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영재들

   
잔 시오파생(역:이은주)
ǻ
와이겔리
   
16000
2016�� 03��



■ 책 소개

 

프랑스 최고 영재 전문 임상심리학자 잔 시오파생,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행복하게 성공하는 영재가 되기 위한 비법을 밝히다!

 

일찌감치 영재라고 판명된 영재들은 주위의 지나친 관심과 칭찬 그리고 영재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프랑스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 잔 시오파생이 수십 년간 상담실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영재들과 심리학 이론, 뇌과학 이론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행복한 영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답한 책이다.

 

저자는 영재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 영재들을 위한 지침을 건네고 있다. 어린아이이든 성인이든 영재는 지능과 통찰력 등이 뛰어난 대신에 여러 고충을 겪는다. 주위의 분위기를 남보다 앞서 읽는 뛰어난 감수성 때문에 두려움과 권태, 고독감, 죄의식, 불만족 등에 사로잡히기 쉽다. 영재 자신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임상상담사 등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 저자 잔 시오파생 
프랑스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요법가.


파리의 라 살페트리에르 병원 인지기능검사실, 마르세유의 라 티몬 병원 연구실 등에서 임상 경험을 쌓았다. 이후 영재 연구에 전념하기 시작하여, 그 성과를 『영재의 심리학-지능과 감성이 남달라서 고통받는 아이』에 담아 출간하였고,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그 성인 버전 『어른이 된 영재들-어른이 될 수 없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발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재인 줄 모르고 남모르는 고통 속에 어른이 된 영재들이 사회 곳곳에 그만큼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오랜 염원이던 프랑스 유일의 영재지원센터 ‘제브라 협회’를 설립하여, 영재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성인 영재들에게 다양한 활동 기회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한편 2003년에는 프랑스 최초의 학습장애 진단치료센터 Cogito’Z를 마르세유에 설립, 이후 아비뇽과 파리에도 센터를 열었고, 최근에는 마음챙김명상 치료사로서의 경력도 쌓아가고 있다.

 

현재는 마르세유, 아비뇽, 파리의 Cogito’Z 진찰실에서 상담 가족들을 응대하고, 지능검사를 시행하며, 부모들에게 자녀의 특성에 대해 설명 및 조언해주고 있다.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치유와 관심의 필요성을 절감한 임상심리학자로서, 상담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학습장애 아이 지도하기』『명상이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고, 당신의 삶은 어떻게 바꿔 놓을까』 등이 있다.

 

■ 역자 이은주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4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인문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디드로, 사상과 문학』『디드로 소설과 아이러니』『프랑스 문학과 미술』, 역서로는 『백과전서』『맹인에 관한 서한』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을 대신하여 / 어른이 되어서도 좌절하거나 실패하지 않기 위해

 

1장 영재란 무엇인가?
영재는 어떤 사람인가?
영재는 무엇이 다른가?

 

2장 왜 성인 영재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자신이 영재인지 미처 몰랐던 성인들
영재 아이들은 어떤 성인이 되는가?

 

3장 아이에서 어른으로 : 힘겨운 자기 구축
아동기를 건너가며
중대한 단계: 청소년기
대낮에 이르면: 어른이라는 것!

 

4장 자신이 영재임을 알기 위해
자신이 영재임을 어떻게 알게 될까?
영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진단 : 해방에서 새로운 불안으로

 

5장 오해받기 쉬운 영재의 인격
세 유형의 영재
성공이라는 감정의 위험성
어린아이 같은 면
세상의 모든 나이를 먹은 사람

 

6장 성인 영재로 살기가 어려운 이유
뛰어난 통찰력
두려움
죄의식과 불만족
권태
타인에 대한 부러움
타인에 대한 과도한 감정이입
막막한 고독감
잃어버린 이상향을 찾아서…
사는 것인가, 아니면 사는 것을 보는 것인가?

 

7장 영재 여성으로 산다는 것
영재 여성은 다른 사람을 겁먹게 하기 쉽다
영재 어머니의 고충
영재 여성은 필사적으로 남자를 찾는다

 

8장 영재는 영재에게 끌린다
그렇다면 부부는?
영재+영재=행복한 커플? 아니면 왕따 커플?

