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이 달라졌다

   
이경수
ǻ
미디어월
   
13000
2014�� 02��



■ 책 소개 


우리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일까?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자 『마흔의 심리학』의 저자인 이경수가 인생과 사회의 선배로서 자신을 더 좋은 길로 이끌어줄 만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공부, 직업, 외모, 행복, 독서, 스마트폰, 명품, 도전, 인간관계’ 등 아홉 가지에 대해 먼저 사춘기를 지나오고, 인생을 살아본 아빠가 딸을 위해 준비한 작은 인생 수업이다. 






■ 저자 이경수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부모는 결코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부모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로 마음을 돌렸다. 지금은 두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부산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기자로 일했다.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를 해왔다. 나이 마흔 즈음해서는 남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마흔의 심리학』을 썼다. 





■ 차례 


프롤로그 






1장 공부 : 곧잘 하던 아이가 무너질 때 


2장 직업 : 알 수 없는 미래에 힘겨워하는 내 아이야 


3장 외모 : 십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4장 행복 :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모르는 고민들이 있다 


5장 독서 : 그곳에 네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 


6장 스마트폰 : 가까워지고 싶어서 오히려 멀어지는 시대 


7장 명품 : 스스로 소비 결정자가 되기 전에 


8장 도전 : 너의 삶이 잊을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길 


9장 인간관계 : 누구나, 언제나 사람과의 갈등은 있다 






에필로그




어느 날, 딸이 달라졌다


공부 : 곧잘 하던 아이가 무너질 때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난 아이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 딸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물어왔다. 그건 나 역시도 학창시절 품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당시 나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은 과목을 너무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흘러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딸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걸 계기로 가만히 과거를 곱씹어보니 그때 배웠던 과목들이 살아가면서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은 아니더라도 삶을 조금은 풍부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다고나 할까.


사실 교과서만큼 그 분야의 핵심 콘텐츠를 모아놓은 것은 없다. 국어와 영어 교과서에 실린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수학 문제가 잔뜩 실린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생활 속에서 수학 시간에 배운 방법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회 교과서는 우리 생활과 더 밀착돼 있다. 거기에 실린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같은 것들은 우리가 TV나 신문 등 매스컴에서 늘 접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음악, 미술, 체육 같은 과목들은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주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엄청난 양의 지식들이 내 뼈와 살이 된 것 같다.


공부를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냉철하게 비교해보면 누가 더 구체적이고 큰 꿈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전자다. 꿈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한층 더 실현 가능하게 구체화된다. 이런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아이의 꿈은 마침내 실현된다.


요즘 세계 각국은 양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본인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 신분 상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게 훨씬 어려워졌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을 더 많이 접한 부모와 가정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공부를 할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분류, 습득하게 되고, 그런 정보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 선택할 패를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할 때 단 하나의 선택 기회만 갖고 있다면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사람은 비굴해지거나 무모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여분의 패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공부를 한다는 건 여러 장의 카드를 보유할 기회를 만드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 바로 공부이기도 하다.


공부는 아이들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학창시절만큼 보살핌과 배려, 새로운 지식의 가르침 등을 받는 특권의 시기가 없다. 따라서 공부가 학생의 의무임을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려 하기보다 특권임을 이해시키면서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공부하느라 밤늦게 들어온 아이들을 보며 안쓰러워하기보다는 공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후회 없이 쏟아보라고 격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 공부하느라 밤을 세워보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훗날 커서 돌이켜볼 때 그때가 그래도 내 인생의 황금기였어라고 회고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그런 기억조차 갖지 못한 아이로 내 딸을 키우고 싶지는 않다.



외모 : 십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너

비누와 세제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유니레버가 2013년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미국연방수사국(FBI)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고 산호세 경찰서에서 법의학 미술 전문가로 활동했던 길 자모라(Gil Zamora)는 유니레버의 도움을 받아 커튼으로 가려져 외모를 전혀 볼 수 없는 여성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설명하는 말만 듣고 그 여성들의 몽타주를 그렸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실험 참가자의 외모를 설명하는 말만 듣고 역시 몽타주를 작성했다. 즉, A라는 여성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말을 듣고 A의 몽타주를 그리고, B라는 사람이 A의 외모를 설명하는 말을 듣고 역시 A의 몽타주를 그린 것이다.


