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휴식

   
이무석
ǻ
비전과리더십
   
12000
2006�� 05��






■ 책 소개
쉼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요소이지만 충분히 쉬는데도 불구하고 늘 몸이 아프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은 성공은 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30대 성공주의자"휴"(休)의 내면여행을 담은 것이다. 늘 조급하고 지나치게 성취 지향적이어서 쉴 줄도 몰랐던 그가 30년 만에 마음에 진정한 쉼을 얻고자유로워진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도 심리적 현실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에 감옥’을 갖고 있다. 그 감옥 속에 자신을 가둬두고 그곳이안전한 곳인 양 착각하며 산다. 하지만 그 감옥 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인생이 힘들고, 마음에 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마음속감옥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어릴 적 상처다.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열등감, 불공평한 대우로 인한 분노, 완벽한 부모로 인한조급함이 그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진정한 쉼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상처를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그상처의 감옥에서 당당히 걸어 나오는 것이다.


■ 저자 이무석
1945년 전북 봉동에서 태어나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과 미국의 샌디에이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수했다. 의학박사·정신과 전문의로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대한신경정신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 현재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정신분석의 이해』 『정신분석에로의초대』 『이무석 박사의 정신건강 칼럼』 등이, 옮긴 책으로 『안나 프로이트의 하버드 강좌』『환자와의 대화』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프롤로그 - 그대로의 자기를느끼는 기쁨


I. 성공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휴" 이야기
사람이사람에게 약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다
유능한 트러블 메이커, 휴
휴에겐 며칠간 무슨 일이있었을까?
휴가 달라졌다
휴에게 찾아온 여섯 가지 변화
누구나 휴처럼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II. 우리 안에도 어린 휴가 있다 - 내 안의 어린아이극복하기
Where are you?
분노하는 아이
질투하는 아이
의존적인 아이
열등감에 사로잡힌아이
의심 많은 아이
잘난 체하는 아이
조급한 아이
외로움에 시달리는 아이
두 얼굴을 가진 아이


III. 세상의 "휴"들에게 - 어떻게 마음의 짐을 벗고 자유로워질 수있는가
휴, 에너지가 넘치게 되다
나를 만드는 관계
안심하라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문제다


에필로그 -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내면"이다




30년만의 휴식


I. 성공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휴 이야기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 안에 성숙한 관계를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갖고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그 장애물을 유년기의 상처 혹은 심리적 갈등 마음속의 아이라고 한다. 자기 안의 장애물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건강하고 편안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30대 후반의 잘 나가는 중견기업 임원 김 휴(休). 그는 30년 동안 지녀 온 자기 안의 고통스런 장애물 때문에 늘 마음이 쫓기고 인간관계가 불편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석 달만에 그 장애물을 다스려서 스스로 신비로운 체험이라 할 만한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건 마음에 쫓김을 가지고 인간관계에서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휴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적 치유와 인간관계의 회복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능한 트러블 메이커, 휴

병원에 다니고 있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는 매우 우울했다. 똑똑하고 유능해서 초고속 승진을 해 온 휴에게 사장이 사직을 권고했기 때문이었다. 뜻밖의 배신감에 절망하고 분노하던 휴는 사직권고를 받은 날 저녁부터 설사를 시작해 급기야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휴는 탈진한 상태에서 내과의사의 권고로 정신과를 찾았다.


내가 보기엔 그의 대인관계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였다. 휴는 대기업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회사를 옮긴 후에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최연소 이사가 되었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사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렸다. 누군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싶으면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휴의 불같은 공격에 견뎌 낼 재간이 없었다. 급기야 애써 뽑아 온 인재들도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갔고, 결국 사장은 휴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나는 우선 그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자기를 충분히 표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근본적인 치료는 자신도 몰랐던 무의식적인 갈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었을 때 가능하다. 때로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안의 갈등을 해결하고 진정한 평안을 찾기 위해선 무의식의 탐구를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의 대부분이 무의식이기 때문이다.


휴에겐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담을 받는 동안 휴는 비교적 소상하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휴가 임신된 것을 알자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휴를 지우라고 했다. 한 아이만 잘 키우겠다며 둘째 아들을 낳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마지못해 승낙은 했으나 휴가 태어난 후 아버지는 자신을 닮은 형을 편애했고 휴를 별로 귀여워하지 않았다.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출생 이야기를 전해 들은 휴는 어려서부터 이별 불안에 시달렸다. 휴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 잘 보이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결혼도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와 했고, 직장도 아버지의 허락을 얻었다.


