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한혜경
ǻ
아템포
   
14000
2014�� 07��



■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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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한혜경 교수(노인복지)는 지난 10여 년 동안 1000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은퇴자(그중 90퍼센트 이상이 ‘은퇴남’이었다)들을 만나왔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300여 명에 대해서는 심층면접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연구를 위해 진행됐던 그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 또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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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금이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은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인생 6, 70년 시대의 ‘은퇴’란 오히려 축복이었다. 자신의 사회적 몫을 다했다는 뜻이었고, 이후에는 여생을 좀 누리다 조용히 세상을 떠나면 됐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은퇴는 또 다른 50년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삶 전체를 어떻게 행복하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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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 나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구나", "나와 가족의 간격이 이렇게 넓었다니", "내 남은 인생이 아직도 50년이다"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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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한혜경 

1954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와 사회복지학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의 친구들로부터 지나치게 사회과학적인 사고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또 사회과학자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인문학적인 사람으로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든 독특한 학력은 다양한 시각으로 더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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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40대 초반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사회복지학 가운데 노인복지를 세부 전공으로 연구하며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10년 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퇴직자의 일상생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은퇴자들의 심층면접 결과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 그리고 노인복지를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느낀 것들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구상했다. 현재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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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저자의 글 남자가 은퇴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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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첫 번째 후회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인생의 한창 때 나만의 시간을 가졌더라면 

세 번째 후회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하더니 

네 번째 후회 동료와 후배들에게 좀 더 친절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내 일을 정말 좋아했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 한혜경 교수의 은퇴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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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구나 

일곱 번째 후회 나를 ‘돈 버는 기계’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외로움과 좀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성급한 대박을 좇지 않았더라면 

열 번째 후회 내 몸을 조금 더 소중히 다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치열했던 그때부터 글을 썼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나만의 멋과 매력을 가꿨더라면 

# 한혜경 교수의 은퇴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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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나와 가족의 간격이 이렇게 넓었다니 

열세 번째 후회 가족에게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자식에 대한 투자, 상한선을 정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아내와 함께 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물질보다 경험을 더 많이 소비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감정을 전하는 법을 미리 배웠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여자들처럼 사는 법을 배웠더라면 

# 한혜경 교수의 은퇴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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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내 남은 인생이 아직도 50년이다 

열아홉 번째 후회 마흔, ‘불혹’도 좋지만 ‘열정’을 가졌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평생 친구 세 명쯤 만들어뒀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꿈을 담은 나만의 명함을 만들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혼자 사는 기술을 익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도와달라!’ 소리치는 법을 배웠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돈, ‘유비무환’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 한혜경 교수의 은퇴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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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래서 지금 멍하다

"후회요?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한 점이죠."

은퇴한 후에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내 질문에 대한 P씨(57세)의 대답이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걸 후회한다고? 하지만 얘기를 더 자세히 나눠보니 P씨의 말에는 최선을 다했다가 아니라 아무 데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직장 다닐 때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술 잘 마시고 의리 있고, 스킨십 좋은 사람으로 통했죠.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말짱 헛것이더군요."

"술자리의 정보가 생각처럼 많지 않았나 보죠?"

"아뇨. 정보야 넘치도록 많았죠. 그 정보란 게 주로 영양가 없는 것들이라 문제였지만요. A플러스급 고급 정보는 술자리에 떠돌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 엄청 시간이 걸린 셈이죠."


좋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술자리에 열심히 참석한 것과 은퇴 후에 후회하는 것과는 무슨 관계일까?

"은퇴하고 보니까 내 딴엔 열심히 한다고 한 것들이 한결같이 쓰잘데없는 것들이었어요. 성취감은커녕 아무 데나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는 거죠. 엉뚱한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느라 정작 소중한 걸 놓쳐버렸어요. 일에 올인하다 보니까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할 말도 없고, 뭘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할지 너무 막막하고……. 은퇴하기 전보다 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어요."


여기까지는 은퇴자들이 흔히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은 조금 달랐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점이에요. 나한테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해보는 일 없이 그냥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지금 멍할 수밖에요. 요즘 애들 말대로 멍 때리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어요. 은퇴하면서부터 머릿속이 하얘진 것 같아요."


