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당신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모든 생각의 출처를 추적한다!
“무엇이 내 생각과 행동을 만들었나?” 이 책은 색깔, 공간, 온도, 남의 시선, 편견, 문화, 상징, 이름, 그리고 명칭 등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조건들이 우리의 감정과 생각, 심지어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다양한 심리 실험과 자료 조사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요소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영향력들을 어떻게 통제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 저자 애덤 알터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조교수이자 심리학과 교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2009년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하버드, 예일, MIT, 스탠퍼드, 코넬, 시카고 대학교를 포함해 수많은 기관에서 강연했다. 또한 『아틀랜틱』『허핑턴포스트』『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다수의 잡지에 기고했으며, 「뉴욕 타임스」「이코노미스트」「뉴스위크」「월스트리트 저널」 「마리끌레르」 「보스턴글로브」「와이어드」에 그의 연구가 특집 기사로 소개된 바 있다.
■ 역자 최호영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구성주의에 대한 연구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있으며, 주로 이론심리학과 인문학 기반의 학제적 마음연구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인지와 자본』 옮긴 책으로 『식수 혁명』『앎의 나무』『학습된 낙관주의』『지혜의 탄생』『뇌의식과 과학』『가장 인간적인 인간』『영장류 게임』 등이 있다.
■ 차례
이 책에 대한 찬사
들어가며
1부 당신을 뒤바꾸는 주변 조건들
1장 생각을 만든 색채
범죄율을 낮추는 손쉬운 방법/ 정말로 색채가 의사결정을 지배할까/ 우리가 색에 반응하는 이유/ 같은 색깔, 다른 연상 작용/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색깔/ 낮은 평가 점수를 주는 색깔/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색깔/ 도덕적이거나 부도덕한 색깔
2장 생각을 만든 공간
공간이 심리를 조작한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장소/ 깊은 생각을 만드는 ‘껄끄러움’의 힘/ 고정되고 유일한 ‘나’는 없다/ 기억을 유리하게 만드는 장소
3장 생각을 만든 온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날씨와 기온/ 냉기가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행복을 만드는 날씨와 기후/ 궂은 날씨가 경계심을 부른다
2부 차이를 낳는 우리 사이의 세계
4장 생각을 만든 시선
남의 시선이 도덕성을 높인다/ 인간은 고립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진보의 시작은 흉내 내기로부터/ 친밀해지려면 그 사람을 모방하라/ 우사인 볼트를 달리게 하는 것/ 경쟁률이 높으면 더 치열해질까?/ 용감한 개인과 비겁한 군중
5장 생각을 만든 편견
인간의 동기를 이끄는 힘/ 미녀 앞에서 남자가 무모해지는 이유/ 선량한 흑인에게 총을 겨누지 마라/ 상상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든다/ 거짓을 말할 땐 거울을 치워라
6장 생각을 만든 문화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의 눈/ 개성의 세계와 조화의 세계/ 똑같은 말과 행동이 다른 반응을 낳다/ 문화가 만들어낸 색다른 질병들/ 상이한 두 문화는 공존할 수 없다/ 낙관하는 문화, 비관하는 문화
3부 우리 안의 사소하고도 거대한 힘
7장 생각을 만든 상징
부정적 상징의 부정적 영향/ 애플 로고가 왜 창의력을 높이는가/ 통증을 완화시키는 돈이라는 상징/ 정치 노선도 바꾸는 국기의 상징/ 십자가만 봐도 착한 마음이 생긴다/ 인성도 바꾸는 상징의 힘
8장 생각을 만든 이름
이름처럼 살게 된 사람들/ ‘카트리나’ 피해에 기부한 ‘K’들/ 쉬운 이름이 경력을 돕는다/ 뾰족한 이름과 둥글둥글한 이름
9장 생각을 만든 명칭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사실과 명칭 사이/ ‘흑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우등생’이라는 명칭이 우등생을 만든다/ 없는 것을 보게 하는 명칭
마치며
주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당신을 뒤바꾸는 주변 조건들
생각을 만든 색채
범죄율을 낮추는 손쉬운 방법
21세기로 접어들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는 도시 미화를 위해 푸른색 가로등을 설치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푸른색 불빛은 이 도시의 밤거리를 화려하게 비추고 있던 노란색과 흰색 불빛보다 더 매력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푸른색 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천상의 불빛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뒤 시의 범죄 통계국은 뜻밖의 흐름을 발견했다.
