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기업 경영에는 정해진 대본이 없다!
매년 400여개가 넘는 기업의 리더들이 세계 최고의 코미디 극단 세컨드 시티에 컨설팅과 교육을 의뢰한다. 바로 ‘예스, 앤드’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다. ‘예스, 앤드’는 즉흥극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상대가 말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세컨드 시티 극단이 지난 30년간 많은 기업가와 단체들을 가르친 내용을 통해 대본 없는 즉흥극처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기업의 리더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흥겨운 비즈니스’, ‘예스, 앤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법’, ‘공동 작업에 관한 이야기’ 등 즉흥 연기의 8가지 요소를 알려주며, 이를 기업 경영과 리더십에 접목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 중 모든 즉흥 연기의 기본인, ‘예스, 앤드’ 정신은 창조적 사고를 발달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고는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고 거기서 아무도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돌파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자
켈리 레너드
저자 켈리 레너드 KELLY LEONARD는 세컨드 시티의 부사장이다. 1988년부터 세컨드 시티에서 일하면서 스티븐 콜베어, 티나 페이 같은 뛰어난 연기자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세컨드 시티의 자회사이자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라이브 공연을 제작하는 회사인 세컨드 시티 시어트리컬을 공동 설립했고, 현재 사장이다. 그는 유명 오페라단과 현대 무용단, 언론사 등과 손잡고 다양한 창작 활동과 협력 사업을 이끌고 있다.
톰 요튼
저자 톰 요튼 TOM YORTON은 2002년부터 세컨드 시티의 B2B 전담 자회사인 세컨드 시티 웍스의 CEO를 맡고 있다. 그전에는 오길비, 그레이, 핼 라이니 같은 광고 및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했다. 현재 세컨드 시티 웍스는 연간 4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그중 절반이 포춘 1000대 기업이다. 톰과 그의 팀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즘 세상에서 기업들이 보다 뛰어난 의사소통과 협업 및 혁신 능력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 역자 박선령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MBC방송문화원 영상번역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 『앤디워홀 이야기』 『상식 밖의 성공수업』 『비즈니스 씽커스』 『마케팅을 아는 여자』 『똑똑한 심리학』 『잽, 잽, 잽, 라이트훅』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감수자의 글_ 신동엽이 만약 기업 컨설팅을 한다면?
서문_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
1장 흥겨운 비즈니스
코미디 배우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가르칠 수 있는가 MBA에서 알려주지 않는 7가지 즉문즉답의 시대에 대처하라
2장 예스, 앤드: 창조적 사고
예스, 앤드란 무엇인가? 사무실에서의 예스, 앤드 일상에서의 예스, 앤드 예스, 앤드가 아닌 것들
3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법
팀이 아닌 앙상블이 필요하다 회사의 리듬에 몸을 맡겨라 훌륭한 앙상블은 개성 있는 인재들의 합이다 완벽하지 않은 동료와 일하는 방법
4장 공동 작업에 관한 이야기
회사에서 공동 작업이 가능할까? 두려울 때 나타나는 행동들 관객(고객)과 소통하기 공동 창작의 근원 무대를 살짝 공개하라 경고! 그 말만은 하지 마세요!
5장 유머를 통해 변화에 유연해져라
유머의 법칙 코끼리 불러내기 진지한 상황일수록 유머가 답이다 거울 마주하기 존중, 경외, 진정성 변화 기술을 키우는 방법
6장 똑똑하게 실패하기
우리가 겪은 실패들 우리도, 당신도 반드시 실패한다 왜 실패해야 할까 멋지게 실패하는 6가지 방법 Why so serious?
7장 동조자를 따르라
즉흥 코미디, 피터 드러커를 만나다 자리를 비켜라 분위기를 읽어라 트위터와 즉흥극 리더십 2.0
8장 경청의 힘
듣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슈퍼스타 없이 승리하는 법 경청의 기술 어떻게 해야 본심을 들을까?