어느 날 휴가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해 왔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가를 내게 돼 며칠간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와 통화하고 난 뒤 휴는 내가 사정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갑자기 만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마음이 복잡해졌다. 휴도 휴가를 보내려고 제주도로 떠났으나 아무런 재미가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이해할 수 없는 불안과 짜증, 불면, 그리고 나에 대한 불길한 생각에 시달렸다. 불안해진 휴는 나에게 전화를 했고, 서로 짧은 통화를 했다. 그제야 휴는 안심하며 내가 살아 있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월요일 진료 시간에 휴가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보통 당사자가 자기 내면세계를 돌아보도록 질문을 던지지만, 그날은 나는 평소와 달리 내가 그를 만날 수 없었던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사과도 했다. 그러자 휴의 얼굴이 환해졌다. 휴는 나의 죽음을 상상했는데, 그의 상상은 자기를 버리고 형만 데리고 다녔던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었다. 이런 현상은 휴처럼 억압된 분노를 가진 사람에게서는 흔히 나타나는 판타지다. 내 휴가 기간에 불안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휴의 모습은 보호자를 잃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아이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휴는 며칠간의 경험이 자신의 감정의 근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화가 풀린 휴는 자기 마음속에 감당키 어려운 적개심을 가진, 질투로 성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상처받고 외로워서 두려움에 떠는 아이, 바로 자신이 꿈에 본 아이를. 무의식에서 휴는 늘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 나도 형보다 잘할 수 있어요." 인정받고 싶었던 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해야 했고, 공부벌레, 일벌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휴는 실패와 외면 이후에 닥쳐올 심리적 현실이 몹시 두려웠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달랐다. 아버지는 이미 늙었고 자신은 이미 유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현실의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무서운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의 아버지는 습관처럼 그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무의식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휴는 휴가 사건을 통해 이렇게 자기의 행동과 대인관계의 특징을 이해하게 되었다. 30여 년 동안 자기 마음속에서 자기를 지배했던 아이의 감정을 분명히 보았다. 나와 만나는 동안에, 특히 만남을 거절당한 지난 며칠 동안 몰려온 감정의 폭풍 속에서 그는 그렇게 마음속의 아이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발견하는 그 순간 그 아이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그날 밤부터 휴는 달라진 자신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하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휴에게 찾아온 여섯 가지 변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을 하다 보면 그런 휴를 자주 볼 수 있다. 휴처럼 심리적 현실 속의 아이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치유가 일어난다. 억지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그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치료 기간이 짧든 길든 정신분석을 받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휴의 경우를 예로 살펴보자.


■ 나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

물론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분석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덜 구애받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모든 것이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휴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심리적 감옥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심리적 감옥에서 걸어나왔다. 심리적 감옥은 허상이기 때문에 발견하고 걸어 나오면 된다. 그러면 인정받지 못할까 봐 초조해 할 필요도 없고, 비난받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버림받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남의 평가, 즉 내면의 아버지의 평가에 의지해서 사는 인생에서 자기의 판단으로 사는 인생으로 변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현실의 무게를 인정하고 과장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태도, 여기에 자유로움의 근원이 있다.


■ 몸이 가볍다

알고 보니 휴가 앓던 설사병의 원인은 분노였다. 휴는 형만 사랑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에게 투사했다. 분노는 자율신경을 긴장시킨다. 이런 스트레스에 의한 설사는 내과적 치료로는 낫기 어렵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마음이 아플 때 그 아픔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몸도 함께 고통을 받게 된다.


■ 너그러워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또는 박수를 받으려고 늘 모범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 때문에 잘 나가던 인간관계도 망치기 일쑤였다. 휴가 이렇게 화를 낸 진짜 이유는 아버지와 형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무의식에 숨어 있던 분노가 동료들에게 이동하여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를 만들던 어제의 자신을 경험하고 나서인지 다른 이들의 문제가 잘 보였다.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않고 그의 입장에 서서 배려할 줄 아는 마음도 생겼다.


■ 일을 즐기게 됐다

공부벌레, 일벌레였던 휴의 벌레 근성은 열정의 탈을 쓴 집착에서 온 것이었다. 일 자체보다는 결과에 매달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쫓겨가며 일했다. 그렇게 일에 지쳐갔다. 하지만 오늘의 휴는 뜨거운 땀을 흘리며 일을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집착과 열정을 구분할 줄 알게 됐다. 이제는 일이 힘들거나 몸의 상태가 나쁠 땐 내일을 위해 좀 쉬어 가는 지혜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일을 더 열심히, 더 알차게, 더 활기차게 할 수 있었다. 일을 즐기며 하다 보니 성과도 훨씬 좋아졌다.


■ 편해진 인간관계

정신분석을 받는 사람들이 느끼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인간관계가 편해진다는 것이다. 휴는 어떤 사람이든 부담스러웠다. 그들은 자기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대상이고, 그는 그 요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편한 관계란 없었다. 어제의 휴는 무의식에서 아버지와 형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스럽게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자신을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그런 일들이 이미 과거의 일이었는데 자신은 현재의 일처럼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휴는 마음속으로 아버지와 화해했다. 이후로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대면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이민 간 형에게도 처음으로 편지를 보냈다.


