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공부

   
조윤제
ǻ
흐름출판
   
15000
2014�� 03��



■ 책 소개 


고전 속 현자와 영웅들의 격이 다른 대화들… 


말을 제대로 품격 있게 하는 자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천하를 얻는다! 


대화에는 격이 있어야 하고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현재 기획과 번역을 통해 집필 활동에 열중하고 있으며, 동양고전 100여 권을 원전으로 읽으면서 문리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된 저자 조윤제가 시공을 뛰어넘어 지혜의 정수로 남은 역사 속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말공부뿐만 아니라 사람공부, 나아가 인생공부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는 자신은 물론 사람을 다스리는 말을 하고 싶다면, 더불어 사람공부를 하고 싶다면, 먼저 말을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을 조언한다. 이 책에는『논어』『맹자』등의 철학서,『사기』『십팔지략』등의 역사서,『설원』『세설신어』등의 설화집을 비롯한 수십 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현자와 영웅들의 명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떤 때는 촌철살인으로, 어떤 때는 이심전심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의 말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말의 지혜를 전해준다. 





또한 이 책은 공자, 맹자, 장자 등 세기의 철학자들이 어떻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진리를 전했는지, 유방, 항우, 유비, 조조 등 황제를 꿈꾸던 영웅들이 어떤 말로 역사의 극적인 반전을 이뤘는지 등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2500년 동양고전 속에 펼쳐지는 놀라운 말의 향연 속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 저자 조윤제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마케팅실에서 근무했다. 삼성전자 근무 당시에는 대소비자 판매 캠페인, 전사 사원판매제도 등을 기획, 주관하는 등 기획통으로 이름이 높았다. 삼성영상사업단 (주)스타맥스의 마케팅 팀장, 문구유통기업의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출판계로 진출하여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뜨인돌 출판사의 부사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기획과 번역을 하며 집필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첫 책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열정적으로 탐독했고, 특히 『논어』『맹자』『사기』 등을 비롯한 동양고전 100여 권을 원전으로 읽으면서 문리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양 고전이야말로 오늘을 읽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지혜의 보고임을 깨닫고 그것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차례 


머리말_ 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제1편 촌철살인(寸鐵殺人), 단 한 마디로 끝내라 


마음을 헤아려주는 진심의 한 마디 | 말로 마음을 어지럽혀라 | 극적인 반전을 만드는 역전의 한 수 | 상대가 좋아하는 것으로 말하라 | 스스로를 추천하라, 절묘한 방법으로 | 말은 뜻을 전달하면 그만이다 | 자신 있는 사람은 말이 간결하다 





제2편 언중유골(言中有骨), 평범한 말 속에 깊은 뜻을 담는다 


마음의 밝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라 | 겸손한 말 속에 은근히 자신을 내세우다 | 은근히 말하되 확실히 알게 하라 | 되로 받았으면 말로 갚아주라 | 말과 외모만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 말에도 호연지기가 있다 | 반전의 한 마디로 감동을 배가시켜라 |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제3편 지피지기(知彼知己),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대화해도 위태롭지 않다 


같은 물음, 다른 대답 |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라 | 상대의 눈높이와 마음을 헤아린다 | 진리는 하나여도, 적용은 사람에 따른다 | 상대가 귀하게 여기는 것을 주라 | 꼭 필요한 가르침을 담는다 | 장점을 먼저 꺼내고, 가진 것을 칭찬하라 | 답을 주지 말고 질문으로 유도하라 





제4편 언어유희(言語遊戱), 유머와 감성으로 통하라 


질질 끌지 말고 유머로 끝내라 | 허황된 말에는 더 허황되게 | 어려울수록 해학을 잊지 않는다 | 교만한 자 보내는 법 | 여유 있게 기지를 발휘하라 





제5편 우화우언(寓話寓言), 이야기로써 풍자와 교훈을 전한다 


권위 있는 자의 힘을 업어라 | 감정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라 | 이미지로 간언하라 | 잘 아는 것으로 이야기하라 | 상징적으로 말해 호기심을 유발하라 





제6편 이류이추(以類而推), 비유와 인용을 활용한다 


만인이 이해하는 언어로 통하라 | 비유로 깨닫게 한다 | 묶었다면 풀어주라 | 설득할 상대방의 말을 인용하라 | 한 걸음 물러서서 보게 하라 | 군자의 말을 인용한다 | 세상 모든 것이 스승이다 | 스스로 깨닫게 하라 





