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김구철
ǻ
책생각
   
18000
2013�� 11��



■ 책 소개
이슈는 절대로 그냥 잠들지않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심지어 체육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상관없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개인과 조직을 막론하고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사소한 일이 일파만파로 번진 남양유업 사태가 대표적이다. 대다수 기업 총수들은, 위기상황이 되면 몸을 피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오너가 진정성을 갖고 직접 사과하고, 대응을 진두 지휘해야 한다.

언론계에 몸담은 26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40여 사례를 담은 책으로, 위기 상황이 본격적인 위기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 특히 여론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또위기관리에 있어서 경험과 전문성, 네트워크가 전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인식은 오늘날 발생하는 위기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참으로의미심장하다. ‘전략’을 강조하면 상대도 전략적으로 대하게 돼 적대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보다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쌓아야 한다.

■ 저자 김구철
1960년 경북 안동 출생이다. 서울 법대와 동 대학원(헌법학 석사)을 나와 영국 브리스톨 대학원(유럽연합법)을 나왔다.KBS 사회부, 정치부, 특집부 기자, 경제부 차장을 거쳤고 동 정책센터 대외정책 데스크, 국제부 데스크를 맡았다. 한국기자협회부회장(2002~2005)이었으며 중앙일보 방송본부 전문위원(부국장), TV조선 편집에디터, 선거방송기획단장, 문화관광부 주관 고위공무원단미디어트레이닝 담당강사(2009~현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첨삭지도 TV뉴스리포트』『KBS김구철 기자의 방송뉴스 이렇게 쓴다』『김구철기자의 TV뉴스 이렇게 취재한다』가 있고, 역서로는 『새로운 영국의 희망 토니 블레어』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 드러내라, 사과하라,설명하라
추천사 1
추천사 2
ch1 청와대 대변인의 추락
ch2 잘못된 대응이 위기를 키운다
ch3 21세기 위기,왜 더 위험한가? 
ch4 예방을 위한 전략들
ch5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1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라
ch6 위기에 대응하는전략 2 시장과 싸우지 마라
ch7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3 Top이 꿇어라
ch8 오너 리스크와 CEO 마케팅
ch9긴장하라, 다음 타깃은?
에필로그 - 의식을 바꿔라 





제국의 몰락


잘못된 대응이 위기를 키운다

토요타, 찔끔 변명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다

토요타 리콜 사태는 3단계로 구성되는데, 본질은 불의의 급가속(unintended acceleration)이다. 토요타가 계속 말을 바꾸면서 사태가 확산돼, 모두 900만 대의 토요타 자동차가 리콜됐다(2010년 1월 기준). 시간이 흘러도 위기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말을 바꾼다고 해서 책임이 가벼워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는 악화된다. 말을 바꾸면 여론은 더 악화된다.


1라운드 뒤늦은 대응: 바닥 매트 리콜(2009년 12월)

2009년 8월 말, 미국의 구급전화 911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지는 샌디에이고 부근, 공포에 질린 남자의 목소리였다. "큰일 났어요. 브레이크가 안 먹어요. 교차로에 들어서고 있어요. 멈춰. 제발! 제발…" 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는 끝났다. 이 순간 렉서스는 교차로에서 SUV와 충돌한 뒤 가드레일 밖으로 튕겨나와 구르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탑승자 네 명 모두 사망했다. 이것이 토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의 시작이다.


토요타 차량의 급가속 문제는 2006년부터 간간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요타는 고객 과실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2009년 렉서스 폭주 사고 후에는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페달에 끼어서 뜻하지 않게 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닥 매트를 집 타이(Zip tie, 케이블 타이)로 고정시키고, 고객이 원하면 매트도 교환해줬다.


토요타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비슷한 취지의 사고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NHTSA는 토요타 자동차의 급가속 문제를 재조사하라는 요청을 거부했고, 같은 날 토요타는 380만 대의 리콜을 발표하면서, 구매자에게 편지를 보내 토요타의 진단과 처방에 NHTSA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HTSA는 토요타의 편지를 공식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편지는 부정확하고 여론을 오도하며, 토요타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사안을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클레이부룩 전 NHTSA 청장은 "바닥 매트가 없는 토요타 차량에서도 급가속 사고가 났다. 전자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언론은 토요타가 설계상 결함을 은폐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2라운드 첫 말 바꾸기: 가스식 페달 리콜(2010년 1월)