결론_모든 위대한 일은 즉흥적으로 일어난다
부록_유연성을 키우는 다양한 실습들
예스, 앤드 (Yes, And)
흥겨운 비즈니스
버지니아 주 리스버그(Leesburg)에 있는 랜즈다운(Landsdowne) 콘퍼런스 센터는 기업들이 회의를 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게다가 워싱턴 DC 부근의 와인 생산 중심지에 있고, 호텔처럼 유리와 벽돌로 지은 건물에 대회용 골프 코스도 2개나 갖추었다. 이곳을 코미디의 명소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매년 1월만 되면 이곳은 세컨드시티의 배우들이 일으키는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들썩인다. 코미디 배우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백여 명의 메이저리그 신인 선수들 때문이다. 그들이 유명 구단에 들어가서 겪을 별난 문제들에 잘 대처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코미디 배우와 운동선수라니, 이는 언뜻 듣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사실 시속 15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의 공을 던지거나 치는 메이저리그 신인선수들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낯선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 예를 들면, 경기장 밖에서 베테랑 선배들과 어떻게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지, 탐욕스러운 미디어 관계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난하게 자란 선수의 경우 갑자기 손에 넣은 큰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일과 사생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등 이런 부분에서 신인선수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성적을 올려주는 약물이나 사인을 해달라며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펜,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조직범죄의 영향 등 각종 위험도 피해가야 한다. 이는 프로 운동선수들이 자주 겪는 문제지만, 이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와 메이저리그 선수협회는 신인선수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이 콘퍼런스 센터에 모인 선수들(대부분 허세가 심하고 남성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20세 전후의 청년들)에 대해 잘 알았다.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강의 형태로는 이들이 장기간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꼭 필요한 생활 기술을 배울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좀 더 재미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들은 묘안을 마련했다. 나흘간 세컨드 시티 단원들을 초빙해서 선수들이 실제로 겪는 상황을 코미디극으로 꾸며 공연하고, 그 공연 내용을 중심으로 선수들과 세컨드 시티 출신의 인상 심리학자 케이트 포터필드(Kate Porterfield) 박사와 함께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게 했다. 즉, 즉흥극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친다는 색다른 방법을 택했다. 다시 말해 야구선수라는 까다로운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코미디언이나 즉흥극 강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본인의 경력을 지키는 능력을 키우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콘퍼런스에서 맡은 역할은 물론 재미있고 신나는 부분이지만, 그들에게 단순히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만 이곳을 찾는 건 아니다. 우리는 코미디를 통해 인생의 진지한 주제를 소개한다. 그리고 젊은 운동선수들을 그 과정에 함께 참여시킴으로써 그들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치러 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우리가 이런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즉흥극 기술을 익힌 사람은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에 능숙하게 대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먼 친척이 찾아와서 식품점이나 레코드점을 차리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 젊은 야구선수들은 즉흥극을 통해 배운 상대방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방향을 다른 데로 돌리는 기술을 쓸 수 있다.
물론 여러분도 까다로운 직원이나 불만을 품은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데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즉흥극 기술만 익혀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연습하면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치 있는 말을 던져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사람들을 웃게 하라. 생각하게 하라. 이 성공 법칙은 신인 야구선수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은 CEO, 교육개혁가, 항해선 함장, 의약품 개발 연구원 등 지난 30년 동안 세컨드 시티가 만나온 수백 만 명의 전문가들에게도 해당된다. 세컨드 시티는 이들을 위해 전통적인 연기 교수법을 21세기에 맞는 최신식 기업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단순히 의사소통 능력의 개선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능력 역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능력으로 개인과 팀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다양한 업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하면 할수록 세컨드 시티는 한 가지 사실을 더욱 깊이 깨닫는다. 업무 기획과 과정, 통제 및 관리 방법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즈니스는 하나의 거대한 즉흥극과 같다는 점이다.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경영해본 사람이라면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을 처리하는 데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치 예측하기 힘든 변화구와 같은 일들 말이다. 이 책은 이 같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마련해 줄 것이다.
