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제1부 기업 브랜딩의 기본 원칙
기업 브랜드는 제품 브랜드와 다르다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는 일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제품 브랜드에 대한 가정을 가지고 기업 브랜드를 해석하려 들면 자칫 기업 브랜드가 수반하는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업 브랜드를 제품 브랜드로 착각하기도 쉽다. 왜냐하면 둘 다 이미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이키의 심볼 마크 스우시(Swoosh) 와 말보로 담뱃갑의 금색 장식은 둘 다 친숙한 이름과 결합되어 다양한 감성과 생각, 기억들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상징물이다. 그리고 둘 다 다양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판촉 노력의 부분적 결과로서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유사점이 두 브랜드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하게 만든다. 나이키는 기업 브랜드다. 나이키는 고객들에게 스포츠 용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 경기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정체성까지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나이키라는 기업이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을 상징적으로 통합하는 기업 브랜드다. 반면에 말보로는 제품 브랜드다. 말보로는 글로벌 아이콘으로서의 브랜드 지위와 엄청난 브랜드 자산 가치를 가지고 있으나, 결국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라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제품 브랜드 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의 또 다른 차이점은 정체성의 근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품 브랜드는 마케팅 관리자가 개발한 단기간의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정체성을 갖게 되고, 또 광고의 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 때로는 이 광고들이 효과적이고 인상적일 때도 있다(버드와이저의 개구리 광고처럼). 반면에 기업 브랜드는 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그들이 영속적으로 염원하는 것을 표현한다. 이것이 기업 브랜드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를 구현하여 그들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기업 브랜드는 단순히 미래에만 초점을 맞출 순 없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해왔는지를 고려하여 그 의미를 반드시 기업 브랜드에 담아내야 한다. 제품의 수명과 생사를 함께 하는 제품 브랜드와는 달리 기업 브랜드는 기업과 수명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 브랜드는 기업 안팎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목표로 활동해야 한다. 기업 브랜드는 최고위층부터 최하위층에 이르는 조직 구성원들의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현재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기업이 하는 모든 것, 말하고 행동하는 것 등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기업 전반을 이끌고 통합적인 활동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기업 브랜드 관리는 최고 경영진의 핵심 업무가 되어야 한다. 최고 경영진은 겉치레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경영진 각자는 개개인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노력하여 기업 브랜드를 기업 문화의 핵심으로 만들고, 기업 브랜드가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기업 내에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기업 브랜드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성공적인 기업 브랜드 뒤에는 반드시 일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일관성이란 구체적으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미래에 성취하기를 원하는 것(전략적 비전)과 직원들이 오랫동안 알고 믿어온 신념(조직 문화에 내재된) 그리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거나 원하는 것(이해관계자들이 갖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 이 세 가지 요소 사이에 존재하는 일관성을 말한다. 비전(Vision) 문화(Culture) 그리고 이미지(Image) 간의 일관성이 강할수록 브랜드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비전-문화-이미지 정렬 모델(VCI Alignment Model)의 기본 원칙이 바로 이 책의 중심 메시지이다. 반대로 이 말은 비전, 문화, 이미지가 서로 잘못 정렬되어 요소들 간에 틈새가 생기면 기업 브랜드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 비전, 조직 문화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이미지를 낱개의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조각들이 탁자 위에 흩어져 있으면 그 어떤 일관성도 갖지 못한다. 그러나 제대로 끼워 맞추면 이들은 통합적이고, 표현적이며, 완벽한 전체를 형성하게 된다. 기업은 이를 통해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조직 행동을 통합할 수 있고, 강력한 기업 평판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기업 브랜드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적인 신뢰를 얻을 만한 가치를 가지려면, 기업은 그 브랜드를 출시하는 기간 동안뿐 아니라, 기업의 수명 주기 전체에 걸쳐 기업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기업 브랜딩에 성공한 이유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경영진, 종업원 그리고 노조 간의 강력하고 생산적인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러한 관계는 직원들을 잘 대우해 주면 그 직원이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회사의 굳은 신념을 반영한 기업 문화를 생성시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어떻게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전의 다른 항공사들은 좀처럼 누리기 힘든 직원들의 열성적인 헌신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우선 조직 문화부터 살펴보자. 창업자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는 문화의 전달자로서 그 어떤 CEO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오랜 기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CEO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직원들과 함께 보내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전국에 있는 직원들을 방문하여 함께 일했으며, 허드렛일을 같이 하고, 업무 후에는 파티를 함께 즐기는 등 직원들과 밀착된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솔선수범과 더불어 그는 조직 문화에 반드시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데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일도 열심히 하고, 노는 것도 열심히 하는 조직 문화의 표본이 되었다. 또한 이 회사는 가능하면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자주 만들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 이외에는 매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비용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미있는 기내 서비스를 결합하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서비스를 즐겁게 제공하는 종업원들과 이런 서비스를 강력히 원하는 고객들 사이에 형성된 동질적인 연계는 강력한 기업 브랜드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 내부적으로는 넉넉한 스톡 옵션 프로그램과 고용 보장 등의 혜택을 통해 초기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했다. 다시 말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성공함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였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9.11이 일어난 후에도 기업 문화의 전통을 지키고자 일체의 정리 해고를 하지 않았다. 인력을 줄이는 대신 현금 유보를 감소시켰다. 허브 켈러허가 미래를 대비해 장기간 준비해 두었던 현금 유보 확충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모든 것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에 감사한 종업원들도 십시일반 급여의 일부를 반납함으로써 회사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왔다. 허브 켈러허가 보여준 리더십 원칙으로 다져진 회사의 전력이 효과를 발휘하여 회사의 이미지는 고객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유지되었다.
