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내 집이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중산층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집은 있지만 집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무리하게집을 사지 않고 저축을 했다면 충분히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집 없는 중산층에서 집 가진 하류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진땀나는 노력으로 장만한 집 한 채, 하지만 손에 남은 건 점점 떨어지는 집값과 갚아야 할 대출금뿐이다. 돈덩이인 줄 알았던 아파트는 이제 빚덩이일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족쇄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빚뿐인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 김재영
MBC
■차례
추천의 글
시작하는 글
1장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란 누구인가
하우스푸어, 얼마나 되나
하우스 푸어,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유
은행에 월세 사는 빈곤층, 하우스 푸어의 실상
하우스 푸어에 관한 세대론 : 386들의 환호, 이후 세대들의 비애
누가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가 Ⅰ : 부동산 덫을 놓은 세력들
누가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가 Ⅱ : 모델하우스, 하우스 푸어를 만드는 공장
누가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가 Ⅲ : 언론인가,광고지인가
집 가진 빈자가 될 것인가, 집 없는 부자가 될 것인가 :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시간
2장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
재건축, 대박의 꿈
판도라의 상자, 재건축 | 재건축의 늪에 빠진 가락시영아파트 | 고무줄 부담금, 분양가가 비밀인 이상한 분양 공고 | 깡통 아파트가 되나| 지쳐가는 사람들 | 종상향에 목숨 거는 조합 | 조합원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재건축 조합 | 중층 아파트 재개발의 현실 | 금마가 될 수있을까,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개발 |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재건축 아파트 투기 행각 | 그들만의 잔치를 분석해보니
분양시장의 비애
집은 많고 살 사람은 없다 |떨이요, 아파트가 떨이입니다! | 산산이 부서진 신도시 판타지 |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분양 광고 | 빚더미 위의 부동산 로또, 판교신도시
두바이, 상해를 꿈꾸었던 국제도시 송도의허상
갯벌을 돌려다오! | 인천 발전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인천경제자유구역 | 국제도시, 누구의 돈으로 짓는 것인가 | 빛 좋은 개살구? |외국이 외면한 국제도시
신문에는 나오지 않는 부동산이야기
마음까지 가난해지는 하우스 푸어 | 자신의 집에서 내쫓기는 사람들 | 집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
3장 하우스 푸어를 낳고 있는 위험한 한국 경제
1 재건축, 굴러들어온 복일까,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일까 _ 김수현(세종대학교 교수)
2 재건축, 승자 없는게임의 진실 _ 박경철(시골의사)
3 위험한 경제, 위험한 한국 _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4 위험에 빠진 아파트 공화국_ 홍종학(경원대학교 교수)
감사의글
하우스 푸어
시작하는 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문제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
학군 좋고 살기 편한 곳,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곳에, 결국 투자가치가 높은 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몰렸다. 그런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대박인생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나의 친구들도 강남으로, 아니면 강남 3구라도, 다시 버블세븐으로 몰려갔다. 내가 사는 지역이 그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 라는 식의 질투는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전파시켰다.
강남 3구와 양천, 용산, 영등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도시평균근로자가 2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도시평균근로자의 10%의 고소득자들조차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가격이 정상인지 묻지 말자. 이 가격이 정상이라면 정상인 대로 거품이면 거품인 대로 쳐다보지 않고 살다 보면 결국에는 경제적 진실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아파트 이야기는 시청률 40%가 넘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는 언젠가 끝이 날 수밖에 없다. 그 드라마의 끝이 이제 보인다. 클라이맥스를 지나 끝물이 보인다. 탐욕의 드라마 끝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야기이다. 은행에서, 언론에서 심지어 국가에서도 당신의 이 꿈을 도와준다며 광고하고, 약속하고, 내세운다. 내 집 마련의 여왕들이 수십 억 원, 수백 억 원을 벌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직장, 계모임, 교회를 통해 퍼진다.
하우스 푸어란 어떤 사람들인가. 말 그대로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집의 자산 가치가 계속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집을 사줄 수 있을 때는 하우스 푸어라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남보다 한 발 빠른 과감한 투자자요, 재테크 노하우가 출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집을 어떤 곳에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구분되는 2000년대를 통과해왔다.
하우스 푸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냉엄한 현실이 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서울 도심의 뉴타운,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숱한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덕분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빚에 짓눌려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숱한 도덕적 비난과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하우스 푸어의 세계로 자신을 내던졌을까?