 

9장 어떤 영재가 행복하게 살아갈까?
행복한 성인 영재로 성장하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서 성인 영재가 할 수 있는 일
영재성을 갖고 삶의 안정 찾기: 행복의 기술에 대하여

 

10장 행복한 영재가 되기 위해
가라앉는 힘만큼 회복하는 힘도 크다
영재의 커다란 회전 목마: ‘롤러코스터’
방편으로서의 지능
재능으로서의 초감성
전망으로서의 창의성
능력으로서의 공감
당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몇 가지 지혜
이 힘든 싸움을 멈추기 위해

 

11장 흔들려도 꽃을 피우기 위해
흔들리기 쉬운 자기 이미지
영재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오진을 피하기 위해

 

결론을 대신하여 / 어른이 될 수 없는 어른을 위해




어른이 된 영재들


영재란 무엇인가?

영재는 어떤 사람인가?

영재는 단순히 요즘 유행하는 하나의 주제에 불과한 것일까?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따금 사실을 왜곡하는 일도 있다 보니, 우리는 영재를 부모가 자기만족을 위해 만들어낸, 혹은 정신의학자들이 슈퍼 브레인을 꿈꾸며 만들어낸 대갈장군쯤으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모든 걸 타고난 사람으로 여겨지던 영재들에게 이런 관심이 쏟아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간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려 있다. 우선 상담소를 찾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늘어났고 심리검사가 크게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상담과 검사 결과, 대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IQ가 높은 아이들이 학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리장애를 가진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심리장애가 심각한 수위에 이른 경우도 그리 드물지 않다. 행동장애와 적응장애로 교육 자체가 힘든 아이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녀가 겪는 문제와 그 대처 방안에 관심이 쏠린 어른들이 줄줄이 상담소를 찾아와 자신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이런 아이들과 어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다들 영재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영재이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또 삶의 문제, 성공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과 학계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연구 흐름이 생겨나고, 교육부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의료계에서도 조심스러운 몇 가지 동향이 일어나는 등 일련의 사회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해와 보살핌과 지지를 갈구하는 이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해 구체적인 대책과 제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영재를 아주 특별한 혜택을 입고 태어난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도 지배적이어서 대부분 사람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하긴 영재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설을 어떻게 쉬이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극도의 지능과 상처받기 쉬운 과민한 정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연관이라는 역설 말이다.


- 우리가 혼동하는 것 : 지능과 수행능력

- 우리가 혼용하는 것 : 능력과 성공

- 우리가 포개놓은 것 : 잠재력과 지적 효율

- 우리가 결부시켜놓은 것 : 양적으로 높은 지능이지만 주위환경의 요구에 맞춰진 지능과 질적으로 달라서 그 작동방식이 고통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능, 즉 영재들의 지능

- 우리가 잊고 있는 것 : 빠르게 이해하고 분석하며 기억하는 것은 하늘에서 물려받은 천부적인 이해력이나 전지적 지식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 우리가 과소평가하는 것 : 극도의 지능은 극도의 감성, 극도의 감정적 감수성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 우리가 감추고 있는 것 : 고도의 지능과 과도한 감성은 사람을 상처받기 쉽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 우리가 간과하는 것 :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물질세계와 인간관계의 여러 요소들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지속적인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막연한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


지능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역설적 표상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선 우리는 지능의 의미부터 자문하게 된다. 똑똑하다는 게 뭐지? 그다음은 지능의 결과에 대해 자문한다. 똑똑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지막으로 기대치에 대해 자문도 하게 된다. 똑똑한 나는 뭘 해야 하지? 내가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그럼 이 말에 내포된 전제, 즉 똑똑하면 성공한다는 전제를 문제 삼아야 하는 건가? 우리는 지능과 지능의 효과를 둘러싼 그 모든 생각, 믿음, 환상, 모순, 공포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만난 영재 오로르는 이렇게 말한다. "지능이란 좋은 거지만, 거기에는 항상 두세 가지 문제가 따라다녀요. 지능 그 자체만 얻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대단히 유용한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는 정말이지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요."


영재에 대해 유념할 점

- 영재란 무엇보다 똑똑하다는 것의 한 유형이자 특이한 지적 작동 방식을 보이며, 남다른 지적 기반과 특이한 구조를 가진 인지 능력이 활성화 된 상태이다.

- 양적으로 더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지능을 구사한다는 뜻이다. 이 둘은 절대 같지 않다!