그런 후 두 그림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은 남들이 자신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스스로를 못생기게 평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3자의 평가가 당사자의 평가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던 것이다. 이 실험을 마친 유니레버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십대는 십대라는 이유만으로 아름답다. 얼굴에 여드름이 울긋불긋 돋고 팔뚝과 다리에 살이 통통하게 붙어도 그게 오히려 더 예쁘고 귀엽다. 발그레한 볼은 꼬집어보고 싶을 만큼 곱고, 뽀얗고 탱탱한 피부는 그 자체로 빛난다. 여기에 뭘 더할까? 보석에 치장을 하면 오히려 그 아름다움이 반감되는 것처럼 십대 청소년들의 화장 역시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가려버린다. 난 우리 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민낯으로도 자신 있게 거리에 나설 수 있는 특권은 십대에게만 있는 거야.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화장을 하지 않고는 밖에 잘 나갈 수 없단다. 화장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도 많지.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너희들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렴."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보다 타인이 원하는 것에 맞춰 사는 게 인간이란 것이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또한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말은 특히 여성의 외모에 대한 욕망에 딱 들어맞는다. 연예인이 하는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고, 그들이 바르는 화장품을 바르고, 그들이 입는 옷을 입는다. 심지어 그들을 닮기 위해 성형수술도 불사한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타인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다. 그렇다고 그들을 닮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망만 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불만만 쌓여간다. 나를 똑바로 직시하고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해야만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내 딸들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말이다. 그 아름다움은 마음을 먼저 열어 보이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숨기고 감추면 표정도 성격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 어두움은 결국 몸을 통해 밖으로 표출된다. 그게 외면의 아름다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화장으로 얼굴의 잡티를 가릴 수는 있어도, 어두운 표정까지 감출 수는 없다. 어두운 표정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밝은 마음가짐이고, 그것은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세상에 열어 보이는 데서 나온다. 난 내 딸들이 자신의 단점까지 내어 보일 수 있는 그런 당당하고 강한 아름다움을 갖길 바란다.



행복 :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모르는 고민들이 있다

부모가 다 해주는데 무슨 고민?

딸아이는 카카오스토리, 일명 카스란 걸 한다. 이것은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친구들이 그것을 보고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바일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여행 다녀온 사진을 카스에 올렸다면서 보라고 하기에 앱을 내려받아 설치했는데, 그걸 본 딸아이가 자기 카스에도 친구 신청을 하라고 해서 딸과 카스 친구가 됐다. 이후 난 카스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카카오스토리를 띄워보았는데, 우리 딸아이가 쓴 글이 맨 위에 올라와 있었다. 딸이 올린 글들을 읽어보았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그룹 스윗 소로우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고, 라면으로 만든 야식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그러다 이런 글을 발견했다. 지금 너무 우울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좋았다 우울했다 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 아래엔 친구들이 남겨놓은 나도 그래 힘내라 같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난 딸아이가 그런 상태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더러 올라와 있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 난 잘하는 것도 없고, 꿈도 없는 것 같다. 이런 내가 너무 싫다 오늘 기분 최악이다 같은 글들을 마치 독백처럼 카스에서 읊조리고 있었다.


"네가 무슨 걱정이 있겠니?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엄마, 아빠가 다 사주잖아. 넌 공부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아. 어른 돼봐라. 얼마나 고민이 많은지 아니? 그럴 때가 좋을 때다." 이렇게 말하며 어른의 시각에서 딸아이의 상태를 아무 고민 없음으로 단정지었던 게 후회스러웠다.


201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 중학교 1~3학년생, 고등학교 1~3학년생 총 9,903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에 대해서 조사했다. 여기서 전체의 4.4퍼센트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21퍼센트는 행복하지 않는 편이다 54.9퍼센트는 행복한 편이다 19.7퍼센트는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는 학업 부담이 전체의 36.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미래 불안이 18.6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과 원만치 않은 친구관계는 각각 11퍼센트와 9.1퍼센트였다. 외모와 신체적 조건은 6.8퍼센트,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5.3퍼센트였다. 기타는 12.8퍼센트였다. 여기서 응답자가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 고등학생이냐를 따지면 꽤 괜찮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학업 부담부터 살펴보자. 초등학생은 전체의 27.4퍼센트, 중학생은 39.9퍼센트, 일반계 고등학생은 44퍼센트, 전문계 고등학생은 17.3퍼센트가 학업 부담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미래 불안에 대한 고민은 초등학생은 5퍼센트, 중학생은 14.7퍼센트, 일반계 고등학생은 28.7퍼센트, 전문계 고등학생은 30.9퍼센트이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은 초등학생이 17.7퍼센트, 중학생이 11.9퍼센트, 일반계 고등학생 4.6퍼센트, 전문계 고교생 13.9퍼센트였다. 원만치 않은 친구관계는 초등학생이 16.9퍼센트, 중학생이 10퍼센트, 일반계 고교생 2.5퍼센트, 전문계 고교생 10.4퍼센트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나이에 따라,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불행과 행복은 크게 달라진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시간이 약이다란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괴로워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정말 불행할까? 그렇다면 불행의 정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일까? 그렇게 점수를 매겨 보면 자신이 처해 있는 불행의 정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불행이 불행한 이유는 점점 더 불행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는 데 있다. 불행하다고 느끼면 다른 많은 것들을 불행의 조건으로 돌려놓는다.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자신의 삶이 초라하고 불행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매콤한 떡볶이도, 달달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룹 블락비의 노래도 다 싫어진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불행의 감정을 더 증폭시키는 것 같다. 주위 모든 것들이 예전과 똑같다는 사실에 내 불행은 더욱 깊어진다.


점수만큼 객관화할 수 있는 것도 드물다. 고민되고 힘들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겨질 때 그 정도를 점수로 한번 환산해보라. 선뜻 100점을 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런 불행도 언젠간 지나갈 거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라.