직원들도 계속 투자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회사는 순조롭게 운영되었다. 하지만 25년간 지속된 성장으로 초창기부터 재직했던 직원들의 자사 주식 보유가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 비해 많아지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신규 직원들의 기여도가 적고 혜택도 덜 받는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자, 기업의 원래 비전(종업원에게 혜택을 주는 후원자로서의 역할)과 저가 항공사의 기업 문화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직원들 간의 태도에는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신규 직원들의 급여는 이미 강제로 임금을 삭감한 다른 항공사 직원들의 급여 수준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더 많아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두자 회사가 지급하는 급여 수준이 직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훌륭하게 관리하면서 직원들의 처우 문제를 재평가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나눠 가진 직원들(특히 관리자들)과 그러한 이익 배분 없이 회사 성과에 기여하고 있는 나머지 직원들 간에 벌어진 격차를 해소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 내부와 외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사를 미래를 위한 기업의 전략적 비전에 정렬시키고 이전에 구축했던 기업의 위상(모든 사람이 선망하는)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 기업에 대해 어떤 비판이 가해지든, 오랜 기간 동안 강력하고도 유래 없는 VCI 정렬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유지해 왔다는 점과 이러한 모범적인 전통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브랜딩의 두 가지 이점: 차별성과 소속감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 브랜드가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전략적 기능을 담당해 주기를 기대한다. 여기서 포지셔닝이란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창출하거나 발견한다는 의미이다. 기업들은 또한 고객들을 유인하고, 기타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기업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또 기업 브랜드에는 이해관계자들이 그 브랜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심사에 참여하고 소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 주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애플(Apple) 브랜드의 정서적 분위기는 일부의 사람들을 배척하면서도(이것이 주된 이유일 수도 있다) 독특한 점들을 서로 공유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브랜드에 끌어들여 그들에게 공동체와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기분을 갖게 해준다. 차별화된 연상에 공통의 감성적 느낌이 더해졌을 때 세포조직이 생기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기업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차별성과 소속감은 명확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소속감과 차별성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BMW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기업 브랜드는 종업원, 고객 그리고 다른 관계자들을 확장된 가족으로 포용함으로써 단순히 자동차만 만드는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BMW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회사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강력한 고용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BMW는 이를 자랑하지 않고 회사의 채용 웹사이트에 “만약 당신이 모든 형태의 이동 수단을 사랑하고, 앞서 나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BMW 그룹이 바로 당신에게 맞는 직장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웹사이트 전체에 걸쳐 표현되고 있는 ‘이동성(mobility)’ 이라는 주제는 회사의 채용 정책을 회사의 브랜드 슬로건인 ‘궁극의 자동차(The Ultimate Driving Machine)’에 연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신입사원이 기업에 입사해서 보여주게 되는 태도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BMW에 대한 이미지에 정렬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일단 채용된 직원들에게 고객들과 교류하여 그들을 BMW 가족의 일원으로 만들도록 장려한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BMW는 딜러들과 공동으로 팀 단위의 서비스 대리점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각각의 서비스팀을 BMW를 소유한 고객들에게 전담 배정해서 고객의 자동차를 신속하게 정비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조직 재구성을 통해 고객들은 자신의 차를 전담해서 정비하고 수리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그들이 특별히 개인적으로 신경을 써서 자신의 차를 관리해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반대로 서비스 전담팀의 구성원들은 고객들의 재방문을 통해 그들을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들의 업무에 개인적인 감정이 더해져 일터를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BMW의 사례는 고객과 서비스팀이 교류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는 경계를 이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에는 BMW가 고객을 직원처럼 대우하여 고객을 포함하는 내부 경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BMW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회사는 브랜드 팬들이 다수의 브랜드 커뮤니티를 발족하여 회원들 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브랜드에 대한 열정을 공유함으로써 회사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BMW를 사랑하는 고객들의 네트워크는 최고급 자동차 동호회 중에서 최대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매년 미국에서 비머페스트(Bimmerfest)와 같은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하여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수천 명의 현재 및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제2부 기업 브랜드의 관리