- 영재라는 것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 즉 엄청난 이해력, 분석력, 기억력을 보유한 보통을 능가하는 지능, 게다가 감성, 감동성, 감정적 감수성, 오감의 지각, 엄청난 규모와 힘으로 사고 영역을 휩쓰는 통찰력을 함께 결합한 것이다. 이 두 측면은 언제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 영재라는 것은 이 세계와 대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인성 전체를 물들인다.

- 영재라는 것은 늘 터져 나오기 일보 직전의 감성이자, 시종 무한을 향해 달려가는 사고이다.



왜 성인 영재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영재 아이들은 어떤 성인이 되는가?

영재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요? 커서 어떤 어른이 되나요? 어떤 사람이 될까요? 이는 매번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모든 사람이 내게 이 질문을 던진다.


우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들은 그들 본연의 모습이 된다고. 줄곧 존재해온 모습 그대로의 그들이 된다고.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인성과 삶의 궤적에 따라 만들어지는 어른이 된다. 삶과 타인들로부터 사랑받고 보살핌을 받고 이해받았는가, 아니면 소외되고 배척받으며 학대당했는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우리 각자가 그렇듯이, 그들은 그들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바는 모두에게 똑같이 정해진 길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남들과 다른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그 차이를 참고 살든가, 아니면 그 차이에 맞서 싸우든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에 대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목적지도 없고 목적도 없이, 그래서 지속적인 불만감을 품은 채로 더듬더듬 나아가든가, 그중 하나이다.


그건 영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럽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영재에게는 감정적 폭탄으로 변하고 만다. 영재에게는 모든 것이 증폭된다. 격화된다. 극단적이다.


어른 : 과거의 조숙했던 어린이?

이 제목을 보고 웃었는가? 그랬기를 바란다! 언젠가 영재 부모 모임에서 회합의 주제로 내게 제시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는 이 주제가 함축하고 있는 난센스들이 대번에 보인다. 어른이 되면 조숙함이, 이제는 뭔가 옛것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더 이상 현실성이 없는 이 조숙함이 사라진다는 말인가?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영재라는 자질이 지적 발달의 조숙함과 같다는 생각, 결국 영재성은 아동기만의 문제라는 생각이 아직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니!


모든 부모의 마음속에 제기되는 핵심 질문

어른, 과거의 조숙했던 어린이라는 이 괴상한 주제에 관한 일화는 이 질문을 둘러싼 모호함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지만, 영재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이 질문이 얼마나 당연한 것인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사는 게 행복하고 또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보살펴줄 의무를 지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짧은 뜻풀이이지만 핵심 관건이 거기에 담겨 있다.


영재 아이의 지적, 정서적 작동은 주변을 날카롭게, 예민하게 만들고, 그래서 이런 아이를 둔 부모의 근심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통 아이들이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구속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따지고 드는 대신 결국 순종을 택하며, 부모의 꾸지람에 슬퍼하면서도 꿋꿋이 견디는 반면에, 영재 아이는 아주 사소한 욕구불만에도 폭발하고, 무언가를 지시하면 끈질기게 따지고 들며, 부정적인 암시가 눈곱만큼이라도 깃들인 말에는 눈물을 쏟으며 쓰러진다.


모든 아이가 다 그렇다고 말하려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백 퍼센트 그렇지는 않다. 영재 아이의 경우는 모든 것이 더 격화되고, 절대적이며, 억제하기 힘들다. 영재 아이는 각 발달 단계마다 남다른 특성을 드러내는데, 이런 특성들은 부모의 의무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부모는 수시로 의문에 사로잡힌다. 이 과정에서 특히 학창 시절을 통과하는 것이야말로 불안과 번민의 절정을 이룬다. 부모의 마음속에는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두려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 최악에는 모든 걸 망치고 있다는 두려움이 서서히 생겨난다.


요약을 위한 기본 논리 정리

-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자기 모습을 올바르게 아는 것은 자기 구축의 토대이다.

- 성인 영재란, 특이한 지적, 정서적 작동의 형태들 위에서 구축된 인성으로 살아감을 의미한다. 그런 각종 형태를 알고 있어야만, 온전한 자의식을 지닌 채 살아갈 수 있다.

- 성인 영재는 우선 과거에 영재 아이였다. 자신이 영재임을 알아야만,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열린다.

- 영재 아이가 자라서 영재 성인이 된다.

- 영재 아이는 특이한 아이이고, 따라서 남다르고 특이한 어른이 된다.