제7편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 말한다 


사사로운 이익보다 마음 한 조각을 얻으라 | 통하는 건배사 | 명마보다 백락을 찾으라 | 꾸밈없이 진솔하게 격려한다 | 소리를 내지 않는 심중의 말이 들리는가 | 가슴을 뒤흔드는 한 수를 던져라 | 말이 아닌 것으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제8편 일침견혈(一針見血), 한 방에 핵심을 찔러라 


사람을 제대로 쓰는 자, 천하를 얻는다 | 큰일을 앞두고 작은 예의에 연연하지 마라 | 궁지를 타개하는 비장의 한 수 | 잘못을 간언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 침묵으로 대답하다 | 군자는 자신이 맡은 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다른 곳을 두드려 깨닫게 한다 





제9편 선행후언(先行後言),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부하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모셔라 | 말보다는 쇼를 하라 | 작은 징조도 허투루 보지 않는 통찰 | 먼저 행동으로 보여라 | 소신대로 행동하다 





제10편 일언천금(一言千金), 사람을 살리는 말, 망하게 하는 말 


같은 말도 다르게 말하라 | 생명을 살리는 한 마디 | 긍정의 말은 힘이 있다 |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라 | 변명하지 마라 | 모든 패를 다 내보이지 마라 | 망하는 말 두 가지 | 간사한 자의 말을 판단하라 | 만장일치의 치명적인 위험을 경계하라




말공부


촌철살인(寸鐵殺人), 단 한 마디로 끝내라

마음을 헤아려주는 진심의 한 마디

공자가 광나라 땅에서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이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 나타났다. 공자는 혹시 제자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여 안절부절못하다가 제자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그러자 안연이 대답했다.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죽겠습니까?" 『논어』선진 편


안연은 뛰어난 재능과 학식을 자랑했고, 도에 관해서도 높은 경지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적재적소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는 말솜씨까지 뛰어났던 것 같다. 물론 여기서 말솜씨란 진심이 담긴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 능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한 마디가 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대화법에 TPO가 있다.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말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진정한 말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 안연의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 상대의 말과 함께 상대의 심중에 담긴 의미까지 제대로 읽고서 자신의 마음속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상대는 진심으로 감동을 하게 되고, 그 대화는 단지 기술적인 대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하는 대화가 된다.


극적인 반전을 만드는 역전의 한 수

한고조(유방)가 한신과 더불어 여러 장수들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고조가 물었다. "나는 얼마나 되는 군사를 다룰 수 있겠소?" "폐하께서는 잘해야 10만 명 정도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경은 어떠하오?"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요." 고조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군사를 잘 거느린다면서 어떻게 사로잡혀 내 부하 노릇을 하고 있소?" "폐하께서는 군사를 거느리는 데는 능하지 못하지만, 그 군사를 거느리는 장수를 다스리는데 능하십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하늘이 주신 것인데 사람이 감히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사기』열전


참으로 놀라운 역전의 한 방이다. 고조는 신하인 한신이 말하는 것을 보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화통이 터졌을 것이다. 속으로 부글부글 화를 끓이던 순간, 한신이 던진 마지막 한 마디로 그동안의 섭섭함과 노여움이 거품처럼 사라지고 뜻밖의 희열을 느꼈음이 틀림없다. 자신은 군사를 다스리는 장군인 데 반해 유방은 그 장군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유방의 그 능력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주어진 것인데 어느 누가 감히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 이상의 극찬은 없을 정도의 말이다.


물론 이러한 반전의 대화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잘못해서 자신이 의도하는 말을 다 하지 못하거나, 대화를 계속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더욱 이러한 대화법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는 상사와 크게 부담이 없는 대화를 나눌 때 이런 대화법을 사용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만하게 자신은 높이면서 상사를 낮추는 말에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자신을 높여주는 반전에 짜릿한 대화의 묘미를 느낄 것이다.



언중유골(言中有骨), 평범한 말 속에 깊은 뜻을 담는다

겸손한 말 속에 은근히 자신을 내세우다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너와 안회 중에 누가 더 나으냐?" 자공이 대답했다.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그보다 못하리라. 나와 네가 모두 그보다 못할 것이다." 『논어』공야 장


위의 말을 보면 자공의 말은 겸손하기 짝이 없다. 공자는 자부심이 강한 자공이 이렇게 겸손하게 굽히는 모습이 좋았을 것이고, 자신이 인정하고 있는 수제자 안회를 높이는 모습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공의 말을 잘 들어보면 무조건 겸손한 것만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알고, 부족한 사람은 하나를 들어도 하나도 건지지 못한다. 하나를 알려주었을 때 둘을 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경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해보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만약 그 사람이 뛰어나고 장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인정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무조건 겸손하기만 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겸손한 가운데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표 나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자신을 높여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자로가 자고를 비 땅의 읍재(邑宰)로 삼자 공자가 말했다. "남의 자식을 망치는구나." 그러자 자로가 대답했다. "다스릴 백성이 있고, 받들 사직이 있는데 하필 책을 읽고 난 후에야 공부를 했다고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이래서 말 잘하는 자를 미워하는 것이다." 『논어』선진 편