회사가 처음 설립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적으로 기업가로서 뭔가를 이루려는 설립자의 열망을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 초기부터 비전과 이미지를 정렬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업이 번창하고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 다만, 설립 당시 가졌던 원래의 사업 아이디어를 시간을 두고 계속 정교화해서 많은 사업 기회로 연결시킬 때에만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초기에 이룩한 비전-이미지의 정렬을 통해 기업이 설립 단계의 어려움을 무사히 잘 넘겼다 하더라도 브랜드에 생명을 주고 직원들의 활동에 지침이 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지 못하면, 기업은 초기에 달성한 성공을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기업가 정신에서 시작된 작은 사업체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어느 시점에서는 안정과 변화를 위한 힘으로서 조직 문화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기업 문화가 구축되고 나면, 전략적 비전을 조직 문화와 이해관계자의 이미지에 동시에 정렬시켜야 하는 부담이 생기므로 브랜드 활동의 큰 그림은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해진다.
그러나 비전을 창출하는 작업은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그 과정은 설립자와 이해관계자가 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것이 조직 정체성 대화가 시작되는 초기의 형태이다. 즉 창업자가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음으로써 세상에 잠재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게 되고, 창업자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응답할 때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설립 당시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정착된 후에도 기업은 예측하거나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도전들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 중 하나는 성공을 거둔다. 성공에 따른 성장은 종종 기업이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한 영역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든다. 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한 창업자의 직감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성장한 직원들이 경영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업자의 초기 비전을 담고 있는 조직 문화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아이디어에 의해 변화하게 되고 이 때문에 비전, 문화, 이미지 간에는 비정렬이 생긴다. 성장에 따른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며, 변화의 상당 부분은 환영할 만하다. 그래도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기업의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 메커니즘이 바로 기업 브랜드 관리인 것이다.
기업 브랜드 관리와 조직 성장의 단계
래리 그레이너(Larry Greiner)에 의하면 기업이 창업 단계에서 성장하여 집합체 단계(기업 문화 구축), 권한위임 단계(전문 경영체제 및 통제 시스템 구축) 그리고 공식화 단계(관료주의)를 거쳐 쇄신이 필요한 성숙한 기업으로 진화하는 5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혁신적으로 대처해야 할 4가지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래리 그레이너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창업한 기업이 첫 번째로 맞게 되는 위기는 리더십의 위기이다. 즉, 창업자가 커진 조직을 혼자만의 힘으로 지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기업은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창업자를 추종하는 데 익숙했던 조직의 규범을 좀 더 복잡한 조직 문화로 교체함으로써 리더십의 위기를 해결하고 창업 단계를 종결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통해서 기업은 집합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성은 새로운 경영진이 갖게 되는 중앙집권적 통제력이다.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중앙집권식 통제의 이점을 무효화시키고 압도하게 되면, 경영진은 권한이임을 통해 자율성 요구에 대응하게 되고, 집합체 단계는 끝이 난다. 권한위임 단계는 분권주의식 관리를 수반하는데, 기업은 위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제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간 관리 계층을 키운다. 그러나 이 단계 이후로 기업이 계속 성장하게 되면 최고 경영진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 상황은 통제의 위기로 이어져 권한위임 단계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경영진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식적인 규칙과 절차를 수립하게 되며, 이때 더욱 커지고 복잡해진 조직의 활동을 지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통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업은 공식화 단계로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공식화는 관료주의를 낳고, 이 관료주의가 번성하여 조직 내에 형식주의와 불필요한 규제 및 절차가 만연하게 된다. 이는 구성원들의 공공연한 반항을 촉발시키거나 모든 경영활동을 현저하게 둔화시켜 조직이 스스로를 쇄신할 것인지 아니면 쇠퇴를 지속하여 결국 몰락할 것인지를 두고 선택해야만 하는 단계로까지 전개된다. 쇄신의 길을 택하면 일반적으로 조직은 이전에 경험한 성장 과정 중의 한 단계로 퇴행하게 되고,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찾아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게 된다.