사실 P씨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려서부터 할 수 있다는 구호에 맞춰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우며 성장했기 때문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소중한 일에 집중하라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하는 건 인생 60세 시대에나 통하던 미덕이다. 인생이 길지 않으니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치 않았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 충분했던 시대 말이다.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며 살아도 시간은 빨리 갔고, 일을 그만둔 후엔 남들 다 하는 해외여행이나 한두 번 다녀오고, 더 나이 들면 잠깐 앓다가 죽으면 되는 시대의 얘기다. 설사 잘못 살았다 한들 과거를 되짚어보며 후회할 시간도 많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행복했던 시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00세 시대는 그렇지 않다. 인생은 길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한다면, 길고 긴 노년의 세월을 과거에 매인 채 후회하면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100세 시대란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더 깊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소중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너무 숨차지 않게 달려 나갈 수 있는 그런 삶에 대한 기획이 필요한 시대다.



나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구나

나를 돈 버는 기계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내가 돈 버는 기계였냐? 뒤늦게 분노하는 남자들

몇 달 전에 은퇴했다는 B씨(58세)는 대뜸 자신을 두고 엄청 후회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씨의 객관적인 여건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경제적으로 별 걱정이 없다고 말하는 흔치 않은 경우이기도 했다. 그런데 웬 후회? 이제 시간도 있고 돈도 있으니 재미있게 사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애들이 어릴 때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애들 키우는 재미로 살았으니까요. 서로 바쁘니까 양쪽 집안 어른들 도움도 받고 남의 도움도 받으면서 키웠는데 아무튼 애들 양육하는 데는 서로 손발이 잘 맞았어요. 무엇보다도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그 비싸다는 사교육비도 부담할 수 있을 만큼 돈을 잘 벌었으니까 행복한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점점……, 부부 사이에도 할 말이 없어졌어요."

"무슨 특별한 갈등이 있었던 건가요?"

내 질문에 대해, B씨는 한참 만에 대답했다.


"애들을 모두 유학 보내고 나서, 어느 날 집사람이 말하더군요.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서로 자유롭게 살자. 당신도 바람피우고 싶으면 실컷 피워라. 단 조건이 있다. 돈은 한 푼도 잃지 않도록 하라, 라고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집사람한테 남자가 있었어요. 그래서 애들도 일찍 유학을 보냈던 거고……. 이혼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손해니까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뿐이죠."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콩가루 집안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B씨는 계속했다.

"그래도 은퇴하기 전까지는 일에 파묻혀 살면서 잊고 살았는데, 은퇴하고 나니까 정말 힘드네요. 집사람은 아직 회사에 다니니까 새벽에 나가서 오밤중에 들어와요. 밥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밥 같은 것보다 더 힘든 건 마치 내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투명인간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B씨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하지만 B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떤 때는 집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요. 내가 무슨 돈 벌어다주는 기계밖에 안 되냐? 그동안 내가 벌어온 돈 다 내놔라, 하고 소리치고 싶어요."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보호막으로 삼고 살았다

B씨는 한참 만에 덧붙였다.

"하지만, 저도 잘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스스로를 돈 버는 기계처럼 생각하면서 살아왔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돈도 벌지 못하니까……. 나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나는 가족들이 자신을 돈 버는 기계처럼 대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은퇴자를 많이 만났다. 특히 남편의 속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오로지 자녀에게만 신경 쓰면서 돈 벌어 오라고 들들 볶는 아내들에 대해 분노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자들이 피해자이기만 할까? 미안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B씨도 지적했듯이, 남자들 스스로 돈 버는 기계임을 자처한 측면도 있지 않은가? 문제는, 돈을 벌지 못하면 용도 폐기된 인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다. 내가 만났던 은퇴자 중에도 많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은퇴자들 말이다. "돈도 벌어오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아무 쓸모없는 인간 같다. 가족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든다!

젊은 시절에 돈 버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가족과 사회에 대해 의무를 다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인생의 과업이니까. 하지만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평가절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책임감 강한 가장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의 가치를 찾고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자존심(Self-respect)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난 앞에서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자존감(Self-esteem)은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건강한 자기중심성이 필요하다. 즉 자기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돌봐야 한다. 누가 나를 소중히 여겨줄까? 누가 나를 사랑해줄까? 바로 나 자신이다.



나와 가족의 간격이 이렇게 넓었다니

가족에게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약한 남자들

"나랑 애들이랑은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여기 오지 말고 그냥 거기서 혼자 사세요. 우리가 따로따로 사는 게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에요. 오래 고민한 결과 내린 결론이에요……."


12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온 O씨(54세)가 호주에 있는 아내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내용이다. 다음 달 예정인 은퇴를 앞두고 가족들과 합칠 생각에 가슴 부풀어 있던 O씨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하던 일 마무리하랴, 그동안 혼자 살던 원룸 정리하랴, 지저분한 살림살이 정리하랴, 정신없이 바쁘던 터에 받은 이메일로 인해 O씨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되고 말았다.