바로 새롭게 푸른색으로 물들인 장소에서 범죄행위가 극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찰차 지붕의 불빛을 흉내 낸 글래스고의 푸른색 조명은 경찰이 늘 감시하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이 불빛은 원래 범죄를 막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었지만 바로 이것이 이 불빛의 제 역할인 것처럼 보였다.
푸른색 불빛이 경이로운 치안력을 발휘한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본 나라 현의 경찰서에서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주요 지점에 152개의 푸른 불빛의 설치했다. 그러자 범죄율이 9퍼센트나 감소했다. 나아가 푸른 불빛은 또 다른 뜻밖의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의 정거장과 교차로에서 빈번히 발생하던 자살 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나아가 쓰레기나 잡동사니를 무단 투기하는 행위도 푸른색 조명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푸른 불빛은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환영받았다.
생각을 만든 공간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장소
펜실베이니아의 파올리는 필라델피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교외 병원인 파올리 기념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작은 안뜰이 내다보이는 병실에서 회복 기간을 보낸다. 1980년대 초반 한 연구자는 이 병원을 방문하여 1972년부터 1981년 사이에 쓸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 수술은 복잡하지 않지만 1970년대에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1, 2주를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다.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환자들보다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연구자는 혹시 병실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이런 회복률의 차이를 설명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병원의 한쪽에 있는 몇몇 병실들은 큰 벽돌담을 마주하고 있었고, 복도를 조금 더 내려간 곳에 위치한 다른 병실들은 자그마한 낙엽수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병실들은 이런 조망의 차이를 제외하곤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환자들의 회복 차트를 살펴보니 나무가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벽돌담을 마주하고 있는 병실의 환자들보다 하루 먼저 더 빨리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벽돌담을 마주한 병실의 환자들은 훨씬 더 우울했으며 고통도 더 크게 경험했다. 그곳 병실의 환자들에 대해 간호사들은 환자당 네 개의 부정적인 메모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격려가 많이 필요함 , 흥분해서 울 때가 종종 있음 같은 메모였다. 반면 나무가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은 병실에 머무는 동안 평균 한 건의 부정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나무가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들 가운데 병원에 머문 중간 시기에 강력한 진통제를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이 매우 적었던 반면, 벽돌담을 마주했던 환자들은 강력한 진통제를 평균 2~3회 맞았다.
바깥 경치의 차이를 빼면 환자들은 병원에서 똑같은 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측면도 매우 비슷했다. 이 연구자는 나무가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 개개인과 벽돌담이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 개개인을 연령, 성별, 체중, 흡연 여부, 환자들 돌본 의사와 간호사 등등의 측면에서 최대한 동일하게 일치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요인을 통제한 상황에서 나무를 내다본 환자들이 더 빨리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이 자연 경치가 내다보이는 방을 차지하는 행운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두 명의 환경심리학자들은 뉴욕 주 북부의 다섯 개 시골 지역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337가구의 부모들을 조사했다. 이 연구자들은 자연경관, 실내의 식물, 잔디로 뒤덮인 뜰 등에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각 가정의 자연도(naturalness) 를 평가했다.
이들 가구 중 몇몇 아이들은 딱히 싸움도 하지 않고 학교에서 벌도 받지 않는 등 스트레스가 적은 성장기를 보낸 반면, 다른 몇몇 아이들은 학교에서 들볶이거나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이 아이들의 행복과 안녕을 측정한 결과, 고난을 경험한 아이들은 지쳐 있었고 자존감도 낮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비교적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의 경우는 달랐다. 즉 주로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는 같은 스트레스에도 자연이 완충장치 역할을 한 것처럼 보였다.
