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외환전문가가 친절한 해설로 통해 생생한 외환시장의 현실과 살아 있는 환율지식을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초보자가 보다 쉽게 환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이론과 그래프를 배제하고 꼭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생생한 사례,구체적인 활용법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 저자 최기억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사학과를 졸업했다. 연합뉴스에 입사하여 1990년 시장평균환율제 출범 당시부터 서울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해 온 외환·채권·금융 전문기자다. 국내최초의 온라인 금융뉴스 및 금융정보 서비스인 연합뉴스의 "인포맥스" 개발과 업그레이드, 컨텐츠 기획, 마케팅에 참여했다. 1995년 미국시카고의 레프코 사에서 선물·옵션 분야를 연수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했다. 현재 연합뉴스에서 분사한연합인포맥스에서 금융·증권부장을 맡아 외환·채권·주식·금융 정책 분야의 기사를 관장하며 재경부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다. 또한 KBS 제1라디오게스트로 출연해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초보자를 위한 알기 쉬운 환율가이드』『금리·채권지식이돈이다』『국제금융지식이 돈이다』『부자들의 저녁식사』『CEO 세종대왕』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 환율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
제1장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는 키워드, 환율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환율정보 어디서 얻나
나랏돈이 미귁과 달라
미국은 외환 위기 없나
세계경제 커지면 미국은 빚더미에
달러화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9·11 테러과 환율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또다른 이유
위안, 원, 엔은 원래 하나다?
왕서방들의 환율 전쟁
팍스 시니카
위안화와 북핵의 바터 흥정
영국인, 꾀많은 장사꾼들
누가 전 세계 자본을 움직이는가
미국서는 거지도 달러 만진다
발전하는 도쿄 외환시장
외환거래와 섹스의공통점
마르크스와 카지노 외환시장
불안정한 외환시장 이대로 좋은가
천재지변과 환율
인터넷과 외환시장
정치스캔들과 환율
전염병보다 무섭게 퍼지는 환율
불확실성에 대한 투쟁
신탁보다는 통계
주요 통계지표
미 농무부분석가들은 입시 출제위원?
제2장 뉴스와 환율
국제 외환시장을 보는창
쏟아지는 외환시장 뉴스
뉴스와 목탁소리
일렉트로닉 캐피탈리즘
실시간 뉴스의 시대
실시간은 "양날의칼"
냉혹한 감시자, 얄미운 폭로자
우리 시각으로 보는 국제 외환시장
음모론이 활개 치는 이유
모든 뉴스는외환시장으로
제3장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환율지식
왜 외환 위기라고 할까
딜링룸 구경하기
외환 딜러가 되어 보자
정부와 외환 딜러
철학전공자는 외환 딜러를 못 하나
딜러는 무엇으로 사는가
강세와 약세
환율 읽는 법
Greatest Korea Won
"사자"와 "팔자"의 실제
환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찰 매매율이 비싼 이유
외환 포지션이란 무엇인가
"크로스 레이트" 정도는 알아야지
결제부서 직원이 딜러보다 똑똑하다
외환 포지션 뒤치다꺼리
수수료 낮은 은행 고르는재미
은행끼리도 외환거래를 한다
제4장 외환·환율 전문가가 되자
고스톱과파생금융상품
파생상품 거래의 3가지 목적
중소기업은 외환관리를 어떻게 하나
외환관리, 아는 만큼 번다
요람에서무덤까지 계속되는 환노출
환노출의 실제 상황
달러 약세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경영자는 외환 딜러가 되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환노출 정보체제
다양한 환노출 관리기법
스왑이라는 발명품
스왑 레이트와 스왑 스프레드
파트너"스와핑"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스왑
역외선물환 시장이란 무엇인가
정산환율이란 무엇인가
만기에 어떻게 처리하나
역외의 롤오버
한시적인 틈새시장
꼬리가 몸통을 자주 흔들고
주눅이 들어버린 은행들
금융시장의 증기선,선물거래
선물거래의 효용
선물거래의 보험, 옵션
본격적인 선물거래시대가 열리다
달러선물 계약의 기본 구조
외환브로커와 선물거래소를 통한 매매
달러선물 계좌 트자
달러선물로 누가 이익을 보나
이론적인 달러선물 가격
중소기업의 달러선물 활용
달러선물시장 이용시 장점
달러옵션거래의 기본 구조
오를 때와 내릴 때 어떻게 대처하나
수출대금 받기 전에 파는 전략
옵션거래, 보험이냐 복권이냐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환율관리
정유회사와 환율
주가와 환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예측한 환율
제5장 펀더멘털 분석
아는 만큼 예측할 수있다
분석은 아무나 하나
펀더멘털 분석에 정답은 없다
물리학자의 환율 예측
펀더멘털 요약
유로/달러 환율,어떻게 볼 것인가
J커브 효과
외국인 주식동향과 환율
외국인 종류도 천차만별
여기가 뉴욕이냐 서울이냐
뉴욕주가와 환율
유가와 환율
무역수지와 환율
지정학적 요인과 환율
김정일 체제 위험과 환율
달러/엔에 주목하라
엔, 쉘 원 댄스?