1장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 얼마나 되나
대한민국에 하우스 푸어들은 지금 얼마나 있을까?
국토해양부 자료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을 앞두고 행정적 절차를 완료한 공급 예정 물량을 나타낸다. 보통 주택건설 인허가를 취득한 물량의 80~90% 정도가 분양으로 이어진다. 분양 시점은 보통 인허가 취득 후 6개월 정도 지나서다.
이를 이용해 신규 분양 물량을 추산해보면, 수도권의 경우 33.8만 호(2007년 이후 수도권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75.5만 호×분양 비율 0.8×분양 이후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 비율 0.7)이고, 전국의 경우 54.9만 호(2007년 이후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130.9만 호×분양 비율 0.8×분양률 0.7×분양 이후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 비율 0.75)가량으로 추정된다. 신규 분양을 받는 경우에도 부채를 지는 가구의 비율을 70% 정도로 잡으면 약 23.7만 호와 38.5만 호의 신규 분양 물량을 청약한 가구가 하우스 푸어의 범주에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2007년 이후 용인, 일산, 김포, 파주, 인천 송도 및 영종도 등에서 아파트를 분양 받은 대부분 가계들이 바로 이 범주에 들게 된다.
따라서 기존 주택과 신규 분양물량 매입을 통해 발생한 하우스 푸어만 수도권에서 95만 가구, 전국적으로는 198만 가구에 이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동안 가계들이 자신들의 소득이나 금융자산 증가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사재기는 가장 높은 소득 계층인 5분위 계층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미 2007년 시점에서도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어 자신들의 소득이나 저축해둔 돈으로 버틸 수 없는 고소득층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7년은 부동산 하락이 거의 시작되지도 않았던 시점이므로 2010년에 이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고소득층이 은행 빚을 내 다주택 투기를 한 탓인데, 이들 상당수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국면에 들어와 있다. 이들 상당수는 이미 사실상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거나, 하우스 푸어가 될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하우스 푸어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들어 부동산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언론이나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아닌 전문 경제연구기관들에서 잇따라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흐름상 대세하락 흐름으로 가게 될 것임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가격 하락으로 하우스 푸어들이 더 많아질 것을 의미한다. 향후 주택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면 하우스 푸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택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돌아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 만기가 2008년~2009년에 도래하게 돼 있었으나 정부의 조치로 만기가 연장됐다. 하지만 한 민간연구소의 추산 결과로는 이 같은 만기 연장이 2012년 하반기에 이르면 더 이상 불가능한 수준에 접어들게 된다. 분기별로만 25조 원 이상의 만기 상황 연장 물량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그 정도 만기 물량이 도래할 경우 금융권이 계속 만기를 연장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기를 더 이상 연기해줄 수 없을 때 이들 하우스 푸어들은 버티지 못하고 소유한 집을 처분하고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포다. 그렇게 되면 하우스 푸어들은 ‘집 없는 진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2장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
재건축, 대박의 꿈
판도라의 상자, 재건축
재건축 아파트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그 뚜껑을 열지 않고 추측만 할 때는 발전적이고 희망적으로 보인다. 도시는 새롭게 단장이 되고, 주민들은 크고 좋은 새 집을 얻으니, 어쩌면 선물상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화려한 조감도, 발전계획은 앞으로 오를 집값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골치 아프다. 그 중 가장 먼저 튀어나와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 조합원 부담금이다. 사업지구 내 갖고 있는 부동산의 값(보통 땅값)과 그 땅에 지어지는 새 아파트의 가격 차이를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조합원 부담금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는 분양대금의 일종이다. 물가상승, 공사지연 등으로 공사비, 금융비용이 올라가거나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일반 분양분 아파트의 숫자가 줄어들면 부담금 역시 늘어나게 된다. 이 불청객은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뒤통수를 치며 재건축 사업의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건축의 늪에 빠진 가락시영아파트
7,000여 세대를 재건축하게 될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 가락시영아파트. 3만 평의 부지에 5층짜리 아파트 150여 동이 펼쳐져 있다. 용적률이 90%에 불과해 단순계산을 해봐도 200%로 늘릴 경우 두 배 이상의 부가가치가 생기는 셈이다. 엄청난 부가가치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이 큰 재건축 단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소란이 끊이질 않는다.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재건축을 당장 시작하자”는 조합의 현수막은 반대편에 의해 잘려나가고, 조합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겼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더 잘살아보자고 하는 재건축이 오히려 주민들의 숨통을 조이는 격이 된 것이다.