생각을 만든 온도
냉기가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과연 물리적인 온기가 사회적 고립의 고통을 실제로 보상해줄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한 실험에서 학생들은 그 대학의 심리학과 로비에서 실험자와 만났다. 그리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4층에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중에 실험자는 같이 탄 학생의 이름과 실험 시간을 기록할 수 있도록 커피 잔을 잠깐만 들어달라고 그 학생에게 부탁했다. 이때 절반의 학생들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은 아이스커피가 담긴 잔을 들었다. 약 15초 뒤에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심리학 실험실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짧은 질문지에 응답했다.
질문지에는 익명의 A라는 사람 이 지적이고, 재주가 많고, 부지런하고, 의지가 굳고, 실제적이고, 신중하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이 A라는 사람의 성격을 여러 척도에서 평가해야 했다. 예컨대 그가 관대해 보이는가 아니면 인색해 보이는가? 또 그는 남을 배려하는가 아니면 이기적인가? 또 그는 매력적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또는 강한가 아니면 약한가? 연구자들이 학생들의 이런 평가를 살펴본 결과 조금 전 아이스커피 대신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었던 학생들은 A라는 사람을 상당히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평가했다(그러나 더 매력적이거나 더 강한 사람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결국 학생들은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있다는 신체적 감각을 A라는 사람이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은유적 의미로 혼동한 셈이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 학생들은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냉동고에 넣어 차게 만든 치료용 냉온팩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운 팩을 들었던 학생들은 나중에 자신이 외롭다거나 누군가와 사귀기를 간절히 바란다거나 이야기 상대가 없다는 말을, 따끈하게 데운 팩을 들었던 학생들보다 더 자주 했다. 그런가 하면 외로움을 느꼈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때를 회상해보라는 요청을 받은 또 다른 학생들은 나중에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따끈하게 데운 팩을 들고 있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신체적 온기의 감각이 사회적 접촉에 대한 욕구를 경감시킨 셈이었는데, 이것은 우리의 뇌가 신체적 온기와 사회적 온기를 매우 비슷하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차이를 낳는 우리 사이의 세계
생각을 만든 시선
친밀해지려면 그 사람을 모방하라
심리학자들은 모방 현상을 가리켜 카멜레온 효과 라고 부른다. 카멜레온은 몸의 색깔을 변화시킴으로써 짝짓기나 싸움의 의도를 드러내는데, 인간의 모방 행동도 이와 비슷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두 학생이 실험실을 방문해 몇 분 동안 서로 상호작용이 필요한 간단한 과제를 수행했다. 이때 두 학생 중 한 명은 실은 사전에 특정한 행동방식을 반복하라는 지시를 받은 연구팀의 일원이었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다른 학생 앞에서 이 연구팀의 일원은 경우에 따라 계속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미소를 전혀 짓지 않았고, 또 다른 학생들 앞에서는 얼굴을 여러 번 손으로 비비거나 발을 계속 흔드는 행동을 보였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은 상대방의 이런 미묘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에서는 많은 모방 행동이 관찰되었다. 즉 연구팀의 일원인 학생이 미소를 지어 보였을 때 상대편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세 배나 더 미소를 지었으며, 연구팀의 일원이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두 배나 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연구팀의 일원인 학생이 발을 흔들었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두 배나 더 발을 흔들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비슷한 실험에서는 연구팀의 일원인 학생이 상대편 학생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또는 상대편 학생의 행동과 전혀 닮지 않은 점이 없도록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은 둘의 상호작용을 되돌아보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을 따라했을 때 상호작용이 더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서로를 자연스럽게 모방할 뿐 아니라, 이런 모방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그들이 장차 친구 사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가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흉내 내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거동이나 태도를 따라할 만큼 그 사람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누가 나 자신을 흉내 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제삼자의 렌즈를 통해 나 자신의 행동을 평가해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생각을 만든 편견
상상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물리적으로 곁에 있어야만 심리적인 진통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연인의 사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힘든 시기에 연인의 사진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만든다고 한다.