코미디 배우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가르칠 수 있는가
코미디와 기업 운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양복 입은 근엄한 신사는 외려 도서관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극단과 보통 기업들을 비교해서 살펴보면 서로 공통된 부분이 많다. 우선 둘 다 압박감이 심하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팀을 이뤄 일하고, 변화와 새로운 정보에 적응해야 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혁신을 이뤄야 하는 것처럼(그러지 못하면 영영 사라지거나), 코미디 극단도 매일 밤 무대 위에서 새로워야 한다. 둘 다 청중(고객)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기업들처럼 우리도 새로운 인재를 찾아서 키워야만 사업이 성장하고 세월이 지나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부서 간의 업무를 단절시키는 사일로를 제거하고, 상호 작용과 협업 수준을 높여야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경쟁사가 고객을 빼돌리거나, 신제품출시가 참담한 실패로 끝날 경우, 우리도 다른 기업들처럼 두려움에 쫓겨 행동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공통점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이것을 보고 놀랄 사람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놀랄 사람은 아마 세컨드 시티 창립자들일 것이다. 시카고 대학에 지성을 공급하면서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에 급성장한 반체제 운동의 주 무대이던 그들의 작은 카바레 극장이, 그 시절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했던 바로 그 자본주의 체제에 적용되리라고 그들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세컨드 시티를 설립한 폴 실스(Paul Sills)와 버니 살린스(Bernie Sahlins), 하워드 앨크Howard Alk)는 모두 시카고대학 졸업생으로, 두 가지 중요한 측면, 즉 형식과 내용을 중심으로 혁명을 일으키려 했다. 이들은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 예술을 창조했다. 이들의 코미디는 앙상블 연기를 기반으로 하고, 사회 복지사로 일하던 실리의 어머니 비올라 스폴린이 가르치던 즉흥 게임에 뿌리를 두었다. 사실 이 게임은 이민을 온 아이들이 새로 접하게 된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이 예술가들은 내용 면에서 현재 상황에 도전하는 것들을 담았다. 체제에 순응하며 지적인 희망이 사라지고 도덕성이 결핍된 아이젠하워 시대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 내용과 형식 두 가지를 결합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곤 했다. 이들이 만든 코미디 작품은 다양한 패러디나 과장보다는 진실에 기초했고,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행동은 현실적이었고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일례로 1961년에 상연된 세컨드 시티의 고전 작품 <가족 상봉: Family reunion>에서는 시카고로 이사한 아들 워렌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골에서 온 부모를 맞이한다. 그는 12년째 테드라는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다. 이곳이 커플이 사는 장소라는 징후가 아파트 곳곳에 드러나 있지만, 워렌의 부모는 그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워렌은 마침내 부모에게 진실을 말하기 위해 용기를 그러모은다.
워 렌 : 저에 대해서 말씀드릴게 있어요. 제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전……,
테드는 동성애자예요.
아버지 : 그래, 워렌. 네가 도시에 살면서 동성애자와도 친할 만큼 넓은 아량이 생긴 것 같아
기쁘구나.
1961년에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더불어 이 극은 개인의 사생활과 정치를 혼합한 코미디의 등장을 이끌었다.
세컨드 시티에서 형식과 내용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즉흥극에서는 연기자가 곧 작가이다. 그들은 함께 연기하는 앙상블 멤버들과 협력하고 청중들과 계속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극 내용을 만들어간다. 게다가 이들은 "이게 재미있는 이유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라는 오래된 금언을 따른다. 연기자들은 이 금언에 따라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소재를 찾아서 진정한 감정과 통찰력을 공유하려고 애쓴다. 이는 그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동시에 한밤중까지 잠들지 못하고 고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컨드 시티에서 활약한 1세대 예술가들의 경우, 즉흥극은 그전까지 존재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희극적인 자기표현 수단이 되었다. 작품은 재미있고 솔직했으며, 그럼에도 매우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혁명적이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세컨드 시티는 계속 관습에 도전하면서 교수법과 도구, 기술 개발에 힘쓴 덕분에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는 창의적인 집단의 상징이 되었다. 빌 머레이(Bill Murray)부터 길다 래드너(Gilda Radner), 존 캔디(John Candy), 존 벨루시(John Belushi), 스티브 카렐(Steve Carell), 티나 페이(Tina Fey) 등 미국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미래의 코미디 스타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은 모두 수업을 듣고 세컨드 시티의 순회공연과 상성 공연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술을 연마했다.