2010년 1월 21일, 토요타는 2차 리콜을 발표했다. "가스식 페달이 문제다, 페달을 교체해주겠다." 이른바 고착 페달(sticky pedal) 리콜로, 대상 차량은 북미에서만 230만 대, 유럽에서 180만 대였다. 리콜 비용은 페달 제조사에 청구했다. 페달 제조사인 CTS는 "급가속 문제는 1999년부터 시작해 2003년부터 빈번하게 발생한데 반해 CTS는 2005년부터 토요타에 제품을 공급했고, 렉서스 모델에는 CTS Corp. 페달을 공급하지 않는다"면서, 자사의 제품 결함 탓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책임이 어느 기업에게 있는지는 소비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소비자의 관심사는 "내 토요타 차의 문제를 토요타 회사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토요타는 이 점에 집중했어야 했다. 위기 상황에서 CEO와 기업은 소비자의 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3라운드 고의적 은폐?: 제동장치 리콜(2010년 2월)

2010년 2월 초 미국 NHTSA는 토요타 프리어스 마이2010 모델의 제동장치 이상이 102건 신고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프리어스 모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토요타는 일본 국내에서 77건의 사례가 파악됐다고 밝혔다. NHTSA는 프리어스의 제동 장치 조사를 시작했다. 토요타 리콜 3막이다.


2월 6일, 토요타는 1월 말 출고 차량부터 ABS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서 출고한다고 발표했다. 늑장 발표로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월 8일 토요타는 프리어스 모델의 제동장치와 ABS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개 리콜을 발표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뉴욕 주 연방대배심은 토요타가 위험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고 보고, 형사 책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또 프리어스 구매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삐끗하면 수십 억 달러를 날릴 수도 있다!

  

토요타는 필요한 만큼 조금씩 공개하고 조금씩 사과하는 전략적 대응을 하다가 사태를 최악으로 키우고 말았다. 부정적 정보가 교통당국과 언론에서 터지면 토요타가 변명하는 구조로 진행되면서 토요타는 은폐, 조작, 변명의 이미지가 고착돼 버렸다. 정보는 신속하게 언론에 제공해야 한다. 부정적인 정보일수록 더 신속하게, 가능하면 내 입에서 나와야 한다.


>법적 책임의 제기: 고의적인 은폐?

2009년 8월, 토요타 미국 법인의 변호사를 지낸 디미트리어스 빌러는 토요타가 수백 건의 전복 사망 사고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파기하고 차량의 구조적 결함을 은폐했다고 고발했다. 미국 ABC 방송도, NHTSA가 2004년 토요타의 워싱턴 D.C. 사무소에 채용된 전직 NHTSA 직원들과 사고 원인 조사에 관해 협의한 뒤 캠리와 렉서스 등 토요타 차의 인기 차종들에 대한 결함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리콜은 끝나지 않았다

기술 토요타, 무결점 토요타의 신화가 무너지자 토요타 차에 대한 소비자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고 리콜도 계속됐다. 굵직한 것만 꼽아보자.

 

2010년 7월, 밸브 스프링 리콜 27만 대 

2010년 10월, 브레이크 액 누출로 154만 대

2010년 11월, 크랭크축의 이상 정열로 55만 대

2012년 10월, 파워인도우 이상으로 743만 대

2013년 1월, 와이퍼 이상으로 100만 대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2010년 2월 초,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미 의회 청문회에도 섰다. 2010년 4월, 토요타는 미국 교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 1,637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또 2012년 12월 말, 급가속 이슈와 관련한 소송을 모두 종결짓고자 10억 달러 이상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예방을 위한 전략들

부러진 화살 : 해직 교수의 한 서린 보복

2007년 1월,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교수에게 석궁 테러를 당하는 사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언론이 이 사건을 톱으로 다뤘다. 이 사건은 5년 뒤인 2012년 부러진 화살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다.


문제는 이불 속에서 쑥쑥 자란다

사건의 발단이 된 수학문제 출제 오류 논쟁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학년도 입학시험 수학Ⅱ의 7번 서술형 주관식 문제에 모순이 있었다는 것이 상당수 수학자들의 의견이었다. 채점위원이던 김명호 당시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는 전원 만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재임용에서 탈락한다. 애초에 성균관대가 입시 문제의 오류를 적당히 덮으려던 것이 문제였다. 문제를 적당히 덮으려다가는 문제를 키우게 된다. 문제는,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두면 청국장처럼 뜨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89명의 연판장을 제출해 출제된 입시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부러진 화살이 판사에게 날아간 지 20시간 후, 언론은 성균관대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극단적으로 코너에 몰지 마라

김명호 씨는 1996년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해교 행위와 연구 소홀이 이유였다. 교수가 공부도 않고 학교를 해쳤다는 것이다. 징계 또는 재임용 탈락의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틀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배려다. 본인은 잘못된 출제를 광정(匡正)해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리를 회복하려고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못된 출제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원인 행위에 대한 문책이 먼저였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지 않는가?