래리 그레이너의 모델은 기업 브랜드 관리가 조직의 성장에 따라 왜 변화해야 하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면 창업 단계에서의 기업 브랜드 관리는 창업자가 이해관계자들과 구축하는 관계에서 발생한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할 때 그들에게 비전을 쉽게 전달할 수 있고, 그 비전을 그들이 갖는 이미지와 기대에 쉽게 정렬할 수 있게 된다. 이 성장 단계에서 기업이 의도적으로 기업 브랜드식 사고를 의사결정에 적용하면, 그 조직은 남보다 앞서 출발하는 것과 같은 진정한 이점을 누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리처드 브랜슨이 주장한 ‘도전자 브랜드(Challenger brand) 개념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관점에서 사고를 하지 못한다면, 기업 브랜드는 비전을 가진 CEO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그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스타벅스(starbucks)를 집과 사무실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장소’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브랜드를 활성화시켰듯이 말이다.
집합체 단계에서는 조직 문화가 등장하고, 이해관계자와 최고 경영진 사이를 중재하는 중간 관리자 층이 두터워지기 때문에 기업 브랜드 관리가 복잡해진다. 최고 경영자와 일선 직원 간의 거리는 조직이 관료화되면서 급격하게 멀어진다. 이 시점에서는 기업의 시스템과 절차가 이미 분화되고 고착화되어 수많은 개인 영역과 하위 문화가 생기게 된다. 이로 인해 많은 대형 조직들을 괴롭히는 악명 높은 사일로(Silo)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성장 단계라면 이미 진출했을 법한 수많은 시장에서 조직의 내부 분열화는 급속히 알려지게 되며,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확대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업은 당초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창업자의 직감에 의존하는 대신 그들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도구를 활용하게 된다. 기업이 이 때 만약 창업자가 이해관계자들과 맺은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관계를 재창출하는 조직 문화를 정렬하지 못하면, 또 이러한 조직 문화가 지원하는 강력한 기업 브랜드를 육성하지 못하면 기업의 기능적인 부분만 남아서 기업을 지탱하게 된다. 당초의 설립 취지는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래리 그레이너의 단계에 따라 조직이 발전할수록, 브랜드 프로그램이 직원들과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드는 일은 점진적으로 더 어려워진다.
제3부 성공적인 기업 브랜딩 전략
비전, 문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정렬하라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 블록들과 이를 활용한 블록 쌓기 놀이가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끌면서 레고는 아이콘 브랜드로 성장했다. 레고 블록의 제조회사인 레고 그룹은 브랜드를 애호하는 수많은 집단들 그리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팬 클럽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레고 브랜드가 장수할 수 있도록 활동하며, 어쩌면 깊은 사명감으로 무장한 레고 직원들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한다.
레고 그룹의 브랜드 스토리는 최고의 역경 속에서 기업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지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기업 브랜드가 어떻게 회사를 파멸에서 구제할 수 있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 브랜드를 제대로 재창조할 경우 회사 자체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2006년에 레고는 190억 블록이라는 연 생산량을 달성했다.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수십 년간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레고 그룹의 마스터 브랜드였다.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제품 혁신도 있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다양한 크기, 형태, 색상의 블록들을 각각의 배역을 맡은 소형 인물들과 결합하여 즐기는 놀이 시스템이었는데, 이는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극을 창작하여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 제품이었다. 이 놀이 시스템은 이후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하위 보증 브랜드로 확장되어 출시되었다.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레고 듀플로(LEGO DUPLO)와 그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소년층을 겨냥한 레고 테크닉(LEGO TECHNIC)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이 시스템은 또한 해리 포터, 스타 워즈 그리고 레고가 자체 개발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바이오니클(Bionicle) 등 테마가 있는 플레이 키트(play kit)의 개발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완구산업 전반에 제품의 수명주기가 현격히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아이들의 놀이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추세는 이른바 ‘KGOY(Kids getting older younger, 일찍 노화하는 아이들) 현상이었다. 또 이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놀이에 대해 진가를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취향이 컴퓨터가 지원하는 활동으로 옮겨 가면서 레고의 경쟁 구도는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전자제품 제조업체들과 신종 게임 및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까지 경쟁의 대상이 되었다. 블록 완구 시장 자체 내에서도 경쟁이 심화되었다.