소형 평형대에 속하는 42㎡(13평)에 살고 있는 김정애(가명, 45세)씨는 재건축 후 109㎡(33평)를 희망했다. 재건축‘이라는 말이 주는 달콤함에 그 정도 호사는 누릴 수 있을 줄 알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기에 참고 기다려왔다. 조합이 내놓은 조건에 의하면 현재 김정애 씨의 경우 희망 평형을 받으려면 약 2억 5,0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그보다 15㎡, 5평 더 넓은 곳으로 가려면 5억 원을 더 내야만 한다. 차라리 지금 살고 있는 낡은 집에 그냥 사느니만 못한 일이었다.
5년 전, 1억 5,000만 원 정도를 대출 받아 약 3억 원에 이 집을 구입한 이현태(가명, 49세)씨 가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갖기 위해서 적게는 2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6억 원을 더 내야 한다. 그나마도 돈이 있다고 해서 쉽게 집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래저래 시간은 시간대로 가고, 기대와 실망의 반복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좁은 집을 전전하며 재건축만을 기다린 사람들. 새 집에 한번 살아볼 꿈으로 열악하고 힘든 상황들을 버텨낸 사람들. 이제 새 집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점점 후회로 바뀌고 있었다.
분양시장의 비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분양 광고
2009년 분양 시장의 화두였던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청라지구. 인천 도심보다 두 배 정도 높은 분양가였지만 분양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각종 개발호재 중에서도 특히 서울 강남에서 청라까지 직통으로 연결된다는 지하철 7호선은 주택 수요자들을 사로잡았다. 최고 300대 1의 청약률을 뚫고 당첨된 입주예정자들. 하지만 현재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사업은 무산된 상태다.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만든 홍보책자에는 분명 7호선 계획이 명기돼 있었다.
입주 예정자들은 한국토지공사, 즉 LH공사에서 사기분양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LH공사는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미래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연장계획은 적어놓은 적이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알려줘야 할 것은 정확히 알려주고 나서 계약에 임하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이 바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다. 이것은 분명히 법 위반이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된다.
계약자들은 한목소리로 건설사와 시행사. 그리고 인천광역시가 책임져줄 것을 원하고 있지만 무산된 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을 되돌릴 수 없으니 해결책은 미궁으로 빠져버린 셈이다.
건설사들은 한마디로 장사꾼의 입장이다. 건설사뿐 아니라 LG공사와 지자체들도 아파트를 분양할 때 대개 확정되지 않은 각종 개발호재를 약속하곤 한다. 미래가치를 담보하며 개인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그 말에 현혹되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를 흥하게도, 망하게 할 수 있는 큰 투자이니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뿐 아니라 자신의 경제 상황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투자하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한다.
빚더미 위의 부동산 로또, 판교신도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더 많은 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하는 아파트. 일반 중산층 서민들이 집을 살 때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일단 집을 사고 집값이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대처해보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되고 그 결과가 대규모 가계부채로 이어진다. 2010년, 가계부채 규모 700조 원 시대, 우리나라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가계대출 금액 가운데 약 60%는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아파트 구입을 위한 것이다.
꿈의 단지 판교를 분석해봤다. 당시 판교의 분양가는 최고를 기록했다. 실제 입주 시점에는 이 분양가에 세금, 확장비용 등 수천 만 원이 추가됐다. 최초로 2009년 10월에 입주가 끝난 판교의 두 단지 897세대의 부동산 등기부를 통해 심층 분석했다. 실제 거주율, 대출규모, 인적사항 등 각종 통계적인 자료를 통해 판교에 대한 경제적 보고서를 만들어보았다.