공자는 자고가 아직 어리고 미숙하기 때문에 이른 출세가 그의 앞날을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자로는 꼭 책을 읽고 난 후에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미숙하더라도 정치를 통해서 도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로는 공자의 가르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가르침을 주는데도 불쑥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고 말았다. 스승의 말을 깊이 생각하고 말했다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꾸짖는 말에 기분이 나빠서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말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자가 말만 번드르르한 녀석! 하는 뜻으로 말을 한 것이다.


지혜롭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말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떠들고 다닌다. 한 마디로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아도 그 인격이 저절로 언행에서 풍겨 나온다. 말이 곧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말 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모두 열심이지만 이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꼭 말해야 할 때 말할 줄 아는 능력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 번 대화해도 위태롭지 않다

같은 물음, 다른 대답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좋은 말을 들으면 곧 실천해야 합니까?" "부모형제가 있는데 어찌 듣는 대로 바로 행하겠는가?" 다음에 염유가 같은 질문을 하자 공자가 대답했다. "들으면 곧 행해야 한다." 공서화가 물었다. "왜 자로와 염유의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염유는 소극적인 성격이라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논어』선진 편


공자는 지행합일(知行合一), 즉 지식과 실천이 함께 해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 세 사람에게 깨우침을 준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나대는 성격인 자로에게는 신중한 처신을,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염유에게는 적극적인 실천을, 그리고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서화에게는 세심한 설명으로 상황을 깨닫게 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우리는 배움이란 모든 상황에서 다 같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품과 상황과 지식의 정도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사람에게 통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같은 물음에도 상대에 따라 가장 적절한 대답을 해주는 것이 올바른 대화의 방법이다.


상대의 눈높이와 마음을 헤아린다

공자 일행이 길을 가다가 쉬기 위해 잠시 멈췄는데, 타고 다니던 말 한 마리가 빠져나가서 남의 농작물을 뜯어먹었다. 그러자 그 밭의 주인이 말을 붙잡아 버렸다. 말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제자 자공이 설득하겠다고 나섰고, 열심히 설득을 했지만 농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때 공자를 막 따라나섰던 한 시골뜨기가 나서서 그 농부를 만나 말했다. "그대가 동해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나 또한 서해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니 나의 말이 어찌 당신의 이삭을 뜯어 먹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러자 그 시골 농부는 크게 공감하고, 기쁘게 말을 풀어서 넘겨주었다. "아까 왔던 사람과는 달리 훌륭한 말솜씨를 지녔구려." 『여씨춘추』


자공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말솜씨를 지닌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자공도 한낱 농부를 설득하지 못한다. 자공의 말은 기본적으로 교양이 있는 사람에게는 통하는 말이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전혀 통하지도, 알아듣기도 힘든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자를 따라다닌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시골뜨기는 화가 나있던 시골 농부를 멋지게 설득하여 붙잡힌 말을 되찾아 왔다. 도대체 그는 어떤 말을 했을까? 그 구절을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다.


"만약 내가 서해에서 농사를 짓고 당신이 동해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서로 만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당연히 내 말이 당신의 이삭을 뜯어 먹을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그렇지 않았기에 우리는 서로 만나게 되었고, 내 말이 당신의 이삭을 뜯어 먹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무디고 거친 말이지만 이 말은 시골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는 이야기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무식한 농부를 설득하는 데는 무식한 시골뜨기에 미치지 못한다. 무식한 시골 농부를 설득하려면 먼저 그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어떻게 하는가? 먼저 상대방을 읽고 그 사람의 마음과 상황에 맞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나의 언변을 자랑하면서 마치 서로 다른 나라 말을 하듯이 일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병법 전략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이 말은 대화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진리이다. 아무리 멋있고 아름다운 말이라고 해도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되고 만다.