그러던 중에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연기자가 세컨드 시티를 찾기 시작했다. 기업 관리자, 마케팅 담당자, 교사, 변호사, 광고 책임자, 경영대학원 졸업생 등이 바로 그런 부류다. 심지어 정치인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초보자들을 위한 즉흥극 수업을 찾았다. 덕분에 평일 저녁과 주말 낮이면 이런 사람들이 세컨드 시티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1980년대 중반에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훗날 더 큰 목적을 위해 즉흥극 훈련을 이용하게 되리라는 걸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기분 전환이나 친목을 목적으로 수업을 들은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도 곧 세컨드 시티가 단순한 여흥거리가 아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세상에 제공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새로운 수강생들이 바라는 것은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혁신을 이루거나 아니면 사업부서의 팀워크를 높이거나, 보다 뛰어난 진행자가 되거나, 사업을 할 때 발생하는 불가피한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 등 다양했다. 그들은 곧 세컨드 시티의 즉흥극 기반 훈련 방식이 기업 세계에서 스타가 되는 필수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 초라한 극장이 실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장소이자, 동시에 그 실세가 직업적으로 발전하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라는 평판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놀랐다. 기업 학습을 전문으로 하는 싱크탱크인 마지 센터(The MASIE Center)의 설립자 겸 CEO 엘리엇 마지(Elliott Masie)는 전통적인 경영대학원 커리큘럼에 존재하는 공백 때문에 이런 형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진실과 신뢰로 회사를 채워야 합니다. 웃음이 거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어요. 경영대학원에서는 웃음과 유머의 역할에 대해 가르치지 않죠.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처리한 중요한 계약이나 기업 인수, 판매, 행사, 혹은 직원 채용이나 해고 가운데 유머와 웃음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기업 의뢰인들과 오랜 기간 작업을 계속한 끝에, 우리는 회사 내에 비즈니스 업계와의 작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989년에 세컨드 시티 코미디 마케팅 그룹 (Second City Comedy Marketing Group, 나중에 세컨드 시티 웍스로 개명)이 탄생했다. 원래 회사 내의 기업 엔터테인먼트 전담 부서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세컨드 시티 웍스는 전문직 종사자나 팀을 위한 훈련장으로 변모했다. 그들은 늘어나는 정보의 양과 업계, 기술, 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 자꾸 바뀌는 업무 현장 상황, 투명성과 고객 참여에 대한 새로운 기준 등으로 인해 갈수록 당혹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을 알기 위해 우리를 찾았다. 덕분에 위대한 코미디 즉흥극의 토대인 독창성과 의사소통과 협업이 직업적인 성공에도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스, 앤드 : 창조적 사고
몇 해 전, 세컨드 시티 웍스는 글로벌 기업의 젊은 HR 책임자 (케이티라고 부르자)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회사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원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동안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6개월마다 휴ㅚ사 내에서 새로운 보직을 맡아야 했다. 다시 말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원만하게 교류하면서 그 속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케이티는 똑똑하고 유능하고 의욕이 넘쳤지만 약간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6개월마다 완전히 새로운 팀에 합류해 새로운 동료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 겁이 났다. 그녀는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대개 행동을 유보하는 편이었다. 또한 자기가 새로운 팀에 쉽게 융화되어 개인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케이티는 자신의 이런 단점 때문에 자신의 성공이 제약을 받고 결국 경력을 망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우리가 케이티와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 전까지 케이티는 세컨드 시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니 동료들끼리의 네트워크 구축을 즉흥 연기에 빗대어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 작업이라는 렌즈를 통해 케이티가 처한 상황을 살펴본 우리에게는 그녀와 동료들이 직면한 문제는 즉흥극 입문 과정처럼 보였다. 즉흥극 용어로 설명하자면, 케이티는 혼자서 장면을 이끌어가야 하는 게 두려워서 아예 장면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또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남들 눈에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사람으로 비쳐야 한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아무런 전망이나 도구도 없이, 계속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즉흥극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케이티에게 어떤 주문을 했을까? 아주 간단한 방법을 썼다. 그녀와 노출(Exposure) 이라는 게임을 한 것이다. 워크숍 강사는 케이티와 다른 참가자 절반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에 줄지어 서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은 무대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앉아 관객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강사는 무대 아래에서 "여러분은 우리를 보세요. 우리는 여러분을 살펴볼 테니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들 몹시 당혹스러워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꾸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을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사람은 자기 손과 옷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모두가 어느 정도씩 불편함을 드러내자 강사가 말했다. "이제 여러분 눈에 보이는 극장 벽의 벽돌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전부 세어보세요." 그러자 꼼지락대던 행동들이 몇 초 만에 멈췄다. 이제 다들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모두들 그 일에 집중했다. 무대 위의 사람들은 벽돌 수를 세는 동안 기분이 완전히 편안해져서 몇 분도 안 되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즉흥극은 자신에게 쏠린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개인적인 판단을 억누르는 기능을 한다. 지금 당면한 순간에 온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수줍음이나 불안감을 발 들이 틈이 없다. 눈앞에 닥친 일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케이티는 이 연습을 통해 모두가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자기 일 - 그녀의 경우, 자기 조직 내의 새 부서에 적응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 을 마무리하는 데만 집중하면 불안감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윽고 자기 노력의 열매를 맛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케이티의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는 사이, 우리는 주로 남의 말을 경청하고, 공유하고, 교환하는 능력을 높여주는 게임들을 추가했는데, 이것도 전부 사회성을 키우는 일종의 체조와 같은 초급 수준의 즉흥극 연습이다. 정신요법 m이사이자 시카고 공황/불안 회복센터의 책임자인 마크 페퍼(Mark Pfeffer)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법을 배울 때 마다 뇌에 변화가 생깁니다. 즉흥극은 사람들을 자신의 공포와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놓기 때문에 신경 경로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결국 케이티는 자기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던 의사소통 및 인적 네트워크 형성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는걸 깨달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걸 실행에 옮길 장소뿐이었다. 그녀가 배운 것이 있다면 예스, 앤드 방식 이었다.
