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불타는 듯 뜨거워지고 있고,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 삶의 터전이 사라질 것이며, 기후변화 때문에 폭염·폭설·태풍이 폭증하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망쳤다.’라는 게 이 시대의 상식이 됐다.
그러나 이 상식에는 오류가 가득하다. 지구는 불타고 있지 않고, 해수면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지 않으며, 폭염·폭설·태풍 역시 폭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러한 ‘믿음’이 유지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죄책감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이슈를 끌어가려 하는 여러 이해집단 때문이다.
긴 시간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으로 일하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후과학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유엔과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평가보고서에 실린 데이터와 그래프를 직접 해설하며 과학적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바라보길 권한다. 저자가 바라는 건 대중과 기후과학의 간극을 좁히는 것, 그래서 기후 문제가 과학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구를, 나아가 우리 삶을 지키는 냉정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자 스티븐 E. 쿠닌(Steven E. Koonin)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회원이며 과학정책의 지도자급 인물이다. 현재 뉴욕대학교 물리학과와 스턴경영대학원, 탠던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을 지내며 기후 연구 프로그램과 에너지 기술 전략을 담당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는 영국 최대 석유회사 BP에서 5년간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석유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했다.
BP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을 준비하며 ‘지구를 구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음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의구심과 맞닥뜨렸다. 2014년, 미국 물리학회(APS)로부터 의뢰받은 워크숍을 진행하며 현재의 기후과학이 예상보다 훨씬 학문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데이터가 부족한 탓에, 자연현상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와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현재 사용하는 기후모델에 한계가 많다는 점을 깨닫고 기후과학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왜곡·과장되어 전해지고 있음을 발견했고, 이후 꾸준한 기고와 강연을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해왔다.
칼텍(Caltech)에서 이론물리학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으며, 국립과학아카데미 외에도 미국 행정부의 과학기술 자문단 제이슨(JASON)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6년간 의장직을 수행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아카데미 공학-물리학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칼텍에서 물리학 학사 학위를, MIT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수 강의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복잡한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강의로 유명하다. 복잡한 물리 시스템을 컴퓨터 모델로 만드는 방법론을 소개한 교과서 《계산물리학(Computational Physics)》을 집필했고, 물리학, 천체물리학, 계산과학, 에너지기술정책, 기후과학 분야에 약 20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두 권의 국립아카데미 연구서를 책임 집필한 바 있다.
■ 역자 박설영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출판사에서 저작권 담당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테라피스트》, 《글쓰기에 대하여》, 《궁극의 탐험》, 《디저트의 모험》, 《쇼리》 등이 있다.
■ 감수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국립환경과학원 원장.
미국 럿거스대학교에서 환경과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재단 해외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하천과 강, 하구와 항만, 호수와 저수지 등의 수질 및 생태계에 관한 수많은 연구 과제를 통해 국내외 주요 학술지에 15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가난과 환경, 환경 재난, 전자파 유해성 등을 주제로 하는 저서 및 역서, 그리고 수질관리학, 환경정책법규, 시스템생태학 등에 관한 학술서를 20여 편 출간했으며, 중앙일간지와 전문지에 180여 편의 환경 칼럼을 기고했다. 그레고리 라이트스톤의 《불편한 사실-앨 고어가 몰랐던 지구의 기후과학》과 패트릭 무어의 《종말론적 환경주의-보이지 않는 가짜 재앙과 위협》을 번역하였다.
■ 차례
글을 시작하며
1부 과학
-기후위기라는 오해에 대한 과학의 대답
1장 온난화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2장 인간의 미미한 영향력
3장 탄소 배출량에 얽힌 진실
4장 기후모델은 얼마나 정확할까
5장 기온을 둘러싼 거짓말
6장 태풍은 정말 증가했을까
7장 강수량은 달라졌을까_홍수에서 산불까지
8장 해수면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을까
9장 닥치지 않을 세상의 종말
10장 누가 왜 과학을 망가뜨렸을까
11장 고장 난 과학 고치기
2부 대응
-변화하는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12장 탄소 제로라는 근거 없는 환상
13장 근거 없는 환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14장 플랜 B
글을 마치며
감사의 말
주
아마존 선정 2021년 최고의 과학책! 지구를 지키려는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기후과학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긴 시간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으로 일하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던 저자가 기후과학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글을 시작하며
‘과학.’ 우리 모두 ‘과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학은 우리에게 뭔가 확실한 사실만을 알려준다고 들어왔다. 여러분은 이런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가?