반면에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사업 성장과 성공으로 레고 조직 내에는 오만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스스로를 과신하던 경영진은 놀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에만 집중하고 성장에 대한 야심만 키운 나머지, 시장이 보내오는 신호의 위력을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성장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레고가 역대 최고로 야심에 찬 성장 목표를 세우는 동안에도 소비자들의 수요 이동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신규 완구업체들까지 한정된 유통점 진열대를 차지하려고 경쟁에 뛰어들었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계속 가격 쥐어짜기를 일삼았으며, 기존의 경쟁사들은 생산지를 저임금 국가로 이동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레고 그룹은 지나친 성장 추구로 시장에 과도하게 적응할 수밖에 없었고, 중간 관리자들은 브랜드 확장을 광적인 속도로 추진했다.
이 모든 것은 레고 그룹의 조직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컴퓨터 게임, 가상 현실 및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사업으로의 진출은 새로운 역량, 새로운 관심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직원들의 채용을 의미했다. 완구산업 외부에서 사람들을 채용한 결과 기존의 기업 문화와 대립되는 반문화적인 생각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내부적인 갈등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비전과 문화 사이에 상당한 격차를 발생시켰다. 또한 신상품 개발과 신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결성된 팀들을 둘러싸고 조직 내 하위 문화 집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편, 회사가 전통적인 상품과 핵심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본 소비자들은 레고 그룹의 실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 기간 동안에 일부 상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비전-문화-이미지 간의 격차는 커지고 수익은 급락했다.
레고의 관리자들이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변화에 함축된 의미를 경영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CEO인 키옐드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최고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고, 외부에서 기업 회생 경영 전문가를 영입하여 최고 운영책임자로 임명했다. 새로운 경영팀은 아이들이 더 이상 레고를 자신들과 관련 있는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브랜드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들은 회사의 전통과 브랜드를 다시 연결하려는 CEO의 열망에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들이 첫 번째 경영 활동으로 시작한 일은 회사 조직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기업 브랜딩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새 경영팀은 레고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브랜드를 앞세워 회사 전체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그들의 첫 번째 과제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숙고해 보는 것이었다.
VCI 정렬 활동으로서의 브랜드 전략 실행
레고 그룹이 진행한 기업 브랜딩 과정의 실체를 보면, 이 과정이 얼마나 많은 인적 비용과 일시적 퇴보를 동반하는 작업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을 경험하면서 레고 관리자들은 크게 걱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까지 하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이 보여준 브랜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었고, 레고 그룹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원동력이 되었다.
레고 브랜드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은 협조적인 기업 문화와 회사에 감성적인 애정을 느끼는 핵심 고객들의 지원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랬기 때문에 레고 그룹이 가끔씩 옆길로 빗나가는 경영을 할 때마다 애착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회사가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도왔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조직 정체성 대화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중요하게 고려한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레고 그룹의 브랜딩 과정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준다. 기업 브랜딩은 비전, 문화, 이미지 간의 끊임없는 정렬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 브랜드 전략을 주도하려면 폭넓은 조직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확실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비전, 문화, 이미지에 대해 순차적이고 부분적인 주의만 기울여서 고통을 겪은 브리티시 항공과는 대조적으로 레고의 브랜드 관리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VCI의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서로에 맞게 조정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레고의 브랜드팀이 회사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할 때 새로 보완한 전략적 비전과 그 비전이 고객들에게 함축하는 의미(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지침)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제품 개발 과정에 브랜드 애호가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엄청난 잠재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레고의 관리자들은 열성 고객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꾸고, 직원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에 맞게 회사의 전략을 실행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조직 변화가 정착되자 레고 그룹의 조직 정체성은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즉, 자신들을 제조업체로 보는 시각을 버리고 놀이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인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기업 브랜드와 VCI 정렬 그리고 조직 정체성 간의 긴밀한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며, 하나가 변하면 나머지 전부도 따라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레고 그룹의 사례는 한때 위험할 정도로 벌어졌던 VCI 간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혀 나감으로써 성과를 창출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글로벌 경쟁력 확충이라는 전략적 비전과 ‘블록 쌓기 놀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 문화 유산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레고를 ‘쿨’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해관계자들의 이미지 간에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레고 그룹은 연속적으로 일어난 브랜드 관리 단계마다 비전, 문화, 이미지 간에 존재하던 비정렬의 정도를 매번 상당하게 줄여 나갔다. 레고 그룹은 전반적으로 브랜드 관리의 단계별 순서와 방향을 따랐지만, 일반적으로는 기업 브랜딩의 단계가 특정한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VCI 정렬은 항상 움직이는 목표이며, 종업원과 이해관계자 그리고 기업 관리자 상호 간의 반응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