워치독의 개입
김혜자 씨의 침묵 연기
한국의 마에스트로는 누구인가
치마 속까지 다 보여준 환율 국정감사
외환보유고 과다 논란
일부 부자들의 달러 롱 마인드
외평채 금리
제6장 환율 예측과 전망
저승문에 매달린수억 개 구슬
소로스의 재귀이론
항상 시장이 가장 빠르다
창피스러운 환율 예측들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보라
미래에서 온 사나이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용이 있어야 잡지
점쟁이와 환율 스트레티지스트
제7장 개인들의 환테크
외환거래 자유화
1단계 외환자유화
1단계 외환자유화로 달라진 것
2단계 외환자유화
환테크에 눈뜨는 개인들
달러 외화예금의 투자수익률
환치기 실태
여전히 허점 많은 외국환 관리
환율연계금융상품
환율 급락으로 직격탄
늘어나는 개인 외환거래
인터넷 외환거래 어떻게 하나
서울 환시약사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⅓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는 키워드, 환율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또다른 이유
전 부시 행정부의 경제보좌관이었던 로렌스 린제이(Lawrence Lindsey) 박사는 현직에서 떠난 이후, 아시아의 외환 위기가 강대국의 힘겨루기의 산물 때문이었다고 톡 까놓고 고백한 바 있다. 환율과 금융 문제가 이미 미국의 국가 전략의 핵심이 된 지 오래라는 말이다. 미국은 외환 위기가 없는 나라다. 달러 발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은 환율정책과 달러 발권력을 통해 수십 년간의 무역 역조와 경제의 취약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구상 유일무이의 국가다.
현대 사회의 화폐금융 역사에서 달러 발권력을 가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시장 전략을 배겨 낸 장사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슈퍼달러의 권위에 최근에 새로 출범한 유로화와 중국의 위안화의 도전이 점점 뚜렷하게 대두되는 상황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국제적 금융전문지들은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세계 정치?군사 질서뿐 아니라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화폐 질서의 재편에도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같은 눈 밝은 구루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유로화와 위안화의 도전을 희석시키고 달러 절대시대의 유지와 연장을 위한 명백한 의도를 깔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 수행 비용과 복구비가 적게는 600억 달러, 많게는 1조 달러까지 든다는 데도 불고하고 단독 전쟁을 감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유로화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의 파운드화의 위상을 적절히 유지하고, 유로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의 이익을 훼손해서 유로화 중심권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가장 큰 직접적 경제 이해관계가 있는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려는 것은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군사전략가들과 재무부의 경제보좌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일으킨 전쟁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에 이긴 이상 달러 패권주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성과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은 동시에 중국을 에워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중국의 고립화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큰 의도도 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은 한반도 북핵 위기를 통해서도 달러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카드를 슬쩍 내보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위안화 경제 블록의 견제를 위해 일본 경제를 지원함으로써 엔화의 가치를 적정선에서 유지시키는 전략도 함께 쓸 것이다. 이미 일본은 미국의 의중을 읽고 발 빠르게 평화헌법의 개정과 재무장을 위한 각종 장애물들을 천천히 제거하고 있다.
일본을 일으켜 세워 중국을 이이제이(以夷制夷)하겠다는 미국의 신호가 확인되면서 중국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따라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직접 개입해 북한을 압박할 공산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이 경우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은 동남아시아에서 더욱 견고해지고 달러의 위상도 단단해지리라는 것이다. IT 거품의 퇴조 이후 미국이 선택한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달러화의 위상 제고라는 세계 금융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환율지식
강세와 약세
달러가 강세라느니 달러가 올랐다느니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기초적인 의문부터 해결하자. 예컨대 간밤에 달러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올랐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간밤에 외환 딜러들이 일본의 엔화보다는 미국 달러를 더 사고 싶어했고 더 좋아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달러를 더 좋아해서 너도나도 달러를 사려 드니 달러 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달러 값이 오르는 것을 달러 강세라고 표현한다. 요즘 말로 오른 것은 좋다고 하고 강하다고 말한다.
