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난 제작소 이야기

   
카마다 마사루(역자: 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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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7��



■ 책 소개
‘F=ma(힘=질량×가속도)’를사시(社是)로 하는 상상 그 이상의 회사, 메이난 제작소!

일본의 독특한 강소기업 ‘메이난 제작소’의 역사와 성장과정을 담은 책. 100명이 채 안 되는 회사에서 천여 건에 달하는 특허와 실용신안을 등록하고, 1인당 1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게다가 전 직원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을 정도로 사원에 대한 복지가 남다르다. 목공기계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일견 평범한 회사가 어떻게 일본유수의 대기업이 앞다퉈 배움을 청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옥상 사우나에서 하는 회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월요일 아침 물리학습회, 차원에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차원 평가 제도’ 등 메이난 제작소를 성공으로 이끈 독특한 경영 철학과 조직 문화를 살펴본다. 생생한 직원들의 수기와사보에 실린 사장의 독특한 철학 등이 인용되어 있으며,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이난 제작소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조명한다.세부적인 지침이나 변하지 않는 원칙은 없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변형시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와 구조가 있다. 
■ 저자 카마다 마사루
1924년 출생. 도쿄대학법학부 졸업 후 NHK, 산업교육센터를 거쳐 종합경영교육연구소를 주재하면서 종합 컨설턴트로서 활약했다. 그중에서도 경영 교육, 소집단 활동을위한 훈련 지도에서는 일인자로 평가받으며 많은 업적을 올렸다. 저서로 『지적 리더십』『리더십 명언집』『초인간주의 경영』『관리감독자의80장』『판단력 101의 법칙』『결단의 방법』『선견의 방법』『지적 자기계발 100가지 힌트』『마음의 벽을 깨는 방법』등 150여 권이있다.

■ 역자김욱
언론계 최일선에서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생산성본부 출판기획위원으로 기획, 집필, 번역을전담했다. 지은 책으로 『폭주 노년』『난세에는 영웅전을 읽어라』『탈무드에서 마크 저커버그까지』『그들의 말에는 특별함이 있다』등이 있으며, 옮긴책으로 『Gmail 업무기술』『인간성과 창조성의 개발』『노력론』『플러스 사고로 길은 열린다』『인간회복의 경제학』등이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 메이난 제작소로 가는 길

제1장 메이난 제작소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회사 
제2장 이상한 경영의탄생 - 사장이 살아가는 방법과 사고방식 
제3장 전(全)사원을 개발 엔지니어로 - 물리 학습의 출발 
제4장 ‘F=ma’를사시(社是)로 삼기까지 - 세계 최초로 시도된 웅대한 이상 
제5장 인간은 단련될수록 강해진다 - 협력 업체와 함께 하는 학습회
제6장 인간과 기계와 식물의 격투 - ‘톱니바퀴 하나’에서 기계의 성능이 판가름난다 
제7장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조직- 구애받지 않는 조직 형태·구애받지 않는 운영 
제8장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급여 협상 - 사장의 월급을 직원들이 결정한다 
제9장단 한 사람을 1년에 걸쳐 채용한다 - ‘대우해주지 않는다’라고 미리 밝혀도 몰리는 지원자 
제10장 내일을 개척하는 조직 - 미래가 더궁금한 메이난 제작소의 성공기 

에필로그 - 제2의메이난 제작소를 꿈꾸는 이들에게





메이난 제작소 이야기


메이난 제작소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회사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사장 없는 사장실

메이난 제작소의 신사옥 설계는 직원들이 직접 맡았다. 설계에 관심이 많은 직원들이 프로젝트 팀을 꾸려 모든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고 한다. 그때 사장이 제시한 조건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 공장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계단이 넓었으면 좋겠다.

둘째, 사장실이 필요하다.

셋째, 옥상에 사우나를 만들자.


사장이 굳이 사장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날그날 사장이 일하는 책상이 다르고, 부서가 다르다. 당연히 하루를 같이 보내는 직원들의 업무도 다르다.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일일이 회사를 돌아다니며 제대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과연 그렇군, 하고 감탄했다.


사장실에 들어가 보았다. 당사자인 사장이 보이지 않는다. 큰돈 들여서 사장실을 만들었는데 정작 사장은 아직까지 사장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는 이상한 사장실이다. 사장님은 아직도 사무실의 빈 책상을 쓰시는 것이냐고 묻자 공장과 본관을 연결하는 계단 복도에 책상을 하나 마련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오르내리는 계단 복도에 앉아 있으면 언제든 자기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장실은 직원들이 회의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 직원이든지 사장 의자에 앉아볼 수 있다. 사장이 된 기분을 느껴보라는 뜻에서다. 그래서 사장실은 24시간 개방이다. 이런 사장실에 대한 사장의 유일한 불만은 그만 좀 마셔라고 종이에 써서 붙여놓은 접대용 고급 위스키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올 때뿐이었다.