- 영재 아이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어른이 될 수 있다.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인과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중요한 건 각자 하나의 길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영재임을 알기 위해

자신이 영재임을 어떻게 알게 될까?

"제가 영재일 리가 없어요. 전 너무 보잘것없는 인간인데!"


성인 영재 스스로 자신이 영재냐 아니냐를 자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그 용어의 모호함 때문이다. 어떤 아이가 지적인 측면에서 앞서거나, 지적으로 조숙하거나, 혹은 유난히 똑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결국 표준과 비교해서 그런 것이다. 성장의 가속도라는 것이 설령 그릇된 생각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우리는 어떤 아이가 지적으로 조숙하다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이 개념은 단번에 의미가 없어진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영재는 무엇이 다른가? 만일 그것이 남들보다 더, 혹은 남들보다 잘, 혹은 사실로 확인된 재능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면, 스스로 영재라 생각하는 것은 결국 자기를 무척 대단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말인데, 이는 진짜 영재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정확하게 정반대다. 지능이 가진 가장 큰 효력은 자신의 지능을 의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 누군가 영재라면, 자신과 영재의 관련성을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고 말이다. 어려서 영재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어른이 된 후에 자신을 영재라 생각하려면, 영재라는 사실이 갖는 모든 측면과 미묘한 차이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영재성이 고도의 지능이라기보다는, 구성요소들이 특이한 지능, 세상을 지각하고 이해하며 분석하는 방식이 남다른 지능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정서적 측면이 영재의 인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영재라는 것은 결국, 머리로 생각하기 훨씬 전에 먼저 가슴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재라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게 작동하는 강력한 지능, 그리고 삶의 매순간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감성, 이 이중의 특성이 영구히 각인되어 있는 인성이다.


대부분 제 자녀를 통해

이것은 십중팔구 가장 흔한 경우일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녀에게 문제가 생길 때, 부모는 자녀의 대한 의문과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과도 마주하게 된다.


1. 부모는 자녀가 경험하는 일이나 어떤 사건에 임하는 방식, 부닥치는 어려움을 바라보면서 자신 또한 그런 걸 이미 경험한 듯한 느낌, 즉 기시감(데자뷰)를 느낄 수 있다.


2. 자녀의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 자녀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될 때, 부모는 거기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광경은 대단히 이채로울 때가 많다. 심리 전문가로부터 아이에 대해 듣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불현듯 본인과 관계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흥분한다. 그게 꼭 자기 이야기인 것만 같은 야릇한 느낌에 휩싸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게 유전되는 것인지 묻기도 하고, 자기 역시 그와 같은 것들을 같은 방식으로 경험했는데 그게 정상인지 묻기도 한다. 부모가 설령 자신의 혼란을 숨기려 해도, 심리전문가는 이 부모가 내적으로 동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면 부모에게 언제 따로 만날 것을 제안한다. 혹은 부모 자신이 상담을 요청할 때도 있다. 감히 자신이, 가당찮게도 자신이 영재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가끔은 타인의 자녀를 통해

이 역시 가능한 경우이다. 주변의 어떤 아이가 영재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부모에게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아이 본인과 함께할 기회가 생길 때, 거기서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거울 효과가 일어난다. 이 아이가 가진 성향이 영재성이라면, 나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 짓는, 내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것도 같은 것일까?



흔들려도 꽃을 피우기 위해

영재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그런 것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영재라는 사실은 병이 아니다. 반대로, 영재가 겪는 고통이 고전적인 정신 장애와 비슷하게 보인다 해도 절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양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제가 겉으로 표출되는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에 말이다.


어떤 문제들은 성인 영재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성인 영재의 특징을 드러내는 임상 차트들이 정신 장애의 국제적 분류에 맞추어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특징적 문제의 출현 빈도와 동일한 특성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견해가 필요하다.


끝없는 질문들 속에 빠져버린 인생의 의미

살아간다는 고통

삶에 대한 의지 자체는 온전히 남아 있으므로 자살을 원하는 상태와는 매우 다르다. 단지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는 42세의 여자 환자는 이런 상태를 너무 힘들다는 말로 요약한다. "눈을 뜨고 한 5분 정도는 이런저런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게 힘들어서 그냥 그대로 죽고 싶어져요. 정말 끔찍해요!"