한 실험에서 UCLA의 한 신경과학자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사귀어온 연인의 사진을 보면 고통을 더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지 조사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는 연인과 6개월 이상 사귀어온 28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팔뚝에 고통스러울 만큼만 뜨거운 탐침을 이용해 열 자극 을 가했다. 열 자극을 가하는 동안에 몇몇 여성들은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을 보고 있었고, 또 다른 여성들은 자신과 같은 민족의 남성이면서 연인만큼 매력적인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또 다른 여성들은 의자 같은 물체나 컴퓨터 화면의 작고 검은 모양을 보고 있었다.
실험 결과 열 자극은 언제나 약간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해졌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을 보고 있던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보다 그 자극을 5퍼센트 덜 고통스러운 것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연인의 사진은 연인의 손을 실제로 잡고 있을 때보다도 약간 더 효과적으로 고통을 무디게 해주었다. 이것은 사회적 지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살면서 사회적 지지를 실제로 받는 것만큼 고통이 효과적으로 무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이 강력한 진통제로 작용하는 까닭은 그것이 뇌의 두 주요 부위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MPFC)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부위는 뇌의 앞쪽 눈 바로 위에 위치한다. 이 부위는 최근에 많은 신경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음에 따라 이곳의 다양한 기능이 점점 더 많이 밝혀지고 있다. 고통의 감소와 관련해 이 부위에서는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가 나오는데, 이것은 옥시토신 호르몬과도 비슷하게 신체적 고통을 어느 정도 무효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 뜨거운 탐침이 닿은 곳의 신체적 경험에는 차이가 없지만,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에서 마치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속삭이듯 신호가 나오기 때문에 고통의 감각이 무뎌진다.
또한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은 뇌의 보상중추 역시 활성화시키는데, 그러면 우리의 주의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쏠리게 된다. 이렇게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보상중추가 함께 활성화되어 안전감을 유도하고 위험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며 전반적인 행복감을 자아냄으로써 내부의 고통을 줄이게 된다.
생각을 만든 문화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의 눈
현대 서양철학의 토대가 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사물을 맥락과 분리시켜 분석하는 경향이 강했던 반면,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은 사물과 맥락의 관계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이런 차이는 서양인과 동아시아인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학생들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탐구해보라고 요청했는데, 이 사진들에는 배경 한가운데에 한 물체가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사진에는 숲 속 개울가에 호랑이 한 마리가 서 있었고 또 다른 사진에는 높은 산맥을 배경으로 전투기 한 대가 날고 있었다. 나중에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전경에 있는 물체를 실험의 첫 번째 단계 때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체 질문의 70퍼센트를 옳게 대답할 정도로 이 과제를 꽤 잘 수행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었다. 즉 연구자들이 물체를 다른 배경 속에서 제시하자(예를 들어 숲 대신 초원 위에 서 있는 호랑이를 제시하거나 높은 산맥 대신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날고 있는 전투기를 제시하자) 중국 학생들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그들의 정확도는 6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으며, 그들은 전경에 있는 물체를 이전에 보았는지 좀처럼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중국 학생들이 이렇게 어려워한 까닭은 그들이 이미지를 회상할 때 눈의 움직임을 조사해보자 분명하게 드러났다. 미국 학생들은 전경에 있는 물체에 거의 모든 주의를 기울였으며 배경에 눈의 초점을 맞추는 시간은 상당히 적었다. 다시 말해 미국 학생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 반면에, 중국 학생들은 공자의 렌즈를 통해 광경을 바라보면서 전경의 물체만큼이나 배경에도 눈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특정 맥락 속에 있는 물체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 학생들은 그 물체가 다른 배경 속에서 나타났을 때 당황한 반면, 미국 학생들은 아예 처음부터 배경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안의 사소하고도 거대한 힘
생각을 만든 상징
애플 로고가 왜 창의력을 높이는가?