전(全)사원을 개발 엔지니어로 - 물리 학습의 출발

물리 하나만 철저히 가르친다

하세가와 사장은 전 직원에게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장의 꿈은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 스스로 설비하고 제작하는 엔지니어의 육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사내 교육을 실시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물리였다. 하세가와 사장은 사내 교육 과제로 물리 한 과목만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이난 제작소는 기계를 만든다. 기계는 역학으로 구조가 결정된다. 기계를 설비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에 밝아야 한다. 물리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을 택한 이유가 메이난 제작소의 업종적 특수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물의 본질을 똑바로 바라보는 물리학적 훈련은 기계에 대한 이해와 설계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과도 통하고 있음을 하세가와 사장은 직감했다. 물리학 중에서도 기본인 뉴턴역학(동력학)의 세 가지 법칙을 철저히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전 직원이 이 법칙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 그것이 메이난 제작소의 원리가 되었다.


메이난 제작소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물리 학습을 시작했다. 사장의 막내 동생인 노부히코를 중심으로 사장이 포함된 물리학습회가 문을 열었고, 다들 일이 끝난 후 물리 공부에 열중했다. 이 그룹은 훗날 뉴턴 동호회의 전신이 된다. 오늘날에는 메이난 물리연구회로 불리고 있다. 이 모임의 철학은 F=ma다. 자연과학이라는 커다란 테두리에서 물리학을 파악하고 이를 철학과 연결시켜 경영 및 기술 개발, 나아가서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진보시킨다. 그리하여 자연과학은 곧 철학이라는 독특한 방정식을 확립하는 것이 그룹의 목적이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도쿄 대학 물리학과를 뛰어넘는 실력

물리학습회를 몸소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날을 잡아 나고야로 내려갔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월요일 오전에 공부하는 기초 교육 기간이 끝나 휴일인 토요일 오후에 네 시간씩 공부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놀랍게도 메이난의 물리학습회에는 직원뿐 아니라 인근 공대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협력 업체 직원과 거래 은행 직원까지 참여하고 있었다. 주거래 은행인 후지 은행 지점에서 공문을 보내 2개월 동안 이 학습회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정식으로 부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포함한 은행원들이 아침 7시 45분에 공장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다. 하세가와 사장 말로는 직원 대다수가 도쿄 대학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과정을 통과한 수준이라고 한다. 소문을 듣고 일류대학 물리학과 학생들이 단체로 견학을 온 적이 있는데, 물리학습회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충격을 받고 돌아갔다고 한다.



F=ma를 사시(社是)로 삼기까지 - 세계 최초로 시도된 웅대한 이상

역학은 철학, 자연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1970년 8월 1일 하세가와 사장은 세계 최초로 뉴턴물리학의 기본인 F=ma를 경영의 룰(사시)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공식은 회사 건물 정면에 조각되어 있다.


노력에 시간을 더하는 성장 에너지

메이난 제작소 사람들도 F=ma 때문에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라고 한다. 처음에는 물리만 공부하면 일하지 않아도 좋다, 물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 직원에겐 보너스를 주겠다는 식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 한편으로 물리는 단순한 공식이나 계산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메이난이 물리를 공부하는 진짜 이유는 인간성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못을 박아놓은 것이다. 자연법칙이라는 보편적 진리와 함께 배워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마음의 훈련이 되었다. 회사라는 속박에서 개인이 자유를 찾아내는 수단이자, 공동의 일터에서 스스로 평등을 만들어내는 힘이며, 나와 같은 의식을 가진 동료에게서 순수한 우정을 깨닫게 되는 성장의 동력이라고 모두의 의식을 감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메이난의 물리학습회에서는 선배도, 상사도 없었다. 모두가 발전을 지향하는 순수한 인간 그 자체였다.


같은 것을 공부하고, 같은 말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기계, 새로운 업무에 모두가 함께 임한다. 집중력이 생성되는 것은 필연이다. 메이난은 더 이상 사원들에게 단순한 직장,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의 공간이 아니었다.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바른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창조의 공간이자 삶의 보람이 느껴지는 유일한 사회가 되었다.



인간은 단련될수록 강해진다 - 협력 업체와 함께 하는 학습회

지루한 학습회의 대안은?

1963년, 근무시간을 일부 할애해 학습회가 개최되었다. 그때 하세가와 사장은 이렇게 생각했다. 유럽은 벌써 주5일제를 실천하고 있다. 시대의 첨단을 지향하는 메이난이 가만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주5일제를 시작하자니 사회적 여건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월요일 아침 네 시간이다. 월요일 아침 네 시간은 기업에서 가장 바쁜 시간이다. 그러나 메이난은 이 시간을 과감히 활용함으로써 진일보할 수 있었다. 메이난이 매주 네 시간씩 월요일 아침에 학습회를 열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격주5일제가 된다.


