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인사이트 2018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기획(유상철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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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
   
18000
2017�� 11��



■ 책 소개

 

중국, 우리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우리는 중국의 부상이 가져오는 여러 사건의 조각조각에 매달리기보다는 그 사건들을 관통하는 근본적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이 현실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또 그것이 품고 있는 날카로운 칼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중국이 왜 저러는지, 또 어디로 가려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야만 비로소 우리의 대응 방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32인의 전문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파헤친 중국의 진면목

 

중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되곤 한다. 이 책의 필자 32인은 각각 학문, 외교, 비즈니스 등의 분야에서 평생을 중국과 더불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와 사회, 교육, 언론, 종교, 경제와 산업, 한중 관계, 한중 비즈니스, 외교와 안보, 인문 등의 분야에서 이들이 전하는 ‘인사이트’는 우리가 중국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귀한 콘텐트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발전에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다.

 

■ 저자 유상철 외
저자 유상철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서울대 영문과 학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중국학과 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국제학(중국학) 박사를 취득했다. 중앙일보 홍콩특파원과 베이징특파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바람난 노처녀 중국』이 있으며 역서로 『열 가지 외교 이야기』, 『저우언라이 평전』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책을 펴내며-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이웃인가

 

1. 중국 공산당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 정치 & 사회
야당 견제 없는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100년 가게’ 넘보는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중국 외교부는 왜 한한령을 들은 적 없다 하나
문화대혁명의 교훈
중국의 노동자 파업,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공무원은 개혁 중

 

2. 짝퉁의 나라에서 혁신의 나라로 - 경제
선전은 어떻게 ‘짝퉁 본산’서 ‘ICT 성지’로 변했나
가족만 빼고 모든 것을 공유한다?
밭이 바뀌면 씨도 달라져야
중국의 과학 급성장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누가 누구를 속이는 걸까?
나이 스물에 사장이 못 되면 대장부가 아니다
남방 상인의 도가(道家) 실용주의가 중국 기업 혁신 이끈다

 

3. 중국이라는 이웃 - 한중 관계
한중 사반세기, 차이 인정하며 이견 좁히는 ‘구동존이’ 필요
한중 ‘사드 갈등’의 교훈은?
중국은 북한과 혈맹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라
바다의 평화 없이는 진정한 평화 없다
중국의 ‘거친 입’ 환구시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의 한국 유학 열풍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될 중국군은?

 

4. 중국서 쉽게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 - 한중 비즈니스
중국서 쉽게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
사드 갈등 이후 중국서 대박 내려면?
중국서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와 성공의 세 가지 요체
중국서 ‘관시’ 잘 맺으려면?

 

5. 세계로, 바다로 - 외교 & 안보
중국이 꿈꾸는 동아시아 질서는?
중국 붕괴론은 왜 매번 빗나가고 다시 등장하는가
트럼프의 ‘선택적’ 중국 때리기
미·중 전략적 불신이 한중 관계 근간 흔든다
대만, ‘신남향정책’으로 중국 의존도 줄인다
중국 군사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6. 중국이라는 나라 - 인문
중국 제대로 알려면 세 개 렌즈 있어야
사드 배치는 시진핑의 ‘중국의 꿈’ 깨는 시발점인가
부처는 코끼리 타고 왔는데 예수는 대포 타고 중국 왔나
중국의 민낯 드러낸 한한령
국경 없는 신화, 중국 신화도 우리 창의력의 원천
중국에 이웃 나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중국의 인간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유럽은 분열하는데 중국은 분열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 굴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중국 공산당은 중국 공자당이 될 것인가




차이나 인사이트 2018


중국 공산당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야당 견제 없는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로드 액턴은 갈파했다. 절대 부패하면 절대로 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 일당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왜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일까. 무슨 비결이 있나.


중국은 모든 권력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나오는, 즉 공산당이 주인인 당주(黨主) 국가다. 언제든지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여느 민주국가의 집권당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 공산당은 헌법상 영구 집권당이다. 국민의 심판에 의한 정권 교체는 꿈에서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은 누가 견제하나. 자체 감독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존재가 바로 기율검사위원회(紀檢委)다.


그런데 이 기검위와 관련해 중국 헌법과 법률에선 단 한 개의 조문이나 단 한 글자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마치 우주의 암흑물질과도 같다. 이 기검위가 뿜어내는 암흑에너지가 바로 중국 공산당 일당제에 의한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로 흐르지 않게 막아 주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2300년 역사의 총리급 감찰기관

인민복을 입은 공산왕조의 초대 황제 마오쩌둥 역시 자신의 역사적 멘토인 진시황을 벤치마킹했다. 마오는 진시황처럼 당권과 군권은 자신이 직접 장악한 채 자신의 양팔인 저우언라이와 주더는 각각 승상 격인 총리와 어사대부격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임명했다. 이후 역대 중기위 서기는 모두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한 위원(총리급)이 맡았다.