명백한 사유가 아니라면, 남의 밥그릇 빼앗는 일은 가능하면 하면 안 된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돌아서 고양이를 문다고 한다. 김명호 교수는 재기할 기회 자체를 봉쇄당하고 두 차례나 복직 소송을 제기했다. 10년 소송은 본인에게도 고난의 길이었지만 학교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학교는 최악은 면했다. 절망한 김명호 교수는 담당판사에게 화살을 날렸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확산된 사법 불신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부러진 화살은 부메랑이 되어 17년이 지난 2012년에 돌아왔다. 성균관대의 경우 화살을 부러뜨린 순간 더 이상 그 화살을 관리할 생각을 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살은 부러진 채 다시 영화로 돌아왔다. 성균관대의 명예는 부러진 화살에 더 큰 내상을 입었다.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Top이 꿇어라

도미노, CEO 사과 동영상으로 위기 진화

종업원이 주방에서 장난치면서 피자를 만드는 구역질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소비자들이 분노한다. 그러나 CEO가 직접 출연해 사과하는 동영상을 신속하게 제작, 배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얻은 도미노 피자의 성공 사례이다.


종업원의 장난, 신속하게 회사 책임을 인정하다

2009년 4월, 유튜브에 충격적이고 역겨운 영상이 떴다. 도미노 피자의 종업원 두 명이 주방에서 콧구멍을 후비며 피자를 만드는 장면이었다. 영상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소비자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종업원의 장난 동영상이었지만, 도미노피자는 회사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을 받아들였다. 고객들이 정상적 피자를 받지 못한 사실을 정직하게 공개하고, CEO 패트릭 도일이 출연한 사과 영상을 신속하게 제작해 유튜브와 텔레비전에 내보냈다.


문제 영상을 보고 사과 방송을 결정할 때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이틀 뒤 촬영이 이뤄졌다. 대본도 없이, 당신의 피자를 보여주세요(showyourpizza.com)라는 웹 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의 불만을 접수했다.


CEO의 사과 동영상

"이건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미네소타의 브라이스 씨가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여러분들은 도미노피자에서 이런 피자를 배달받아서는 안 됩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정말 화가 났습니다. 저는 도미노피자 CEO 패트릭 도일입니다. 저희는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고, 이런 피자를 배달하지도 않을 겁니다. 약속드립니다. 그래서 저희는 5.99달러의 약속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고객 여러분이 올려주시는 피자 사진들을 더 많이 보기 위해섭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나은 서비스를 드리겠습니다."


CEO 패트릭 도일은 공개 사과 방송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꺼리는 마음은 없었을까? "사과 방송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저는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 사람들은 이해해줍니다."


올해의 사과로 선정되다

도미노피자의 사과 방송은 2009년 미국에서 올해의 사과로 선정됐다. 사과 방송 자체가 일종의 광고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도미노의 CEO 사과 동영상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모범적이다.


① 신속한 사과

② CEO의 직접 사과

③ 진정성을 담은 사과

④ 첨단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과


사과 방송 뒤 도미노피자의 매출은 오히려 상승했고, 고객의 신뢰도 높아졌다. 도미노피자의 그달 판매량은 평소보다 14퍼센트 늘어 월별 판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너 리스크와 CEO 마케팅

21세기 인도 젊은이들의 우상 무르티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IT 인도의 상징이다. 단돈 1000달러로 창업한 회사는 30년 만에 시가총액 270억 달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대 주주인 무르티 초대 회장은 인재 경영과 기술 경영, 개방적인 기업 문화, 그리고 나눔의 정신으로 21세기 인도 젊은이의 우상이 되었다.


인포시스, 인도에서 나스닥으로

인포시스테크놀로지(Infosys Technologies)는 인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IT 기업이다. 일찍부터 GDM(Global Delivery Model, 글로벌 용역 모델),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국내외 대기업의 전산센터와 콜센터, 회계, 재무, 물류관리업무 등을 위탁받아 해당 업체에 맞게 프로그래밍해 대신 처리해주는 사업)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인포시스는 1999년 3월, 인도 기업으로는 처음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다. 포춘이 2009년 선정한 100대 고속 성장기업에 뽑히고, 2010년 비즈니스위크의 가장 창의적인 기업에도 포함됐다. 무르티는 대표 창업자 겸 초대 CEO로 25년간 인포시스 신화를 이끈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적 가치는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포시스는 회사 임직원의 가치를 연례보고서 참고란에 기재해 주주에게 알린다. SW 전문가 9만 7000명, 지원 부문 7500명에 대해 인포시스가 자체 평가한 자치는 한 해 매출의 5.5배다. 인력개발에 연간 1억 9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인재는 인포시스 성장의 핵심동력"이라고 무르티 회장은 강조한다. 인재만이 아니다.