문제는 직원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메이난의 직원들은 학력과는 거리가 멀다. 공부가 싫어서 단순노동 직공이 된 경우가 태반이었다. 학습회의 초기 분위기는 우울 그 자체였다.


그랬던 메이난의 학습회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돌아가면서 강의를 해야 한다는 제도 때문이었다. 즉 모두가 한 번씩 강단에 올라 동료들을 가르쳐야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상사나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강의했다. 부하들에게 창피당하기 싫어서 낯선 물리를 열심히 공부했다. 그 모습에 차차 후배들이 감명을 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물리를 하나라도 더 이해시키려고 끙끙대는 모습에 감동한 것이다.


다음 단계로 우여곡절 끝에 머릿속에 조금이나마 들어온 원리들이 기계 공정 과정에서 발견될 때면 느껴보지 못한 희열이 전해졌다.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물리적 원리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고 학습회가 헛된 시간 낭비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배운 내용들을 응용해서 작업해보니 전에는 이유조차 몰라서 포기하고 있던 문제가 해결된다. 시간이 단축되고, 질 좋은 생산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자주성이 싹텄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은 당연하다.


특허청의 감사를 받게 된 이유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메이난은 착실하게 성장을 거듭했다. 눈에 보이는 회사의 성장보다도 그 속에 숨어있는 인재들의 성장이야말로 큰 성과였다. 메이난은 기계 개발로 먹고사는 회사다. 아이디어는 필수다. 물리로 무장한 직원들은 기존의 기술력을 덧붙여 속속 신(新)기술을 발전시켰고, 이것이 특허·실용신안 등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메이난 제작소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실용신안은 신청 중인 것을 포함해 1천여 건에 이른다. 직원 1인당 평균 10건에 가까운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는 셈이다. 말도 안 되는 만화 같은 성공 스토리다.


나고야 구석의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에서 신기술이 폭발했다. 천여 건의 특허·실용신안이 제출되었고, 100퍼센트 가까운 확률로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 특허청 공무원들은 이 사태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래서 기습적으로 메이난 제작소를 감사했다. 그리고 앞서 우리가 살펴본 메이난 제작소의 경영 방침,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엄청난 수준의 물리학습회의 실태를 파악하고서는 일본에 이런 회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돌아갔다. 감사를 하러 내려왔다가 감탄만 하고 돌아갔다.


언젠가 하세가와 사장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왜 메이난은 목공기계에 매달리는 겁니까? 이만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좀 더 돈이 되는 신사업에 투자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사장의 대답은 단호했다. "인류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무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아요. 인간은 나무 없이는 못 삽니다. 인간은 그런 생물이에요."


나무에 대한 메이난의 도전은 인류를 향한 탐구에 가까웠다. 메이난 제작소의 진가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적은 숫자로 그토록 많은 특허·실용신안을 얻어낸 이유인 것이다.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조직 - 구애받지 않는 조직 형태·구애받지 않는 운영

의식에 눈뜬 자가 리더

놀랍게도 메이난에는 부장도, 과장도, 하다못해 반장도 없다. 1969년까지는 메이난에도 부과장 제도가 있었다. 1970년에 들어서면서 이를 과감히 없애버렸다. 부과장이 없다면 승진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사원들이 순순히 동의했느냐고 묻자 "다들 업무에서는 부과장급이라 그냥 없애버린 건데요, 뭐"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온다.


그런데 소속은 생산기술개발부라고 해도 제 업무는 기획부나 영업부에 가까운 직원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총무부 소속인데, 기술부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직원도 있다. 즉 소속과 상관없이 업무에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타부서의 일을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해버릴 수 있다.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부서가 없다. 메이난은 매트릭스다. 테두리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해야 될 일을 해나간다.


공정 따로, 원가 따로, 품질 따로가 아니다. 내가 속한 프로젝트에 공정이 필요하면 공정에 참여한다. 원가를 따져봐야겠으면 직접 원가를 맞춰본다. 주 업무가 영업이더라도 품질검사를 해야겠다 싶으면 현장에 내려가 내 손으로 생산된 제품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래서 메이난의 업무는 부서별 팀플레이가 아니다. 테마에 따른 연합 작전이다. 자신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면 누구든지 업무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메이난에는 부과장이 없다. 대신 프로젝트별로 리더가 있다. 업무별, 상황별로 그때그때 리더가 바뀐다. 이 또한 임명제가 아니다. 누군가가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리더로서 이끌어보겠다고 자원한다. 만약 자원자가 둘 이상일 경우 투표로서 리더가 결정된다. 리더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수당이 지급되거나 나중에 승진할 기회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난 사람들은 의욕적으로 리더가 되려고 경쟁한다. 그들의 차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급여 협상 - 사장의 월급을 직원들이 결정한다