명품 : 스스로 소비 결정자가 되기 전에

진정한 스마트컨슈머가 되는 법

마케팅 컨설팅 전문 기업인 얀켈로비치(Yankelovich) 연구소가 도시인의 상업적 메시지 노출과 반응에 대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인들은 하루 평균 3,000여 건의 상업적 메시지에 노출된다고 한다. 상업적 메시지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메시지, 즉 광고라고 보면 된다. 하루 잠자는 시간을 8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은 16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1분에 3.125개의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런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걸 사라"고 유혹을 한다.


그렇다고 그걸 다 살 수는 없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한다. 그러자면 제품에 대한 지식과 그걸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면 티셔츠 한 장을 사고, 커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여러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서 선택한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딸들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맘에 든다고, 싸다고, 유행이라서 쉽게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딸아이가 명품 옷이나 가방, 화장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될 때 적용할 어떤 원칙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사진작가 윤광준은 제품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제품을 보는 깊은 안목으로 직접 사용해본 제품들 가운데 60개를 골라 『윤광준의 생활명품』이란 책을 펴냈다. 여기에는 단돈 1,000원 하는 막걸리부터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전거까지 다양하다. 그는 이 책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오래 쓸 물건이라면 값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둘째, 좋아하는 일에 걸맞은 물건의 격을 갖추는 일은 흉이 되지 않는다.

셋째, 좋은 물건의 효용성은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넷째, 최고의 물건을 갖기 위해선 그것을 지닐 자격을 갖춰야 한다.


넷째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독일 스톡 사의 오가닉 자전거를 보며 "자전거가 초라해지지 않도록 역량과 체력, 감성마저 갖추는 노력은 나의 몫이다. 물건을 의미로 바라보면 언제나 자신이 먼저 갖추어야 할 문제가 저절로 진단된다"고 말한다.


나는 "최고의 물건을 동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더 높은 세계와 경지를 자각하려는 의식의 환기"란 그의 명품 예찬론에 수긍하면서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을 자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 자신에게 이식하려는 행동"을 하기 위해 명품을 구입한다면 얼마든지 찬성한다.


여기에 내 의견을 한 가지 덧붙이면 오래 쓸 물건,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가격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평생 살 집, 자손에게 물려줄 피아노, 10년 이상 타는 자동차 등을 살 때에는 몇 십만 원 정도에 흔들려 눈높이를 낮추지 말아야 한다. 좀 싸게 산 후 볼 때마다 후회하는 것보다 원하는 조건을 갖춰 산 후 평생 흐뭇하게 미소 짓는 게 훨씬 낫다. 이렇게 물건에 대한 자신만의 안목과 식견을 갖춘다면 그런 것들이 주는 색다른 행복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 : 누구나, 언제나 사람과의 갈등은 있다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길 때

우리 딸들은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상급학교, 사회활동, 결혼 생활 등의 환경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갈등에 휘말리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성격, 자라온 환경, 사고방식,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취미, 관심사 같은 게 다 다르니까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맞게 될 때 난 우리 딸에게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갈등을 초래한 상황에 대해 화를 내며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고 그 원인부터 먼저 따져보아라." 어떤 갈등이든 혼자만으로는 빚어지지 않는다. 갈등에 휘말린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책임의 크기를 비교한다. 당연히 자신은 상대에 비해 책임이 더 작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한다. 그 결과,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골만 더 깊어진다.


그럴 땐 원인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한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 자신과 좀 동떨어진 위치에 서서 나의 행동을 바라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나의 행동을 녹화했고, 그 영상을 내가 본다고 생각하면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그러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잘못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해봤는데도 내겐 별 잘못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된다. 상대에게 내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내가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려고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노력한다고 내 입장이 이해받는다면 애당초 갈등 자체가 빚어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인간관계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다 보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나를 맞출 때가 많다. 그러면 삶 자체가 피곤해진다. 물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시각에서 내 행동을 바라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보되,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나를 중심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맞춰 살지 않아도 되니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든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하나 있다. 나를 중심으로 올려놓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먼저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을 받으면 구체적이고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럴 때 이렇게 해보면 도움이 된다.


우선 흰 종이와 연필을 꺼낸다. 그리고 종이에다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적어본다. 이름, 나이, 학교, 학년, 반, 혈액형에서부터 각 과목의 실력, 내 성격의 장점과 단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내게 부족한 것, 나의 모난 점, 친한 친구, 부모님의 성격, 나에 대한 부모님의 애정 정도, 가정 형편 등등에 대해 기록한다. 이런 과정만으로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된다.


그런 후 장점과 잘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지, 단점과 못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보완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 형편을 생각해보니 학원에는 다닐 수 없다고 치자. 예전 같으면 가난한 형편을 비관하면서 한탄만 했을 텐데, 이번엔 다를 것이다. 부모님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서 학원에 다닐 방안을 마련해보든지, 그게 안 되면 인터넷 강의를 듣든지 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장점을 부각시키고 실력을 키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중심에 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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