수장의 지위가 높으니 조직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현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정도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부패 공직자들의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왕치산 중기위 서기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중기위가 중국의 5대 사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안부·최고인민법원·최고인민검찰원·사법부·국가안전부 등을 영도하는 중앙정법위원회를 지휘, 감독하고 있는 게 바로 중국의 현실이다. 중기위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당·정·군 조직뿐 아니라 언론기관, 대형 국유기업 등에 촘촘히 심어놓은 수십만 명을 동원해 모든 공산당원에 대한 감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검위의 약점 세 가지

중국이 자동차라면 기검위는 브레이크다. 국가가 전복되는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고성능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긴 하지만 완전무결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름대로 취약점이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시진핑 정권이 유독 강조하는 의법치국(依法治國) 의 법에 공산당 당장이나 당규도 포함되는가의 문제다. 헌법과 법률에 전혀 근거가 없는 기검위는 엄밀히 말해 법외단체 또는 비선조직체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당장과 당규가 국법을 대체하기엔 법으로서의 자격이나 안정성, 투명성, 공개성 등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는 점이다. 당장과 당규는 최고 권력자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권력은 견제받아야 하고 경쟁은 엄격한 룰에 따라야 하는데 기검위엔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문제다. 기검위가 부패하면 속수무책이다. 한 방에 훅 간다. 거인 중국을 돌연사시키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왜 한한령을 들은 적 없다 하나

논문에 주석이 달리듯이 중국 언론은 주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계획에 대한 보복으로 다양한 금한령(禁韓令)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가 한사코 "한류금지령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중국식 저널리즘: 사실보다 진실

2008년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8만 명 넘게 사망했을 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다. 구조 작업 초기에 투입된 인민해방군 낙하산부대원 가운데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중국 기자들이 이 사실에 대한 보도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공산당 지도부는 소위 대국의식(大局意識)을 근거로 보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에서 대국의식이란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기자 윤리에 해당한다.


전체 형국을 고려하는 의식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지진 피해 희생자가 발생해 국가적으로 침통한 상황인데 구조 작업을 위해 투입한 인원들마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 사기가 더욱 저하된다는 논리에서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맞아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을 장려한 것이다. 대국의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는 국가 이익이다. 즉 눈앞의 사실보다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국익의 안목에서, 그리고 사회 안정을 감안해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하에선 언론이 체제 옹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중국 저널리즘은 사실보다는 진실을 전달하는 걸 언론의 사명으로 삼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이 아니라 소위 사회주의 진실이라는 점이다.



짝퉁의 나라에서 혁신의 나라로

가족만 빼고 모든 것을 공유한다?

2017년 중국 경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 한가지를 꼽는다면? 폭발적이란 표현이 어울릴 공유경제 열풍일 것이다. 자전거와 우산은 물론 구찌 같은 명품 핸드백도 공유해 쓰는 중국의 공유경제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16년 6억 명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국내 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는 공유경제 규모가 2020년 10%를 넘어 2025년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중국 시장은 공유 경제란 프리즘을 통해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공유경제의 천국이 되고 있는 걸까. 크게 세 가지 요인을 봐야 한다. 첫째는 모바일 플랫폼의 편리성이다. 현재의 공유경제 서비스는 주로 임대와 협업 소비가 핵심인데, 모바일 플랫폼이 급속한 소비 확산에 불을 지폈다. 스마트폰 결제 방식의 편리성으로 인해 중국에선 신용카드 단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히 이루어진 일로,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 등 두 명의 정보기술 거두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공유 서비스를 확산시킨 둘째 요인은 중국인의 문화적 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서비스에서 친절과 예의를 따지지만 중국인은 실용성과 편의성을 우선한다. 불친절할지라도 중국은 실용적 편의성에서만큼은 한국에 훨씬 앞서 있다. 고가의 자동차도 브랜드보다는 기능의 편의성을 중시한다. 지역적인 문화 차별성도 존재한다. 북방에선 공동 구매를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상업적 서비스가 선호된다면 남방에선 개인적인 즐거움을 주는 소비문화가 더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공유경제의 발전을 북돋아 주는 셋째 요인은 중국 개혁의 순차적 적응성과 제도적 보완성이다. 중국의 개혁은 항상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또 제도적으론 안 되는 것만 정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한다. 그래서 선허용, 후규제라는 특징이 나온다.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행정지도로 단속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니 창의성이 발휘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장점은 일단 어떤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해 준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의 공유경제 붐은 또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생산에만 치우친 사회주의 공급경제 모델에 다양한 소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공유경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변화시킨다. 주주 중심과 이익 중심의 기업 가치가 이해관계자 중심과 타인을 배려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기업 가치로 거듭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전거 도둑으로 인해 중국의 공유 자전거 업체 두 곳이 문을 닫았고, 거리에 뿌려진 공유 우산 30만 개가 사라지는 등 문제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가족 빼고 다 공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공유경제 바람은 예사롭지 않다. 2017년 7월 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8개 부처가 합동으로 공유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낸 것은 중국이 이제 생산 관계의 변화보다는 소비 관계의 변화에서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우리는 서울과 부산 등 각 자치단체에서 나눔카·물품공유센터 등 공유경제 서비스를 실험 중으로 이제 걸음마 단계다. 아직 관련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중국의 공유경제 비즈니스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어떻게 확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중국 시장 진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이라는 이웃