O씨는 지난 여름휴가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서 지냈던 나날을 되짚어보았다. 아내와 이런저런 일로 의견 충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아이들과도 내내 어색한 분위기에서 지냈던 것도 사실이다. 공항에서 자신과 끝내 눈을 맞추지 않던 아이들, 이번에 완전히 은퇴한다는 O씨의 말에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하던 아내의 표정도 떠올랐다.

"그래도 그때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매달 나오던 월급이 끊어지니까 당연히 아쉽고 걱정되겠지, 하고 무심히 지나쳤죠. 이런 메일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O씨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잃어버린 내 인생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요? 교수님. 우리 가족이 다시 합쳐질 수 있을까요?"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솔직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로서는, 혹시 이런 일이 있기 전부터 어떤 문제나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글쎄요. 전부터 아내가 저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다른 집 가장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도둑질이라도 할 정도로 희생적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였죠."

"아, 다른 집 가장에 비해서 덜 희생한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라고 하는 거였군요. 그렇다면 O씨는 어떠세요, 본인도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제가 양보하고 희생하는 편이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어떤 점에서 이기적인가?라고 자세히 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글쎄요. 내가 정말 이기적인가, 혼란스럽기도 했고……. 아무튼 난 이기적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어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제껏 버텨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교수님 말씀처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따져봤어야 했네요."


10년 넘게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가족을 뒷바라지하고, 은퇴와 함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도,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집착하면서 내가 정말 이기적인가?라고 고민하는 O씨가 너무 안타까웠다. 동시에, O씨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협박처럼 사용하면서 가장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해왔을 가족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최선을 다할게라고 말하라

대한민국의 젊은 가장들에게 말하고 싶다. 가족에게 책임감을 가지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도한 책임감은 좋지 않다. 과도한 책임감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가족에게 던지고도 가족을 실망시켰다는 죄책감을 갖게 하는 그런 것이다. 미안해라는 말을 남발하게 만들지만, 고맙다라는 말은 돌아오지 않는 그런 관계를 만들기 십상이다. 혹시 가족들이 요구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한번 자문해보라.


피차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라고 말하라. 그리고 실제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떠맡지 말라. 무엇보다 당신 자신을 중심에 두라.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가족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내 남은 인생이 아직도 50년이다

꿈을 담은 나만의 명함을 만들었더라면

명함 없이 나를 누구라고 소개해야 할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은퇴와 함께 버려야 할 것이 경력, 학력, 사회적 명성이라지만, 명함이야말로 은퇴와 함께 곧바로 버려야 할 물건이다.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물건이 아닌가.


그럼에도 내가 만난 은퇴자 중에는 퇴직한 후에 가장 아쉬운 것이 명함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이들은 말한다. "딸 결혼할 때 내밀 명함만 있다면……."


G씨(54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은퇴 후에 제일 당황스러운 게 명함 없이 자신을 소개하는 일이라고 했다. 전에는 명함 하나면 자신을 설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명함이 없으니까 너무나 허전했다. 아니 허전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며칠 전에도 친구 사무실에서 친구의 거래처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은 명함을 내밀면서 자연스럽게 OO사의 OOO차장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름 석 자만 달랑 말하려니까 뭔가 부족한 사람 같고……. 나중에 따로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했는데, 친구 명함에다가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것도 왠지 초라해 보여서 기분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어떤 분은 전 OO사 부장이나 아니면 OO사 과장 역임이라고 쓴 명함을 갖고 다니시더군요."

"저는 그렇게 전 OOO이라고 잔뜩 적힌 그런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 엄청 싫어했어요. 왠지 사기꾼 같고 신뢰가 가지 않았거든요. 사실 명함도 명함이지만, 무직 상태라는 게 더 문제죠. 하루 빨리 직장을 잡아서 내 명함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런데 일자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네요."


나만의 명함을 준비하자. 그것도 여러 개

미래학자들은 지금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평생 동안 직업을 적어도 대여섯 차례 바꾸며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요한 건 이게 대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생 단 하나의 직업만을 가지고 살아가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100세 시대란 여러 가지 직업을 섭렵하며 사는 걸 재미와 보람으로 여겨야 하는 시대다.


그러므로 이제 꿈이 사라졌다라고 말하지 말자. 꿈에는 나이가 없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분야의 재능과 열정을 아우르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명함도 마찬가지. 평생 하나의 명함, 회사 이름이 크게 박힌 명함만 좇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당신은 앞으로도 여러 개의 명함을 더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당신만의 개성, 당신만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명함을 구상해보시라. 이왕 만드는 김에 한 대여섯 개쯤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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