■ 어느 날 찾아온 휴식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어느 날 찾아온 휴식을 감격스럽게 맞이한다. 그들에게도 휴일은 있었지만 마음은 늘 분주하고 쉼표 없는 악보처럼 매일 숨가빴다. 그러나 이제 휴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생활의 쉼표를 받아들인다. 자기의 일상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전에는 몸은 일터를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일에 매여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했기에 마음이 늘 분주했다. 마음 놓고 쉴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 안에 자신을 채찍질하는 노예감독으로 벗어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휴는 이렇게 자유인이 되었다. 미숙한 아이의 욕구와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가 이제는 철든 어른이 되었다.


누구나 휴처럼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신분석에는 내적 상관관계(internal object relationship)이란 말이 있다. 유년기에 어떤 중요한 인물(대상)과 가졌던 관계가 마음속에 내재화되어 행동 패턴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휴는 가해자인 아버지와 그 앞에서 위축된 피해자의 관계를 무의식에 갖고 있었다. 이 내적 상관관계는 그의 생활 속에서 때때로 현실관계로 나타났다. 사장에게는 가해자 이미지를 투사해 사장은 가해자가 된다. 사장 앞에서 휴는 갑자기 무력감을 느끼고, 피해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정에서도 아내에게 피해자 이미지를 투사하고 휴는 냉정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가해자가 된다. 휴가 아내와 가까워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휴의 무의식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휴는 자기가 이런 내부 고발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 앞에서 늘 주눅 든 아이처럼 살아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자기 마음이면서도 자기가 모르는 이것이 무의식이다. 그러다 휴가가 끝나고 나를 만나는 진찰실에서 삼십 평생 무의식에서 그를 지배했던 내적 경험이 의식을 나오고, 과거가 현재로 표현되었다. 그는 마음속의 아이를 발견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내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지금 무의식의 장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휴의 말대로 신기하게도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벗어나기에 너무 늦은 감정도 없고 깨어나기에 너무 늦은 나이도 없다. 지금이 최상의 시기이고 최고의 기회다.



II. 우리 안에도 어린 휴가 있다 - 내 안의 어린아이 극복하기

우리 안에는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 놓은 모순된 감정들과 유아적인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분노나 열등감 같은 유치한 감정들이다. 이런 감정들은 격렬하고 통제하기 어렵다. 무의식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심리적 현실에서 사는 존재는 이미 어른이 된 내가 아니라 마음속의 아이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 초조나 열등감은 이 아이의 감정이다. 휴를 괴롭힌 것도 이 마음속의 아이였다.


정신분석을 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휴를 만나게 된다. 인생 경험이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한 것처럼 심리적 현실도 다양하고 마음속의 아이들도 얼굴이 각기 다르다. 그리고 진찰실 밖에서도 나는 또 다른 휴들을 종종 본다. 심리적 감옥에 갇혀서 힘겹게 사는 휴들말이다. 또 다른 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의 내면에도 있을 법한, 그러나 만나기 두려워서 외면했을 내면의 아이들 이야기이다.


분노하는 아이

무의식에 살고 있는 성난 아이는 자기 분노를 두 방향으로 터트린다. 밖으로 폭발하기도 하고, 안으로 폭발하기도 한다.안으로 폭발하는 분노는 우울증을 일으킨다. 자기를 쏘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에 자살까지 가기도 한다. 분노가 밖으로 향할 때는 엉뚱한 대상에게 분노가 터지기도 한다. 부인이나 아이들같이 만만한 대상에게 화를 낸다.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를 무서워한다. 좋은 아버지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 두렵다. 직장의 부하가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마음속의 부모에 대한 분노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동(displacement)한 것이다. 이동이란 심리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선생님에게 매 맞은 아이가 선생님 구두를 발로 차 버리는 것은 이동이다. 남편이 미운 부인이 시누이를 비난하는 것도 이동이다. 이동은 무의식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휴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자기들 안에 살고 있는 성난 아이를 발견한 후 거기에서 해방되었다. 이런 발견만으로 어떻게 치유가 일어날까. 이 부분은 정신의학에서도 아직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성찰과 이해, 그리고 치유의 과정도 그렇다. 굳이 설명해본다면 자기 발견 혹은 자기 이해가 치료효과를 가져온다고 하겠다. 이 발견을 정신의학에서는 통찰이라 한다. 실상인 어른이 허상인 마음속의 아이의 감정에 지배당하며 살아온 것을 발견하는 것이 통찰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자아가 건강하고, 어릴 때 받은 상처가 적었던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정서적 통찰을 얻는다. 통찰은 모여서 더 큰 통찰로 발전한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아이

열등감은 이상적 자기(ideal self)와 현실의 자기(real self) 사이에서 차이를 느낄 때 생긴다. 남성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특히 바로 밑에 남동생을 둔 누나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그것은 유년기 경험과 관계가 깊다. 남근을 가진 남동생은 특별대우를 받는데 자기는 소외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혹하고 처벌적인 초자아를 가진 사람들도 열등감이 심하다. 초자아란 인격의 기능 가운데 자기 감독 기능을 맡은 부분으로, 자기 감시, 자기 비판, 양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초자아가 너무나 엄한 사람들은 늘 죄책감과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자신감도 없고 우울하다.