한중 사드 갈등의 교훈은?

사드 갈등의 해독은 크다. 과거 마늘 분쟁과 같은 경제 마찰,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역사전쟁 등이 있었지만 해당 영역에서 관리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사드 갈등은 안보 분야에서 시작해 경제와 사회, 문화 등 한중 관계의 모든 영역으로 전선이 확대됐고 특히 서로에게 친구가 맞나하는 근본적 회의를 안겼다는 점에서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또 다른 교훈으로 거론된 건 미·중 사이에서 과연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였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미·중 사이 중간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왕윤종 가톨릭대 교수는 "미·중 모두와 잘 지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라며 회의감을 보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도는 이미 깨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에 어떻게 이런 갈등이 생긴 걸까. 여전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접 국가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즉 이웃 신드롬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이동률 동덕여대 교수).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국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피(被)포위 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중국은 한국이 처한 북핵 안보 위기를 미·중 관계의 틀 속에서 접근하느라 미래의 위협과 현재의 위협을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의 조치는 계속될까. 이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그럴 것"으로 봤다. 이제까지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가해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중국은 상대가 소극적이거나 굴종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더욱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복이 효과적이라 여겨질 경우엔 더 빈번하게 보복을 가하고 보복 기간 또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유입과 문화적 영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제약의 칼을 빼 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은종학 국민대 교수).


모든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는 만큼 발생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중 관계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소통을 즉시 시작하는 핫라인 구축 등이 그런 예다.


이젠 과거 수교 25년과는 다른, 앞으로 25년을 관리할 한중 관계의 뉴노멀(New Normal, 新常熊) 수립이 필요한 때다(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가 중국을 대할 때 "어느 면에서 협조가 가능하고(경제·문화), 어떤 분야에선 협조가 어려운지(북한·지역 전략)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신정승 전 주중 대사는 "양국 정부가 가능한 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문가 집단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깊이 있는 연구와 대안 제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며 언론에 의해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사태로 증폭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혈맹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라

중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북·중 관계를 혈맹 혹은 동맹이라 칭하지 않는다. 2016년 8월의 일이다. 방중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 인사들이 "사드 체계를 한국이 배치하면 중국은 북·중 혈맹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이 언론을 타자 중국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민주당 의원단에 항의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순치상의는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이 마오쩌둥에게 파병을 요청하며 쓴 말이다. 이에 마오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로 화답하며 파병을 결정했다. 이는 냉전 시기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그럼에도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북·중 관계와 관련해 혈맹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용어만큼 중요한 게 북·중 관계의 성격이 실질적으로 뭐냐는 것이다. 답은 동맹이다. 중국과 북한은 1961년부터 현재까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중국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조정하거나 폐지하자는 제안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중 동맹과 한·미 동맹을 비교하면 여러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우선 전자가 후자보다 더 끊기 어렵게 설계돼 있다. 한·미 동맹은 어느 일방이 1년 전에 해지 통고를 하면 조약이 끝난다. 반면 북·중 동맹은 쌍방의 합의가 없는 이상 계속 효력을 지닌다로 적혀 있다.


둘째, 북·중 동맹엔 한·미 동맹에 없는 자동개입 조항이 있다. 북·중 동맹 제2조는 조약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했을 때 타방은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군사 지원의 즉각성이 내포돼 있다. 반면 한·미 동맹 제2조는 조약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해 위협을 받았을 경우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고 돼있다. 협의한다고만 한 것은 대응의 의무성을 명시한 북·중 동맹과 차이가 크다.