분양 받은 사람들은 과연 지금 이 아파트에 얼마나 살고 있을까. 10세대 가운데 3세대 정도만이 실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 이상은 전?월세, 즉 임대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은 세대가 4분의 1이 넘는 상황이었다. 판교 분양자 가운데 몇 %나 부채를 가지고 있을까? 조사가구의 약 70% 이상이 부채를 안고 있었고, 평균 3억 원 가량의 금융권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받은 세대의 절반 이상은 3억 이상의 고액대출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5억 원 이상의 대출자도 10%에 달한다. 부채 규모의 최고 금액은 8억 원 정도, 거의 분양가 전부를 대출로 충당한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택분양을 받을 때와 주택을 구입할 때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일단 집을 산 것이다. 대출금의 규모가 몇 천 만 원이 아니고 2억~3억 원, 심한 경우엔 7억 원 정도인데 이것은 일반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문제는 중산층이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맹신이다. 소득은 일정한데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가계에서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나 가계 재무구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매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3장 하우스 푸어를 낳고 있는 위험한 한국 경제
재건축, 승자 없는 게임의 진실 _ 박경철(시골의사)
‘더 새롭게, 더 넓게, 더 높게’. 우리 시대 재건축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는 듯하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은 숱한 분란과 논쟁 속에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되고 있다. 재건축,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이렇게 계속 진행되어도 되는 것인지, 재건축 시장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계속 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 대해 경제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자본시장에 대해서 사람들은 게임의 룰이 있고, 자신은 그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시장 참여자로서 분석뿐만 아니라 큰 성공도 거두셨는데요. 자본시장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대개 자본시장은 공정하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자본시장 자체가 잉여가 풍부한 사람들이 그 잉여를 획득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곳입니다. 거기에 잉여 없는 사람들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뛰어든다면 머니 게임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지요. 누구나 사고 누구나 팔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것이지 절대로 공정할 수가 없습니다.
Q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작부터가 지는 게임이라는 말씀이신지요?
A 특히 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마지막 구매자까지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나 명확한 시장이기 때문에 절대로 공정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피해자는 결국 시장 참여자의 맨 마지막에서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사람들, 이들에게 집중되게 마련이지요.
Q 정보비대칭을 말씀하셨는데 시공사나 조합, 또한 정부 관계자들이 일반 투자자나 조합원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죠?
A 정보의 비대칭성은 정부의 계획 선 긋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지요. 예를 들어서 누군가 계획을 입안한다고 하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되고 있을 것이고, 그 주변인사에게 서서히 내용이 흘러가기 시작하겠죠. 그런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하는 것은 그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일 겁니다. 그것을 통해서 마지막에 거래 전문가들에게 연결될 것이고, 곧바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이런 단계의 시장이기 때문에 수익 폭의 격차가 달라지는 것이죠.
Q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기회비용이나 거래비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A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서울의 유명 주상복합 아파트들 경우에 최소 20억 원에서 최대 60억 원까지 호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경우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그 전체 투자자들의 대지 지분을 나눠본다면 한 가구당 11평남짓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건축물이라는 것은 아무리 콘크리트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20년이 지나면 노후화되고, 3,40년이 지나면 결국은 새로 지어야 되거나 파괴해야 되지 않습니까? 결국 실시간으로 감가상각되고 있는 재산을 두고 실시간으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가 비이성적이라는 증거입니다.
Q 대개 돈의 가치가 수평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서 생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투자자들이 가격을 수평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이 구입한 가격 대비 상승이냐 하락이냐라는 수평적 사고로 바라보는데 사실은 자산이나 돈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그것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면 안 됩니다. 일단 이것이 추세를 가지고 있다고 바라봐야 합니다. 이 추세라는 것은 돈의 가치를 갉아먹지요.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거기에 무심했던 것은 지난 20년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해왔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이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회비용이나 보유비용의 가치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는 하나의 학습인데요. 과거의 경험이 지금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고 믿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베이비 붐 세대가 적극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던 세대에서 이제 자식들이 독립해나가고 노부부가 남아 있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집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나마 베이비 붐 세대 부모가 지금처럼 자녀들 교육비에 투자하면서 잉여 저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국 부동산 매도를 통해서 노후를 생각할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회 혹은 구조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Q 지금 재건축 아파트를 사신 분들은 빨리 빠져나오셔야 되는 건가요?
A 재건축에 대해서 기대감 내지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공통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중소형 아파트 재건축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데 아파트의 경우에 실제로 모든 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보면 이익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은마가 금마가 되었다는 식의 표현을 하고 있지요. 앞으로 가치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습니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가치롭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롭지 못한 것에 냉정하지 못한 추가 매수자가 내 뒤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실제 그것을 매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매입하려는 사람이 존재하지요. 다만 내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이 몇 명이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겠지요.
Q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A 글쎄요. 없다고 봐야 맞겠지요.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