메이난 제작소를 대표하는 차원제

메이난이 여타 기업처럼 부과장 제도를 따랐을 때는 급여 형태에 독특함이 없었다. 일반 기업처럼 승급과 호봉에 맞춰 연봉이 책정되었다. 그런데 1968년의 마지막 부과장 회의에서 현재의 시스템은 우리의 능력대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편이 능력에 따른 연봉제가 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급여시스템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메이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리고 마침내 "타인을 평가하는 자들이 왜 자신들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직원들의 능력과 의식이 성장할수록 그들의 자존감도 높아진 것이다. 부과장이 평사원의 평가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저항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급여 시스템을 변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결국 사장이 나섰다. "능력과 업무시간, 개성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척도로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 옳다"라는 결론이 나왔고, 그 기준으로 차원이 확정되었다. 차원제가 탄생한 것이다.


차원이란 인간의 자주성이다. 자주적으로 삶의 보람을 찾아 일하고, 그 일을 통해 인격적 성숙과 성장이라는 기쁨을 맛본다. 이것이 곧 기업 경영이다. 따라서 메이난 제작소에는 그에 어울리는 급여 체계, 다시 말해 차원제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을 수량으로 파악했다. 기업은 회사의 직원을 양적으로만 평가했다. 그래서 평가 항목이 늘어난다. 객관성을 갖춘 항목으로 세밀하게 평가해서 그에 맞는 급여를 지급한다는 의도지만, 실제로는 그가 보여주는 양(量)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까? 그가 보여준 업무적 성과와 능력 외에도 그의 진짜 가치가 발휘되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남아 있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의 결과로 사물에 대한 관찰 시점을 바꿔 양에서 질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 사람의 한 가지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입체적으로 그와 마주서는 것이다. 자기 인격의 두께에 걸맞은 급여를 받아야 될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다는 사상의 기준이 바로 차원이다. 이상이 메이난을 대표하는 차원제의 출현 배경이다.


지시한 업무를 간신히 수행하는 1차원, 타인을 이해하고 업무를 주도하는 2차원

* 메이난 제작소의 차원 평가 기준



벌거숭이가 되어 서로의 차원을 평가한다

어찌 보면 차별적이라고 생각되는 차원제가 메이난 사람들의 불만을 사지 않은 이유가 있다. 차원이 높아질수록 자유도가 커지는 만큼, 고차원의 직원들은 자기가 받을 급여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당연히 만족도가 크겠지만, 저차원의 직원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요소가 다분하다. 그런데 고차원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차원도 고차원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차원이 낮아지면 내가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아무리 높은 수준의 업무를 훌륭히 해내도 고차원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저차원의 직원이 늘어나는 것은 고차원 직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는 엄청난 고차원으로 상당한 돈을 받아가고, 누구는 1차원에 머물러 기본급만 받아 간다는 불균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이난 제작소는 중소기업이지만 급여는 대기업 수준에 버금간다. 그에 덧붙여 업무상의 자유도와 자주성이 보장된다. 그러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다.



제2의 메이난 제작소를 꿈꾸는 이들에게

"촘촘히 조직화된 기업은 곧 멸종 위기의 공룡"

메이난 직원들은 자식을 키우듯 후임을 키웁니다. 이것은 회사를 위한 수고가 아닙니다. 자기 본능의 분출입니다. 자연스러운 욕망이므로 시키지 않아도 열심입니다. 회사의 질서가 자연스레 정리됩니다. 게다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루듯 메이난에서는 직원 한 사람이 회사를 만듭니다. 스스로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자급력을 발생시키고, 경영 스케일을 진단합니다. 첫째는 자기만족을 위해, 둘째는 나의 후임을 위해서입니다. 선임에서 후임으로 자연스레 능력과 창조력이 전해집니다. 마침내 메이난은 숲처럼 생명력의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장인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선임에서 후임으로 전해지는 생명의 연쇄성이 중도에 끊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기능뿐입니다.


기업의 성장은 신입 사원이 자기 몫을 해내는 직원으로 성장하고, 나아가서는 후임의 성장을 돕는 인생 선배로서 더욱 커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전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기계를 많이 팔아서, 신제품이 적중해서, 직원을 늘려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발상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익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인간입니다. 인간이 존재하기에 경제가 있고, 기업이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면 이익도 커집니다. 나의 이러한 신념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조직론에 항상 반대해왔습니다. 조직에는 대응력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고정되어 있고, 보수적이며, 단체 행동을 원합니다. 비대화된 공룡은 지구의 생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멸종했습니다. 비대해진 경영자의 권력, 촘촘하게 조직화된 기업 문화는 내게 멸종당한 공룡을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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