금세기 들어서 스트롱 달러, 즉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의 정치적인 안정 때문이며, 성공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대문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에 들어서면 대리석 벽면에 물가의 안정이라고 새겨 놓았다. 물가 안정, 즉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느냐는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다. 미국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중심이 되어서 오늘도 미국물가를 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미국 다녀온 분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 물가가 크게 변동이 없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미국 국내 물가의 안정이 달러가치를 믿음직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에 미국 물가가 칠령팔락(七零八落)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불안해서 달러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이 대단히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와 베트남에도 달러라고 하면 끔뻑 죽는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암달러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인기는 시쳇말로 캡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아예 자국의 화폐를 미국 달러로 바꾸겠다고 안달이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미 제국주의의 화폐인 달러를 주겠다고 하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환대를 한다. 겉으로는 미국을 싫어하지만 속으로 미국 달러를 좋아하는 것이 시장의 심리다. 화폐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달러화가 2020년까지는 절대적 강자로서의 위치를 확고부동하게 지킬 것이라고 한다. 달러 강세니 달러 오름세니 하는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되시는지 모르겠다.
외환?환율 전문가가 되자
주가와 환율
수출해서 먹고 사는 경제구조에서 환율은 기업들의 손익에 영향을 주고, 이는 주식시장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원화강세가 지속된 2004년 하반기는 환율이 증시의 최대 화두였다. 업종, 종목별로도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주가의 등락도 확연히 엇갈렸다. 원화 강세의 경우 수입비중이 큰 항공, 정유, 전기가스, 철강 업종이 상승 혹은 강보합인 반면에, 전기전자,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대표적 수출업종들은 환율 악재에 발목이 잡힌다. 달러표시 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비중이 제품 수출비중보다 큰 기업들도 수혜를 받는다. 물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에 따라 반드시 주가 움직임이 동행하지 않기도 하지만 영향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한국전력의 경우 2004년 현재 24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화 채무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게 만드는 종목이다. 항공회사 주가도 마찬가지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대한항공은 9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43억 원의 영업이익 추가 계상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비행기 구매와 관련해 대규모 외화채무를 안고 있어 원화 강세시 외화환산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원하 강세의 경우 수출을 많이 하는 전기전자, 휴대폰, 자동차와 함께 달러로 돈을 받는 조선업종은 대표적인 피해 종목이 된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는 전체매출 중 미국 비중이 55퍼센트에 달하고, 원재료비와 판매관리비의 미국 달러 비중은 32퍼센트로 환율 하락시 매출과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휴대폰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수출 비중이 93퍼센트에 달하고, 유럽을 제외할 경우 모두 미국 달러로 결제하는 상황이다. 원화 강세시에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조선업체의 타격도 커지는 건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 수출이 전체매출의 30퍼센트를 넘으며, 선박은 대부분 수출선이어서 원화 강세는 매출액 및 영업이익 약화로 이어진다. 조선업체의 수출비중은 대우조선 해양이 98.4퍼센트로 가장 높고, 현대미포조선이 97.7퍼센트, 현대중공업 82.5퍼센트, 삼성중공업 82.0퍼센트 등 순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들의 수익구조와 주가는 환율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과거와 같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2004년 하반기의 경우 환율이 크게 하락해서 수출기업이 큰 타격이 받아 주가가 급락해야 하는데, 2004년 4/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원이나 하락하는 동안 주가는 오히려 40포인트나 상승한 점은 이 같은 연결고리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율 예측과 전망
점쟁이와 환율 스트레티지스트
외환시장에서 예언과 예측의 차이는 무엇인가. 점쟁이가 하는 예언은 논리적인 근거와 전제조건들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통찰력과 신통력만으로 미래가 어찌 될 것이라는 결과만 내비치는 것을 말한다. 점쟁이는 초자연적인 힘을 빌리거나, 초능력적인 본인의 눈으로, 또는 동양에서는 주역 공부를 통해 미래를 투시하고 내다본다.
반면 경제학자들이나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의 전망은 이와는 차원이 좀 다르다. 이들이 예측 결과를 내놓을 때는 반드시 단서를 붙인다. 단서 조항을 전제하고 볼 때 이렇게 저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제한 단서가 바뀌면 전망이 틀려질 것이라는 말도 반드시 덧붙인다. 요즘은 예측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몇 퍼센트라고 말한다. 오늘날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기상예보가들도 "비가 온다, 안 온다" 하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비 올 확률이 몇 퍼센트다"하고 말한다. 논리적인 근거와 전제 조건을 달지 않는 점사, 술사들보다는 훨씬 약삭빠른 것이다.