셋째, 북·중 동맹엔 일반적 동맹조약엔 볼 수 없는 형제적 우호 협력 상호협조 관계란 표현이 들어 있다. 이런 형제적 우호관계는 한·미 동맹조약은 물론 중국이 50년 소련과 첫 번째로 체결한 동맹 조약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북·중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조약으로 묶여 있다. 각별한 사이인 것이다. 일각에선 북·중 동맹조약이 냉전 시기 조약으로서 냉전이 끝난 오늘날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사문화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냉전이 종식됐는데도 중국은 왜 냉전 시기에 북한과 체결한 동맹을 파기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북한과 그렇게 가까운 우호관계인 중국은 왜 공식적인 자리에선 혈맹 혹은 동맹과 같은 단어 사용을 기피하는 걸까. 가장 확실한 답은 중국 공산당 중안선전부가 이를 금지 단어 목록에 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외부의 관심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비동맹 원칙을 추구하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는 건 사리에 맞지 않기에 부각시키지 않고 싶은 것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책임 있는 대국을 표방하는 중국이 문제아 북한과 단짝이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북·중의 긴밀함이 강조될수록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 또한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세계로, 바다로

중국 붕괴론은 왜 매번 빗나가고 다시 등장하는가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예측은 왜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또 왜 그때마다 빗나가는 걸까. 이에 대한 답으로 자신들의 발전 경험으로 중국을 바라보려는 서구의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왕원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는 2014년 홍기문고에 기고한 중국 붕괴론의 붕괴란 글에서 중국 붕괴론의 제기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역사의 종언과 같은 서구의 관점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은 자유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온다는 서구 사회의 지배적 통설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구의 통설에 내포돼 있는 건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공산당 일당 독재가 붕괴되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다.


중국이 붕괴설을 일축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앤드루 네이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권위주의 탄력성(authoritarian resilience)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놀라운 적응력을 갖고 변화하는 상황과 다양한 도전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정된 권력 승계, 능력주의에 기반한 인사, 대중의 불만 표출을 위한 채널 형성 등과 같은 일련의 제도화가 중국 공산당의 탄력성을 제고하고 공산당 정권의 지속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꺼지지 않는 중국 붕괴론 논쟁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붕괴론은 샴보가 2015년 다가오는 중국의 붕괴라는 글을 발표하며 다시 불을 지폈다. 샴보는 "중국 공산당 통치의 종반전이 시작됐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자비한 정책이 중국 공산당 통치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샴보의 주장은 두 가지 이유로 큰 파장을 불렀다.


하나는 샴보가 존경받는 중국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중국 내 영향력과 명성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다른 한 이유는 샴보가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통치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 붕괴론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샴보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공산당은 일련의 정치적 개혁을 통해 정치적 통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효율적인 탄력성과 적응성을 구사하는 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였다. 그러나 점진적 정치 개혁을 추진해 왔던 쩡칭홍 국가부주석이 2008년 은퇴한 이후 2009년부터는 정치 개혁의 부재와 가혹한 억압으로 이전에 비해 탄력성이 떨어진 경성(hard) 권위주의로 변모했다. 특히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엔 모든 부분에서 통제가 강화되고 시진핑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공산당 통치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샴보의 주장은 많은 논쟁을 야기했다. 중국 붕괴에 대한 샴보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치 개혁과 경제 전환, 만연한 부패, 중진국 함정 등 중국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는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미가 있다.


트럼프의 선택적 중국 때리기

트럼프의 정책이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반대로 간다는 이른바 ABO(Anything But Obama)가 되리라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중국을 상대하는 방법엔 분명 차이가 있다. 오바마가 중국과 전략 중심의 세력 경쟁을 펼쳤다면 트럼프는 전술 위주의 공세로 실익을 챙기려 한다.


오바마 시기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란 칼로 중국을 견제하자 중국은 경제 및 인문 네트워크라는 방패로 대항했다. 미국의 지정학적 공세에 중국은 지경학적 확장으로 맞선 것이다. 아시아를 무대로 세력 경쟁을 펼친다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간에 새로운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3T(Taiwan, Trade, Tibet)로 대표되는 전통적 이슈를 둘러싼 전술적인 대치가 그것이다. 트럼프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축하 전화를 받은 게 좋은 예다. 미국이 1979년 대만과 단교한 이래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중국엔 분명 기습이었다.


트럼프는 왜 대만 카드란 낡은 무기를 느닷없이 꺼낸 것일까. 사업가적 기질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재균형 전략은 시간도 걸리고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럴 바엔 차라리 중국이 가장 아파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집중 공격하고 빠지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선택적 중국 때리기를 통해 미·중 관계에서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깨닫게 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국내의 정치적인 갈등을 봉합하는 효과도 노렸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한판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백악관 내 무역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으로 대표적인 대중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내정한 걸 주목해야 한다.


예민해진 중국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제 행동도 불사한다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반독점 규정 위반을 들어 상하이 GM에 2억 위안이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 등의 압박에 대해 선제적으로 중국이 가진 대응 카드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2017년 가을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선포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국내 정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외침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라는 국내 우선주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핵심 이익 수호는 시진핑 스스로가 제시한 비전이자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이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기습적인 도발을 할 경우 미·중은 퇴로 없는 무한 갈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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