몇몇 연구자들은 애플 사의 로고에 매우 짧은 시간 노출된 사람들이 정말로 다르게 또는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시에 이 연구자들은 IBM 사의 로고에 노출된 사람들은 보다 덜 창의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왜냐하면 IBM 사는 지성, 책임 등을 연상시킬지는 몰라도 특별히 창의성을 연상시키지는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여한 3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애플 사의 네 가지 로고 또는 IBM 사의 네 가지 로고를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었다. 이 로고들은 매우 짧게 의식적 자각의 수준 아래에서 제시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화면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실제로 1초에 77번 제시되는 이미지를 뇌가 의식적으로 처리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두 회사의 로고에 노출된 학생들은 이후 특이한 사용 검사 라는 창의성 검사를 받았다. 이것은 벽돌이나 종이 클립처럼 평범한 물체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검사였다. 검사 결과는 연구자들이 예측한 것처럼, 애플 사의 로고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되었던 학생들은 IBM 사의 로고에 노출되었던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즉 IBM 사의 로고로 예비자극을 받은 학생들은 평범한 물체에 대해 평균 약 여섯 가지의 사용법을 제안한 반면에, 애플 사의 로고로 예비자극을 받은 학생들은 평균 약 여덟 가지의 사용법을 제안했다. 나아가 제3의 학생들에 의해 더 창의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창의성을 시사하는 상징에 10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된 것이 이들로 하여금 더 창의적으로 사고하도록 부추긴 셈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무슨 상징을 보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결과는 더욱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생각을 만든 이름
카트리나 피해에 기부한 K 들
모든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나이, 성별, 인종 그 밖에 기본적인 개인적 특징들에 대한 인구학적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거의 자동적인 범주화를 하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심리학자인 요제프 누틴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일종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래서 자기 이름에 들어가 있는 글자들을 그렇지 않은 글자들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은 자선 목적의 맨 앞에 자기 이름의 머리글자와 같은 글자가 나올 때 더 자주 더 많은 기부금을 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자들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일곱 번의 커다란 대서양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모금된 적십자 기부금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이름-글자 효과를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머리글자와 같은 머리글자를 지닌 허리케인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K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그때까지 발생한 허리케인 재난들에 기부한 액수는 전체 기부금의 4퍼센트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는 전체 기부금의 10퍼센트가 K를 머리글자로 가진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이는 자그마치 150퍼센트가 증가한 수치다.
생각을 만든 명칭
없는 것을 보게 하는 명칭
요즘 한창 유행 중인 명칭이 있다. 바로 경계성 성격장애(BPD) 라는 것이다. 100년 전의 히스테리만큼이나 많은 증상들을 포괄하는 이 장애에는 만성불안, 공허감, 강박적 충동, 불안정한 인간관계, 기타 수많은 행동 특성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여러 가지 다른 장애를 진단할 때도 이용된다는 점이며, 나아가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너무 성급하게 경계성 성격장애로 진단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환자들이 이런 진단을 받음으로써 겪게 되는 심리적 상처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데, 그 까닭은 이 명칭이 포괄하는 증상들이 너무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경계성 성격장애로 진단된 환자들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이 명칭이 유행하기 전이라면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명칭의 오명에서 벗어났을 몇몇 환자들은 오늘날 이를 치료하려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잡다한 것들을 포괄하는 유일한 명칭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경계성 성격장애나 히스테리 못지않게 많은 증상들을 거느리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한 학년 안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데, 이것은 단순히 아직 덜 성숙한 아이들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히스테리 , 경계성 성격장애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같은 명칭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장애의 진단이 촉진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장애인 이라는 명칭을 떠안고 사는 사람들이 단지 자신이 가시적인 오점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부당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명칭의 위력은 실로 막강한 것이어서 이것은 우리의 지각방식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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