‘인간이 이미 지구의 기후를 망가뜨렸다. 기온이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얼음이 사라지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혹서, 폭풍, 가뭄, 홍수, 산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은 온실가스다. 당장 사회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 온실가스를 즉시 제거하지 못하면 지구는 멸망하게 된다고 ‘과학’이 말하고 있다.’
글쎄다, 그렇지 않다. 그래,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인간이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예를 들어 기후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요약하고 평가하는 연구 자료와 정부 보고서 모두 현재 미국의 폭염이 1900년도와 비교해 더 자주 발생하지도 않고, 최고 기온도 지난 50년 동안 상승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엔과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후과학 평가서, 그리고 근래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서 발췌한 다음 세 가지 사실들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 인간이 지난 100년 동안 허리케인에 미친 영향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 현재 그린란드 대륙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80년 전보다 빠르지 않다.
●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주는 순경제적 영향은 적어도 금세기 말까지는 아주 미미할 것이다.
왜 전에는 이런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을까? 인간이 기후를 망가뜨렸고 기존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종말이 닥칠 거라는, 지금은 거의 문화적 밈(Meme)이 되어버린 이야기와 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는 미국 물리학회 워크숍을 마친 후 기후과학이 내 예상보다 훨씬 학문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다음은 내가 알아낸 사실들이다.
● 기후가 더워지는 데 미칠 수 있는 인간의 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측면에서 보인 변화는 아주 적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자연 현상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를 자연 현상에 의한 것과 구분하기 어렵다.
● 많은 기후모델의 결과를 서로 비교하거나 수많은 관측 결과와 비교하면 불일치하거나 심지어 상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모호한 ‘전문가적 판단’을 내려 모델 결과를 조정하고 모델 결함을 고의로 애매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
● 정부와 유엔의 언론 보도 및 요약본은 보고서 자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회의에서 일부 중요 사안에 대해 합의가 있긴 했지만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강력한 합의가 있었던 건 결코 아니다. 저명한 기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기후 보고서 저자들도 일부 언론에 기술된 과학적 사실에 당황스러워한다. 이는 다소 충격적인 일이다.
● 간단히 말해 기후과학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제대로 예측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더구나 인간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기후과학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대부분의 방식은, 정보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납득시킬 요량으로 핵심 맥락이나 ‘적합하지 않은’ 정보를 누락시킴으로써 파인만이 말한 ‘웨슨 식용유 문제’에 빠진다. 과학자들의 고유한 역할에는 특별한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논쟁이 있을 때 객관적인 과학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며,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학자의 윤리적 의무다. 판사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일을 할 때 사적인 감정을 제쳐두어야 한다. 과학자가 사회, 정치 운동가가 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지만, ‘절대 과학’으로 위장한 사회, 정치 운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과학 - 기후위기라는 오해에 대한 과학의 대답
지구가 지난 100년 동안 온난해진 데는 자연 현상으로 인한 탓도 일부 있지만 인간의 영향력이 커진 탓도 있다. 이 같은 인간의 영향(화석 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축적시킨 책임이 가장 크다)이 복잡한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물리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안타깝게도 기후가 인간의 영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원래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질적으로 계량화하기에는 관측과 이해가 부족하다. 하지만 1950년부터 인간의 영향이 약 5배 증가했고 지구가 다소 온난해졌음에도 가장 심각한 기상 현상은 여전히 과거(인간의 영향이 없었을 때 있었던) 변동 범위 내에 있다. 게다가 지금의 미래 기후 및 날씨 예측도 그 목적에 부합한 기후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인간이 유발한 요소가 현재 기후 시스템을 드나드는 에너지의 겨우 1%만 차지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동시에 많은 이해가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영향력과 그 효과를 실질적으로 측정하려면 이 1%가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큰 부분(나머지 99%)을 훨씬 더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미미한 자연적 영향력도 그만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적인 관찰만 가능하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시스템 안에서는 엄청난 도전이다.