세상이 예쁜 여자들에게 인기를 모아 주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우등상을 주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어느새 우리가 여기에 길들여져서 자신의 가치를 그런 조건에 팔아버리고 있다. 하지만 자기 평가의 기준을 돈, 학벌, 외모로 삼아서는열등감을 벗어날 수 없다. 그보다는 인간으로서 자기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이것이 나만의 귀한 인생이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독특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건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개별성 때문에 인생은 값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소중한 당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란다. 그동안 자신을 너무 구박했다면 오늘밤은 조용한 시간에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사과해볼 일이다.


외로움에 시달리는 아이

외로움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일으키는 주제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역설적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던 눈을, 주변으로 돌려야 한다. 자신만 바라보면 나만 이렇게 외로워, 아무도 날 찾지 않아 남들이 나를 버리고 있어라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외로움에 지친 당신이 누군가의 생각 속에서는 그들을 버리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나의 외로움을 곱씹으며 힘들게 하던 시선을 주변으로 옮겨 보자. 정작 당신은 너무 외로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도 당신 주변에는 당신의 따뜻한 말이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가족일 수도,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일수도, 매일 보는 회사 동료일수도 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미소가 당신을 그 외로움의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III. 세상의 휴들에게 - 어떻게 마음의 짐을 벗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나를 만드는 관계

인간의 성장은 주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관계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모든 정신질환의 증상은 어른이 나이에 맞지 않게 아이같이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여러 가치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그 관계들을 통해 상처도 받고, 상처를 치유 받기도 한다. 이제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관계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사람의 성격에 최초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는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어린아이 시기에 어머니와 나눈 경험이 인간 성격의 핵이 된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세상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세상은 안전하고 아이가 살아 볼 만한 무대이다. 그러나 천대 받고 자란 아이는 세상이 두렵고 위험하다. 앞날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엄습해 뿐이다.


정신분석학자인 그린커는 인생 초기의 모자관계에서 정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은 어른이 된 뒤에도 대인관계에서 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어머니 상(mother image)을 찾아 헤매며 정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친밀한 관계가 되면 격심한 불안과 위험을 느끼고 달아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독감 때문에 아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원인 모를 긴장과 불안이 있고, 마음은 늘 누군가를 미워하며 내적인 분노가 화산처럼 끓고 있다. 이 분노는 시시때때로 밖으로 터져 나와 대인관계를 위협한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어머니들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자식을 키워야 한다.


휴를 통해서 살펴봤듯이 부모는 한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아이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부모가 진짜 좋은 부모이다. 아이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토양이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사랑 받는 환경이다.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만드는 건강하고 사이좋은 부부,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하여 충분히 보살펴줄 수 있도록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생명력에 대한 신뢰, 부모의 성숙하고 합리적인 모습과 판단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유치원, 놀이방, 학원에서 부모 다음으로 그들의 인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교사를 만난다. 교사들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과 격려를 받을 수 있다. 부모로부터 잘못 경험한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또한 좋은 부모와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해서 아직도 어린아이의 상태인 어른이라도 배우자를 잘 만나면 성숙해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60퍼센트 정도까지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 또한 묘약이 되고 기적을 낳는다. 그 사랑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 상처가 치유되면 사람이 성장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부모, 스승, 배우자, 하나님과의 만남과 관계들 속에서 성장해 나간다. 어떤 만남을 경험했고,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빛깔도 달라진다. 우리들은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선생님이나 멘토에게서 치유 받기도 하고, 좋은 배우자와의 만남을 통해, 또 종교를 통해 치유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의 영혼은 신비스러워 어떻게 해서든 필요한 양의 사랑과 인정을 채우려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어릴 때 채우지 못한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자기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존재를 만나면 인간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 부모라면 자식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사랑해 주자. 지금 내가 주는 사랑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그 아이들이 자라 주위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든다. 나의 사랑이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아내, 남편, 친구와 직장동료들을 인정하고 사랑해 주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는 내 주위 사람들을 인정해 주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는, 그렇게 사랑하기가 내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알아 가면, 자신이 비록 충분한 사랑을 못 받았어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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