이류이추(以類而推), 비유와 인용을 활용한다

비유로 깨닫게 한다

계장자가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만약 무도한 자를 죽여서 올바른 도리를 세우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선생께서는 어찌 죽이는 방법으로 정치를 하려고 하십니까? 선생이 선해지면 백성도 선해집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입니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눕기 마련입니다."『논어』


공자는 계속 가르침을 주어도 계장자가 알아듣지 못하자,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비유로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위정자를 바람에, 백성을 풀에 비유했다. 풀이 혼자 힘으로 누울 수 없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듯이, 위정자가 백성이 바르지 못한 것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불고 있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오늘날 탁월한 언변을 가졌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공통적인 것은 비유로 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비유는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뜻을 가장 잘, 그리고 확실하게 알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비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고,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설득할 상대방의 말을 인용하라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하자 공자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위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왜 가는가?" "위나라 군주는 나이가 젊어 혈기왕성하고, 함부로 국력을 소진하고,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백성의 죽음을 가볍게 여겨 죽은 시체가 연못에 가득하고, 백성들은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습니다. 잘 다스려지는 나라를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라. 의원의 집에 환자가 많은 법이다. 저는 배운 대로 행하고 싶습니다. 그 나라로 가서 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장자』


공자는 위나라 왕의 포악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하는 제자를 말리고 싶었다. 안회는 이와 같은 공자의 반응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 공자가 했던 말을 인용하여 스승을 설득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고, 더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이 했던 말을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는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 무조건 내 생각만 주장해서는 상대방을 끌어들일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이가 했던 말이나, 적절한 사례를 적절하게 인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가 설득을 해야 하는 그 사람이 했던 말 중에 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그 말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신이 직접 했던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힘이 있고 모든 논리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 말한다

꾸밈없이 진솔하게 격려한다

제나라 왕의 신하 양구거가 안자의 인품과 재능을 부러워하여 안자에게 말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선생에게 미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안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듣기로 행하는 자는 항상 성취하기 마련이고, 걷는 자는 포기하지 않으면 끝내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나라고 해서 남과 다르지 않습니다. 항상 움직여 쉬지 않았을 뿐입니다. 선생께서는 어찌 미치지 못한다고 하십니까?" 『안자춘추』


양구거는 함께 경공을 모시면서 보아 왔던 안자의 재능과 탁월한 말솜씨를 부러워하며 안자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했다. 그러자 안자는 자신 역시 날 때부터 뛰어난 사람은 아니고 단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고 양구거를 격려했다. 자신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솔직히 이야기해주고, 함께 노력해서 성장하자고 격려한다. 양구거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마음가짐 역시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와의 말싸움에서 항상 이긴다든지, 재미있는 말로 상대방을 즐겁게 만든다든지, 상대를 잘 설득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고민을 토로할 때 따뜻한 말로 격려하며 새롭게 힘을 얻게 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이런 솔직한 격려를 받을 때 힘을 얻는다. 그 사람에 대한 존경심도 더 커진다.


가슴을 뒤흔드는 한 수를 던져라

유비의 아들 유선은 열일곱 살에 유비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다. 유비는 임종하면서 승상 제갈량에게 유선을 부탁했다. "그대의 재주는 조비(조조의 아들)의 열 배가 되니 틀림없이 나라를 안정시키고 천하 대사를 이룰 수 있을 것이오. 내 아들 유선이 많이 부족하니 보좌할 만하면 보좌할 것이되, 만약 불가하다고 생각되면 아들을 폐하고 그대가 스스로 대권을 가져도 좋소."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신이 어찌 감히 온 힘을 다해 충성하지 않겠습니까? 목숨을 바쳐 폐하가 보위를 잇도록 하겠습니다." 『십팔사략』


과연 유비는 진정으로 제갈량이 아들을 폐하고 황제의 자리를 잇기를 바랐을까? 유비는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제갈량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갈량의 순수한 마음에 호소함으로써 제갈량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충성을 다짐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보면 유비는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데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음을 새삼 또 확인할 수 있다.


부하의 마음을 움직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하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뛰어난 점을 인정하고 먼저 칭찬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바르게 써 줄 것을 당부하면 부하들은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 충성을 다하게 된다. 그리고 부하와의 대화에서는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마음을 나타내면 안 된다. 부하를 의심하는 마음은 조직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상하 간의 든든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부하를 절대적으로 믿으며, 심지어 자신의 아들이 가진 황제의 자리까지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는 부하의 마음을 격동시켜 충성을 다하게 만든다.