인간의 영향을 미래 기후 예측에 포함시킨다 해도 어느 수준까지는 결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지면 지구의 온도는 더 빨리 높아진다. 하지만 온난화가 정확히 얼마나, 언제 어디서 일어나게 될지, 기후 시스템에 다른 변화는 없는지, 그런 변화가 사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훨씬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과학이 악기상의 변화를 감지해 그 원인을 인간의 영향 탓으로 자신 있게 돌리지 못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바로 관측 기간이 짧고 데이터 품질이 좋지 않으며, 여기에 높은 자연적 변동성, 자연적 영향과의 혼동, 그리고 그간 사용된 수많은 모델들 간의 불일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변화가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는데도 언론들은 기상 현상을 기후와 연결 짓는 ‘뉴스’ 기조를 유지한다. 과학이 비전문가들에게 전달되는 방식, 즉 억지 분석, 결과 왜곡, 잘못된 검토 과정, 언론의 과장 등등의 많은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확실한 것은 언론, 정치인, 때론 평가보고서들마저 과학이 기후와 재앙에 대해 말하는 사실을 뻔뻔스럽게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잘못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고 생각 없이 검토하는 과학자들, 보고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읊는 기자들,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한 편집자들, 그러한 재앙의 호들갑을 부채질하는 활동가와 단체들, 그리고 대중의 침묵 하에 기만을 일삼는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기후에 대한 수많은 인식 오류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그것들을 합의된 ‘진실’로 바꿔 버린 것이다.
독자들도 시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가 기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유권자다. 과학이 말하는 것(그리고 말하지 않는 것)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또는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중대한 결정을 할 경우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사례가 바로 코로나다. 하지만 이는 전염병만큼이나 기후와 에너지에도 들어맞는 이야기다.
대응 - 변화하는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 중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 물질이 크게 염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기와 지표면 순환 과정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60%는 지금으로부터 20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 것이며, 30~55%는 100년이 지난 뒤에도, 15~30%는 1,0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소량 배출돼도 농도가 증가하므로 배출이 멈추지 않는 한 농도는 계속 증가한다.
즉, 이산화탄소는 스모그와 달리 배출이 멈춘다고 해도 며칠 뒤에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과잉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사라지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만하게 감소시키면 농도 상승을 늦출 뿐,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는 소리다. 결국 이산화탄소 농도를 안정화시키고 그로 인한 온난화 효과를 누그러뜨리려면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 그런데도 향후 수십 년 내에, 인간의 영향을 줄이지는 못해도 안정화시키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감축한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할까?
유엔 IPCC에서 나온 다양한 평가보고서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가져올 최악의 충격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사실상 강요조로) 촉구하고 있다. 또 이러한 보고서들은 ‘저탄소’ 에너지원과 ‘저탄소’ 농경으로 전환하고 에너지와 식량 소비를 줄임으로써 배출량(주로 에너지와 관련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목표는 21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Net Zero)’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절대적인 장벽은 없지만 여러 과학적,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이 결합돼 있어 세계가 ‘이루고자 하는(Will)’ 목표에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행히도 기후 재앙이 임박했다는 것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다른 전략들도 있다. 바로 적응(adaptation)과 지구공학이다. 다음은 내가 제시하는 사회적 대응 방향이다.
● 유엔과 많은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한 기준 이하로 인간의 영향을 유지하려면 수십 년간 증가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금세기 후반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 그런데 배출량을 감축하려면 인구 증가 및 경제 개발로 인한 강력한 에너지 수요 증가, 화석 연료의 지배적 사용, 배출 저감 기술의 결점이라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 미래에 일어날 기후변화가 불확실하며 모호하다는 사실과 위의 제약들을 고려할 때 가장 유효한 사회적 대응 방안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으로, 결국 적응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간이 의도치 않게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을 배출시켜 기후온난화를 초래했다면 의도적인 조치를 취해 이에 맞대응 하는 건 어떨까? 다시 말해 ‘기후를 직접 조절’하는 건 어떨까? 또 하나는 미래에 예상되는 일들에 대비하고 현재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함으로써 변화하는 기후에 단순히 적응하는 것이다. 지구공학과 적응, 이 두 가지가 바로 ‘플랜 B(제1안이 실패할 경우 진행하는 ‘차선’을 뜻함)’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최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구의 반사율을 높여(알베도를 높여) 태양 에너지를 더 적게 흡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태양복사에너지 관리(Solar Radiation Management, SRM)’라고 부르는 이 전략은 온난화의 원인이 자연이냐 인간이냐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는 이산화탄소 제거법(Carbon Dioxide Removal, CDR)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이름 그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해 인간이 배출한 가스를 직접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두 전략의 실질적인 걸림돌과 잠재적 영향(긍정적, 부정적)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논의할 가치는 있다.