예스, 앤드란 무엇인가?
우리는 일을 하면서 케이티 같은 사람을 수업이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명함에 찍힌 직함에 상관없이 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는 많은 부분에서 즉흥극의 진수와 맞닿아 있다. 케이티가 기반이 전혀 없는 곳에서 새롭고 효과적인 업무 관계를 구축하려 한 것처럼, 기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날마다 무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하는 상황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하게 되어있다. 이런 창의적인 일을 유별나게 잘해내는 사람들은 예스, 앤드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에 임한다. 아마 그들이 부르는 이름은 이와 다를지도 모른다. 극한 설계라고 부를 수도 있고, 어쩌면 갈등 해소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우리 세계에서는 예스, 앤드라고 하며, 이것은 우리만의 요리 비법 소스이자 컴퓨터로 말하면 소스 코드, 또는 모든 문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 구실을 한다. 또 즉흥성의 기본 원리이기도 해서 이를 바탕으로 해야 다른 모든 즉흥극의 원리가 존재할 수 있다.
장면이 진행되는 방향을 이끌어줄 대본이 없는 즉흥극을 공연할 때는 예스, 앤드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작용한다. 어떤 배우가 무대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다른 배우들이 그 아이디어에 동의한 뒤 그걸 바탕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예컨대 누군가가 "와, 난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어." 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시점에서 함께 공연하는 배우에게는 단 하나의 책임만이 있다. 그 말에 동의하면서 거기에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것이다. 아마 이런 식이 될 것이다. "그래. 여기 달에서는 모든 게 다 다르게 보이네." 이 간단한 말을 통해 첫 번째 배우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런 긍정은 첫 번째 배우가 극을 풀어나가는 데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 장면을 위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만약 두 번째 배우가 "내 눈에는 별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지금은 환한 대낮이잖아." 라면서 첫 번째 배우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부인한다면 어떨까? 막 움트기 시작하던 장면이 갑자기 중단되고, 첫 번째 배우는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빨리 찾아내야 한다. 우리 경험상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멋진 일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배우들이 장면의 기본적인 사실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는 데는 별 흥미가 없다. 그런 건 지루하기만 할 뿐이다.
즉흥극 분야에는 예스, 앤드와 같은 의미를 지닌 말들이 몇 개 있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긍정 및 발전시킨다" 거나 장면을 "탐색하고 고조시킨다" 고 얘기하는 걸 듣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제시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인다는 중심 개념은 우리가 세컨드 시티에서 하는 모든 일의 절대적인 기반이다.
이는 우리가 장면을 만들고, 다채롭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방식이자 전체적인 쇼 제작의 핵심이기도 하다. 예스, 앤드는 티나 페이나 제인 린치(Jane Lynch) 같은 졸업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은 우리 무대를 떠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회고록을 쓰거나 졸업식 축사를 할 때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곤 했다. 사실 우리는 예스, 앤드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업 전체와 세상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바라본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긍정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 이 방법은 재치 있고, 사려 깊으며, 유용하고, 흥미진진하며, 대개의 경우 떠들썩한 웃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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