인포시스에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가 있고, 창업자의 나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인포시스는 가난한 지식계급 출신의 공학도가 기술력 하나로 일군 기업이다. 인도 최초로 스톡옵션을 시행해 400명이 100만 달러 이상의 갑부가 된 인디안 드림의 상징이다.


무르티는 인포시스가 해외 고객들을 위해 일해야 하며, 소수 인도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르티의 철학은 인도 사회에 빈부 격차에 대한 그의 인식에 뿌리를 둔다. "인도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비인간적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의 편중 문제보다 절대 빈곤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였고, 부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무르티는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 세계 수십 개 명문 대학과 경영대학원에서 석좌 교수, 재단 이사 혹은 자문 역을 하면서 자신의 성공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인도 정부가 미래비전과 국가 전략 구상의 자문을 위해 운영하는 대통령 국제자문단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우리 기업에는 언제쯤 무르티 회장처럼 당대에 세계적 기업을 키워내는 오너가 탄생할까? 우리 기업에는 언제쯤 자신을 직원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개방적이고 소탈한 오너 회장이 탄생할까?



긴장하라, 다음 타깃은?

Trend 처벌은 엄해진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기업인들에게는 너무나 관대했다. 경제범죄는 아무리 거액이라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있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0대기업 총수 가운데 7명이 기소돼 선고된 형량은 모두 22년 6개월이었다. 실형을 산 사례는 거의 없고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 아니면 잠시 구속됐다가 반 년도 안 돼 풀려났다.


경제 범죄 엄단
엔론의 전 CEO 제프리 스킬링은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인정된 범죄 사실은 15억 달러, 1조 6천억 규모의 분식회계였다. 2002년 1조 5천억 규모의 분식회계와 수천억 원의 배임죄가 인정된 SK 최태원 회장은 구속 7개월 만에 보석으로 출감했다. 새로운 양형기준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원은 여전히 기업 범죄에 관대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징역 4년형, 구자원 LIG 회장도 3년형에 그쳤다. 그나마 아들 구본상 LIG 대표에게는 비교적 장기형인 8년형이 선고됐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제범죄로 20년형, 30년형이 선고되는 사례를 보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도 법정형이 높아지고 재판부의 재량이 축소될 것이다. 미국식 형량 합산제도가 도입될 수도 있다.


고령 배려의 종언

이탈리아 파마산트 유업의 CEO는 70대 고령인데도 18년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 엘프의 타랄로 자문역은 76세의 고령에 4년 실형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우리 법원은 60대까지는 실형, 70대는 집행유예 대충 그렇게 관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70대 노령인 태광의 이선애 이사나 LIG 구자원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그 신호탄이다.


병보석

영남제분 오너 부인의 이른바 사기 보석 사건을 눈여겨봐야 한다. 멀쩡한 사람이 허위 진단서로 병원에서 요양 생활하다가 적발돼 진단서를 끊어준 의사까지 구속됐다. 의사를 매수한 영남제분 오너도 역시 구속됐다. 사건의 본질은 다르지만, 돈 있는 사람이 병보석으로 나온 과정은 다른 기업 범죄와 동일하다. 보석이 까다로워질 것이다. 어쩌면 병보석 제도 자체가 없어지고, 교도소 내 병원에 입원해야 할지 모른다. 경제 범죄에 대한 추징금이나 벌금이 현실화되고 이를 철저히 받아낼 수 있다면 교도소나 병원 하나 짓는 비용은 소소한 금액에 불과할 테니까.


사면

박근혜 대통령은 MB 정부 말기부터 사면권 행사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사면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양형기준은 법이나 제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법이나 제도를 좀 더 엄격하게 운영하자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운용만 엄격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 자체가 엄격해지고 규제 기구의 권한은 강화되고 엄격한 법이 새로 제정된다. 


에필로그 - 의식을 바꿔

공무원들은 300만 원 이상의 횡령이나 배임, 뇌물 혐의가 적발되면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어야 한다. 검찰에 고발돼 기소되기도 한다. 징계 해임되면 5년 동안 취업도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준공무원에게도 적용된다. 우리 사회는 공무원에게 이렇게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인에게는 너무 관대했다.


미국이 대표적인 자본주의 국가면서도 자본주의의 운영 원칙이나 규칙을 어긴 기업인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엄하다. 그래서 미국의 자본주의가 문제 많고, 빈부 격차가 우리보다 심하면서도 유지된다. 특정한 소수가 돈을 많이 버는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규칙을 지키면서 벌었는지, 만일 규칙을 어기면서 벌었다면 그 이익은 모두 환수하고 규칙을 어긴 대가는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다. 인식의 전환과 대변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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