SRM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현가능하더라도 국제 협력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이 방법의 실행 여부는 누가 결정할 수 있나? 그 결과로 생기는 기후변화에는 당연히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일부 지역에 해롭다면 보상이 있을 것인가? 기후 및 기상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그리고 파악하기에는 우리가 보유한 기록이 형편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러한 변화의 원인이 SRM이라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기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데는 당연히 윤리적 문제와 강한 대중의 반대가 따른다. 게다가 실행 비용은 작은 국가, 국가보다 작은 조직, 심지어 부유한 개인이 ‘그냥’ 할 수 있을 만큼 적기 때문에 불량 SRM의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세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복사에너지 관리는 진지하게 연구할 가치가 있고, 실제로 미국 의회도 최근 탐사 작업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지구의 알베도를 높이는 대신에 대기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함으로써 온난화를 일부 줄이는 지구공학적인 방법도 있다. 이산화탄소 제거법(CDR)은 애초에 대기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또는 적게 추가하는) 방법과 함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감축 대책의 쌍둥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발전을 위한 대규모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기술 발전에 진전이 있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령 탄소를 더 잘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식물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단, 유전자 변형 식물을 광범위하게 심으면 환경적 우려가 분명히 수반될 것이다). 그런 방법이 가능하다 해도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기에서 이산화탄소 1t을 제거하는 가격이 현재 탄소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돈이 된다. 기후, 에너지 사업이 대개 그렇듯 실제로 기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해도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이번에는 또 다른 플랜 B인 적응 대책에 관해 살펴보자. 인간의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엄청난 난제들이 있고 지구공학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사용을 고려할 정도로 우려할 점은 여러모로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배출량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을 보완하리라는 점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적응이 분명히 중요하고 배출량 감축 노력과 상호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두 가지 전략은 별도로 다루어지고 있다. 실제로는 배출량 감축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불균형 상태에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적응이 진행 중인 자연적 기후변화에 대한 ‘일상적인’ 대응이라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적응에 관해 생각하는 간단한 기본 틀조차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배출 감축에는 ‘안정화 쐐기(Stabilization Wedge)’라는 기본 틀이 있다. 이 접근법은 수많은 배출 감축 전략을 목록화해 금세기 동안 달성 가능한 규모를 파악하고, 각 전략의 비용과 효과를 쉽게 비교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시스템적 관점’을 도입해 다양한 전략들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탄소세 또는 배출권 거래제, 재생 가능한 전기 표준 마련, 그리고 효율성 의무화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이루어져 왔다.
다양한 적응 방안에 관한 방법, 비용, 효율성, 정책 수단을 제시하는 유사한 적응 쐐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적응에 대한 논의는 기껏해야 쓸데없는 소리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내용 없이 전략만 다루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수많은 사례 연구들이 기후의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적응 대책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 연구들은 다양한 적응 전략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수행하지 않고 현장 적용 문제를 특별히 다루지도 않으며 적응 대책을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비교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분석을 넘어 숙고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관료적, 정치적, 재정적 변화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부유한 사회는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경제적 자원을 가졌기 때문에 효과적인 적응이 훨씬 쉽다. 반면 저개발 국가들은 적응에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세계 모든 국가가 적응 전략을 쓸 수 있으려면 저개발국들의 경제 개발을 장려하여 법치주의를 실행하고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응을 실현하는 과제는 빈곤을 퇴치하는 일이 되는데, 이것은 기후와 무관한 여러 이유로 바람직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적응 대책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효과를 거두려면 미래에 어떤 기후 충격이 발생할지, 즉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앞서 봤듯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로선 기후모델을 이용해 국지적 기후를 예측하는 것조차 ‘해수면이 계속 상승할 것이다’와 같은 모호한 진술 이상의 지침을 제공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하다못해 현재의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에라도 대비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글을 마치며
나는 “당신은 기후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나는 이제 설명을 끝냈으니 이에 답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기후 시스템(대기, 해양, 빙하권, 생물권)의 관측 방식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기후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인간과 자연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미미하고 감지하기 어려운 데다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제도적, 재정적 변수가 생기더라도 정확성과 지속성은 유지해야 한다.
또한 엄청나게 복잡한 기후모델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별로 유용하지도 않은 모델로 다양한 배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끔찍하게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차라리 기후모델이 왜 가까운 과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지, 미래 예측은 왜 불확실한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비생산적인 컴퓨터 사용은 줄여야 한다.