점쟁이나 도사들의 예언이 극단적이 대접을 받는 것과는 달리, 예측은 논리의 합리성과 객관성이 확보되면 많은 사람들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것이 예언과 예측의 차이점이다. 유사이래 미래 금융시장을 늘 완전하게 내다보려는 인간의 의지와 욕망은 그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지난 1998년과 2000년에 국내에서 벤처 주식투자로 수천 억 원을 벌고 최근에는 벤처회사까지 인수해 경영을 하는 분이 있다. 이 분은 예전에 외환 딜러였다. 그는 딜러로 근무할 당시 5분 후의 시세의 움직임을 내다보기 위해 단전호흡으로 운기조식하고, 생식을 하며 정신을 맑게 하곤 했단다. 외환시장에서 10분이나 한 시간 후의 시세 변동 예측은 포기하고, 5분 후의 시세 정도는 수련에 따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차트분석을 통한 과학성과 다소 초자연적인 통찰력까지 연마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예측해야 하는 시간 지점이 멀수록 불가측성은 높아지고 확률 게임이 복잡하게 되지만, 5분 정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노력에 따라 가능하다는 신념은 아직 변함없다고 한다.
개인들의 환테크
환테크에 눈뜨는 개인들
아직도 외환 위기 때 환율이 폭등할 시점에 환거래를 잘해서 떼돈 번 개인들과 기업들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들려오고 있다. 부동산 업자 A씨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하던 외환 위기 시절, 당시 VIP 고객이 이용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 1억 원을 싸들고 갔다. 달러를 산 뒤 며칠 새 3억 원으로 불렸다. 환율 폭등으로 엄청난 환차익을 챙긴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최근에도 이 같은 과거의 향수를 상기하며 은행 창구를 기웃거리는 개인들이 많다. 2003년 말 원?달러 환율은 1,186원이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터진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26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환율의 하루 변동폭이 무려 20.5원이나 될 정도로 널뛰기했다. 환차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지면서 거주자 예금도 급증했다.
환율이 출렁거릴수록 눈에 띄게 증감하는 것이 거주자 외환예금이다. 국내 기업과 개인들이 금융기관에 달러 등 외화로 예치하는 돈으로, 외화현찰 인출액이 1만 달러 이상이면 국세청 통보 대상이지만 입금액 제한은 전혀 없다. 큰 폭의 환율상승이 예상되면 외화예금은 급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3년, 2004년을 기준으로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30억 달러를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외화예금계좌는 기업계좌가 6만9.000여 개, 개인계좌가 18만여 개 정도다. 기업들은 거주자외화 예금을 환율과 유가변동에 대비해 결제자금 확보 차원에서 외화예금을 환율과 유가변동에 대비해 결제자금 확보 차원에서 외화예금을 보유한다. 물론 환율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퍼지면 거주자 외화예금은 늘어난다. 예컨대 수출기업이 1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원?달러 환율이 20원만 올라도 손쉽게 20억 원을 벌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손실이 그만큼 크다.
요즘은 개인 외화예금 가입자의 경우 유학 간 자녀에게 송금해야 하거나 해외출장이 잦은 진짜 달러 수요자들이 많다. 또 외환 위기를 한 번 겪은 탓에 경제 불안심리가 퍼지자 달러를 갖고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해 보험 차원에서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환테크(또는 투기) 목적으로 외화예금을 갖고 있는 개인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근처에 있는 시중은행 지점의 경우 "환율이 출렁거리면 문의가 쇄도한다"고 귀띔한다. 특히 원화 리노미네이션 설이 나돌던 2004년 중반에는 달러로 환전하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환차익도 환차익이지만 보유자산의 리스크 관리 차원인 셈이었다. 2004년 초에 달러당 1,17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단 몇 주 사이에 1,260원대까지 오르자 인생역전 로또가 유행하듯 환차익 기대심리가 퍼지기도 했다.
?
누누이 설명한 이야기이지만 외환시장은 개인이 만만하게 달려들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외환이 아무리 개인들의 재테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환율 시장은 기본적으로 주가 예측보다 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환율에 대한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 분야는 일반인들에겐 매우 위험한 분야다. 그러나 재테크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앞으론 외환시장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외환거래는 환율변동폭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주식투자보다 위험이 덜하며, 부동산 투자보다는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