려운데 공부를 잘하는 고귀남이라고 말하고. 나, 대학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취직했거든요. 근데 그럼 축하한다고 하면 되는데, 형편이 어려운데 잘됐다고 말하고…….


    그래서 내 목표는 돈을 많이 모아서 집도 사고 훗날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이 그런 말 안 듣고 살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 벌써 1억 모았어요.


    김지아: 네? 1억이요? 대박. 아니, 이제 4년 차인데 어떻게 1억을…….


    고귀남: 나 한 달에 10만 원 씁니다. 모아둔 1억으로는 주식해서 또 돈 벌고요. 나는 쓰는 기쁨은 미래의 내 가족들과 함께 할 겁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김지아는 완벽한 고귀남과 찌질한 고귀남이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온전히 통합된 한 사람으로 이해하게 된다. 좋은 인생 이야기는 이렇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하나로 엮어주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면서 남들에게 가끔씩 이런 인생 이야기에 관해 묻고는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우리는 “어떻게 된 거야, 예전과는 많이 다르네?” 하고 묻는다.


    이 질문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동안의 인생 이야기이다.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간이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의 주제가 있다

    꼭 여러 벌 입어보고 옷을 사야 하나?

    내가 정체성을 연구한다고 말하면 왜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정체성이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자존감도 높고 우울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대처한다는 내용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소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답변은 옷에 비유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으면 편하고 좋으니까.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고 해도 자신의 체구에 비해 옷이 작으면 입기 불편하고, 크면 남의 옷을 얻어 입은 듯 없어 보인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남들 보기에 좋은 삶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행복하고 이미 있게 살 수 없다.


    옷을 살 때 얼마나 많은 옷을 입어보는가? 어떤 때는 수많은 옷을 입어 봐도 마음에 드는 옷이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처음 입어본 옷이 딱 마음에 들어 큰 고민 없이 곧장 사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진짜 자신의 길을 찾아 이 길도 걸어보고 저 길도 걸어볼 수 있지만, 그냥 지금껏 얼어왔던 길이 자연스레 자신의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는다고 하면 지나치게 거창한 것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핵심은 지금의 길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황과 탐색을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이 길의 중요성을 얼마나 내면화(internalization)했는지 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남이 시켜서, 어떤 사람은 돈이나 명예와 같은 보상 때문에 일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일을 한다.


    전자에 비해 후자의 사람들이 그 일을 더 내면화했다고, 즉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내면화 과정을 거쳤다면 김연아나 요요마처럼 평생 하나의 일에만 매진했더라도 정체성이 잘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의미를 만들거나 의미를 찾거나

    부시맨의 두 가지 굶주림

    삶의 의미는 찾는 것일까, 만드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의미를 찾는다는 말이 익숙하지만, 영어에서는 주로 의미를 만든다(meaning making)는 표현을 쓴다. 내 입장은 이렇다. 원래 세상에 의미라는 것은 없기에 의미는 만드는 것이지만,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 경험적으로는 의미를 찾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미가 만드는 것이든 찾는 것이든 중요한 점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창동의 영화 <버닝>에서 해미(전종서 분)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와서 두 가지 종류의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에게는 두 가지 굶주림이 있는데 리틀 헝거(little hunger)는 육체적으로 배가 고픈 것이고,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는 삶의 의미에 굶주려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부시맨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작가이자 영국 찰스 왕세자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했던 로렌스 반 데어 포스트가 전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포스트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깊고 극심한 고통에 빠뜨리는 방법은 의미 없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싶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직업이 안정적으로 리틀 헝거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만,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이 직업이 그레이트 헝거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폄하한다.


    언제가 한때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베스트셀러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강사는 7급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학생의 등짝을 내리쳤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젊은이로서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할 생각은 안하고 편안하게 공무원이나 할 생각을 해서 혼을 냈다는 것이다.


    나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목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큰 액수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거나, 성격상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의 경우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삶의 안정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그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본인을 위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일 하는 데 사용한다. 하루 종일 아무런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일을 하면서 시계만 바라보고 사는 삶이 절대 만족스러울 리 없고 행복할 리 없다. 일에 얻을 수 없는 재미와 의미를 여가 활동을 통해 보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공무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잘 돌아가게, 그리고 되도록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들이다. 한 예로 1995년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책 덕택에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교차로나 분기점에서 방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색깔로 유도선을 표시한 것을 본 적이 있는가? 2011년부터 5년간 고속도로 일흔일곱 곳에서 유도선을 시범 운용한 결과 분기점에서는 22퍼센트, 나들목에서는 40퍼센트의 사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에는 일반 도로에도 확대 적용 되고 있다.


    공무원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공무원이 하는 일의 본질은 바로 이런 것이다. 공무원이란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세상을 변화시킬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무원이 단지 하나씩이라도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나라는 훨씬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고, 그들의 삶 역시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그레이트 헝거를 충족시키기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무원들이 이것을 깨닫고 또 실천하기를 희망한다.



    ‘오늘’을 나답게 살기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살면서 인생의 길을 잃을 때 왜 사는지 묻고는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왜’라는 질문은 그리 유용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것이다.


    진짜 우리가 물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이냐’이다. 우리가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왜’라는 물음에 대한 근원적인 답변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삶이 힘겨워 절실하게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누군가가 답을 찾지 못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삶을 멈추는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라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지는, 즉 존재의 방식은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떤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


    앞서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임을 천명하는 것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무엇을 하며 살지는 우리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마음을 담아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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