우리는 기후과학 자체의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속임수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어떤 구호나 논쟁을 뛰어넘는 투명한 공개 토론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토론과 도전, 그리고 해명의 기회를 반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모든 질문의 답을 구했다고 주장하면 새로운 연구를 장려하기 어렵다. 사실 이 책이 보여준 바와 같이 기후에 관한 많은 중요한, 심지어 결정적인 의문점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정설이라고 주장하는 것만 되풀이하지 말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타 분야 과학자들을 기후연구에 참여시키려는 노력만으로도 기후 과학은 발전한다. 데이터가 풍부하고 접근하기 쉬운 데다 기후과학이 다루는 문제들은 과학적 관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 통계나 시뮬레이션 분야에 역량을 갖춘 외부 과학자들을 투입하면 기후과학 분야 과학자들의 관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기후과학을 더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위험 요인과 이점 대비 비용, 단점을 저울질해 사회적 결정을 내리려면 과학적 합의의 확실성과 불확실성에 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일반 대중은 완전하고 투명하고 편향되지 않는 평가보고서를 읽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기후에 과잉 반응하는 언론 보도 행태도 줄일 필요가 있다.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자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중은 기후에 대한 언론 보도(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많은 다른 주제)에 대해 더 비판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필요하다.
‘쉬운’ 감축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메테인 누출을 막는 것이다. 메테인 일부는 천연가스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에서 누출된다. 이는 금전적인 손실을 초래하므로 누출을 막으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생산자에게는 기후 문제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냉매 및 화재 진압 용도로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C, 프레온가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와 수소화불화탄소(HCF) 같은 신종 온실가스 배출은 사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도 감축 가능하다(안타깝지만 인간의 영향에 미치는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비용 효율화 방안도 있는데, 특히 부수적 혜택이 추가될 경우 손쉽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석탄을 직접 태우지 않고 가스화하는 첨단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 환경오염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또 연비가 높은 차, 하이브리드 차, 전기차 등으로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 지역 내 화학, 소음 공해도 줄고 변덕스러운 세계 석유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보안도 강화할 수 있다.
배출 감축을 위한 세 번째 ‘손쉬운’ 단계는 저탄소 기술의 추가 연구 개발이다. 비용과 신뢰성은 새로운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이며, 이러한 걸림돌을 극복하는 기술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형 모듈 핵분열 원자로, 태양광 기술 개선, 그리고 장기적으로 핵융합은 모두, 그리드에 막대한 양의 전기를 경제적으로 저장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유망한 연구 분야다. 상생 전략은 에너지 사용 마지막 단계에 적용되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고 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조명 기술에서 이러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앞으로 건물 환기 시스템부터 가전제품에까지 시도해볼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유망한 것은 운송에 대한 정보 기반 접근 방식(이동에 더 효율적인 경로 제안 또는 엔진 성능의 더 나은 모니터링 및 제어)과 건물 운영(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난방 또는 냉방 정지 등)의 사용이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노력에서 정부의 적절한 역할(얼마나 많은 연구 개발비를 지원해야 하는지, 새로운 기술의 배치를 장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회와 행정부, 민간 부문 간 솔직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나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거나 규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등의 ‘강제적이고 긴급한’ 탈탄소 정책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대략 2075년까지 전 세계의 순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려면 엄청난 변화가 필요한데 그에 비하면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그리고 매우 미미할 것 같다). 나의 견해로는 배출 감축으로 인한 확실한 단점이 불확실한 이점보다 훨씬 크다.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은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점점 더 많이 필요한데 현재 널리 보급된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는 너무 비싸거나 아직 신뢰할 수 없거나 둘 다에 해당된다. 내가 결정권자라면 과학이 더 정착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즉, 인간의 영향에 대한 기후의 반응이 더 잘 규명될 때까지, 또는 가치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배출제로 기술이 더 실현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런 다음에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세금을 부과하거나 대기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저장하는 프로그램에 착수할 것이다.
또 다른 사려 깊은 대책은 적응 전략을 더욱 힘차게 추구하는 것이다. 적응 전략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오늘날 인간은 열대 지방에서 극지방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에서 살고 있으며, 비교적 최근인 약 400년 전 소빙하기를 포함한 수많은 기후 변화에 적응해왔다. 효과적인 적응 전략은 지역별 기후변화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능력과 다양한 적응 전략의 비용 편익을 평가하는 틀을 결합해야 마련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그 둘 중 하나라도 얻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의 전략은 개발도상국들이 적응 능력(그리고 기타 수많은 긍정적인 전략을 실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경제 발전과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만에 하나 전 세계 기후가 현저히 악화된다면,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의도적인 개입(지구공학)을 고려해보는 게 유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지구공학 전략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은 타당하며, 내가 지적했듯이 그 연구의 첫 단계가 될 지구 시스템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은 어떤 경우라도 기후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향상시킬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과학이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사회의 결정을 알리는 방법에 대한 진실성을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이비 과학에서 진짜 과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지구에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가장 높은 대책을 취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이렇게 강조하지 않았던가. “사실 그 자체를 조작하거나 날조하는 문화는 마땅히 거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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