일침견혈(一針見血), 한 방에 핵심을 찔러라

궁지를 타개하는 비장의 한

월나라 왕 구천이 부초 산에서 패한 후 남은 병사 오천 명과 함께 회계 산으로 들어갔다. 오나라 왕 부차가 그들을 포위하자 월 왕은 신하 문종을 보냈고, 문종은 오 왕 앞에서 비장하게 말했다. "왕께서는 부디 구천의 죄를 용서하시고 월나라의 보물을 받아주시기를 원합니다. 만약 왕께서 용서하지 않으시면 구천은 그의 처자식을 모두 죽여 버리고, 가진 보물을 모두 불사른 뒤, 남은 오천 명을 모아 결사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왕께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셔야 할 것입니다." 『사기』세가


오나라 왕 부차는 이 말을 듣고 월 왕을 용서해 살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부차는 자신의 아버지인 합려가 월나라 왕 구천에 의해 죽으면서 월나라를 결코 잊지 말라고 했던 유언을 듣고, 복수를 다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된 교만한 마음으로 원수를 갚고 화근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문종은 이러한 부차의 마음을 잘 읽고 그가 받아들일 만한 제안을 했다. 문종은 오 왕의 승리에 도취된 우쭐한 마음, 명예를 탐하는 마음, 재물을 얻고자 하는 마음, 그만하면 됐다고 하는 게으른 마음을 건드려 불가능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었다.


한 마디 말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 위기의 순간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대를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가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결정적으로 상대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비장의 한 마디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제대로만 접근할 수 있으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침묵으로 대답하다

조양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몸을 굽혀 직접 만나본 군주가 무려 70명에 이르지만 여태껏 쓰임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세상에 명군이 없는 까닭입니까. 아니면 선생의 도가 꽉 막힌 까닭입니까?" 공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설원』


조양자는 어떤 면에서 보나 공자와는 비교될 수조차 없는 사람이다. 철학적인 깊이는 물론 통치의 철학에서도 공자와는 격이 다르다. 질문에서도 공자를 얕잡아보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공자는 조양자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도를 폄하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질문에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은 우리가 하는 대화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고 그 질문 중에는 악의적인 질문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위의 고사에서 조양자가 했던 질문처럼 정상적으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도 있다. 이런 질문에 논리적으로 대답을 하려 해서는 공연히 언쟁으로 발전하기가 쉽다. 이럴 때는 차라리 침묵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일언천금(一言千金), 사람을 살리는 말, 망하게 하는 말

같은 말도 다르게 말하라

위문후가 잔치를 베풀어 대부들에게 자신을 솔직하게 평가해 보라고 했다. 모두가 문후의 마음에 들게 말하는 중에 임좌(공숙과)의 차례가 되었다. "임금님은 어리석은 군주입니다. 중산국의 왕에 임금님의 동생을 보내지 않고 아들을 보내셨으니 이것이 바로 어리석은 증좌입니다." 문후가 불쾌해 하자 임좌는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적황의 차례가 되자 적황이 말했다. "임금님은 현명한 군주입니다. 제가 듣기로 군주가 현명하면 그 신하의 말도 정직하다고 합니다. 임좌의 말이 정직한 것을 보면 임금님은 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씨춘추』


적황은 앞서 말했던 임좌와 다른 뜻의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같은 뜻의 말이지만 상황을 뒤집어 밝은 쪽을 먼저 거론한 적황의 말에 문후의 기분은 급격히 좋아지게 되었다. 결국 임금의 마음이 풀어졌고, 자신에게 직언을 했던 임좌를 다시 찾게 된다. 적황은 단 한 마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분명히 전했다.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혔던 말과 똑같은 의미의 말을 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접근함으로써 비극으로 끝날 뻔했던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조직생활에서 상사에게 직언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상황과 방법이 중요하고. 아무리 옳고 바른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곤란하다. 올바른 말을 하면서도 지혜롭게 말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거짓말을 말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거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상대가 기분을 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말의 힘이고, 경지이다.


생명을 살리는 한 마디

초장 왕이 여러 신하와 함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갑자기 등불이 꺼졌고 한 후궁이 소리쳤다. "지금 불이 꺼진 틈에 어떤 자가 첩을 희롱했습니다. 제가 그 자의 갓끈을 끊어 가지고 있으니 등불이 켜지면 갓끈이 끊어진 자를 찾아서 벌주십시오." 이 말이 떨어지자 장왕이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는 갓끈을 끊어라. 만약 갓끈을 끊지 않는 자가 있다면 이 자리가 즐겁지 않다는 것으로 생각하겠다." 『설원』


이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백여 명의 신하들이 모두 갓끈을 끊었고, 그 후에 등불이 켜져 흥겹게 잔치를 이어갈 수 있었다. 흥겨운 술자리가 순간의 실수로 인해 비극의 현장이 될 뻔했으나 왕의 관대함과 임기응변으로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는 무엇보다도 공정한 신상필벌의 원칙이 중요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작은 실수까지 찾아내 벌을 주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큰 손해가 되기도 한다. 리더는 초장 왕과 같이 담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처리가 한쪽으로 치우쳐 불공정해서도 안 되지만 정확한 원칙과 기준을 보이되 작은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멋진 말과 행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 역시 리더에게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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