그녀가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의학에서 무기력증 혹은 의지결핍증이라고 부르는 증상처럼 용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다음의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 동원해야 하는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1.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2. 사물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

3. 모든 것을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4.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5.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 이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상담 치료 시간에 우리는 역할놀이를 하기로 한다. 나탕(9세)이 의사가 된다. 그는 나에게 묻는다. "삶에 대해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지?" 벌써!


이는 삶이라는 문제, 삶의 의미라는 문제, 사물들의 의미라는 문제, 삶에 대한 관심의 문제가 영재의 정신을 관통하는 일관된 맥락임을 의미한다. 끊임없이 영재를 괴롭히는 생각, 어쩌다 삶의 흐름이 한결 흥미진진해지고 영재가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낄 만한 소용돌이라도 빠지면 그 문제는 희미해져서 영재의 머릿속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삶의 흐름이 다시 평탄해져서 무미건조하게 바뀌면, 실망이나 좌절이 영재의 발목을 잡으면, 그 문제는 다시 불쑥 솟아올라 세계와 자아 사이에 요지부동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 문제는 피해갈 도리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도움을 주기도 힘들다. 합리화를 위한 모든 시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삶과 사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모든 전략, 고통을 달래기 위해 채택한 모든 프로세스가 치명적인 질문에 걸려 넘어진다. 영재의 날카로운 분석에 의해 지치지도 않고 계속 떠오르는, 삶이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라는 그 질문에 말이다.


사회적 억제: 세상에서 물러난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영재는 사회적 억제를 경험한다. 타고난 성격이 원래 비사교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기는 해도 그래도 최소한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서 물러나 이 세상으로부터 근본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간다. 저만치 물러나 고독하게 살아가면서 생존에 꼭 필요한 관계와 직업상 필요한 관계만을 유지하고, 예후가 심상치 않은 만성적 우울증이라는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대단히 두꺼운 껍질을 씌워놓았다. 돕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과 접촉하기조차 쉽지 않다. 세상에 대한, 세상의 위험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은 너무나 크다. 무슨 덕을 보자고 자신만의 땅굴에서 기어나온단 말인가? 더 힘들어지자고? 천만에 말씀이다.


생각을 멈추기 위한 중독성 일탈들

대마초에서 술까지, 비디오게임에서 일까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까지 모든 것에 중독될 수 있다.


"멈출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생각이에요." 반 라파엘(8세)의 말이다.


생각이라는 것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을 때, 그 소용돌이를 견딜 수 없을 때,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고 그 모든 생각이 끝없는 질문과 알 수 없는 슬픔을 실어오는 것만 같을 때, 그럴 때는 생각을 다 흡수해서 뇌의 끔찍한 소란스러움을 잠재울 수 있는 일에 멍청하게 빠져드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중독성 있는 일탈은 위험하다. 잠깐 동안은 위로를 주지만 나중에는 그 자체가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모니터 앞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10대 자녀들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을 안심시켜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들에게 학교에서의 일과가 끝난 후에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 속으로 도피해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느낌을 잠시나마 다시 느낀다는 건 정말이지 큰 위로가 된다.


어떻게 보면 그런 도피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찾는 일종의 진정제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효과도 있다. 물론 지나치면 해롭다. 하지만 일에도 똑같은 미덕과 똑같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자신이 하는 일에 인생의 대부분을 바치는 것은 불안에 맞서 싸우는 한 가지 방식이다. 위험? 멈추었을 때 고통이 또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수면의 문제들

잠자리에 들어서도 이어지는 생각들을 멈추기가 힘들다. 강도를 낮추는 것도 힘들다. 잠들기가 어려운 것은 영재에게 흔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또한 반대로 수면과다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과다는 생각에 대한 강력한 진통제로 작용한다. 더 많이 잘수록 더 적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결론을 대신하여

어른이 될 수 없는 어른을 위해

이 책을 쓰는 동안 생각을 멈추고서, 혹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 말고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순수한 나의 망상은 아닐까? 영재가 내가 묘사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어쩌지? 영재에 대해 잘 모르면서 나의 이론을 비방하는 그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은 옳고, 자연으로부터 풍요로운 선물을 받은 이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면?


그랬다. 나는 분명 그런 음울한 의심에 여러 차례 사로잡혔다! 그러다 나는 어떤 아이, 어떤 청소년, 어떤 가족, 어떤 어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절망과 방황의 본질에서, 그들의 말에서, 그들의 태도에서 번개 같은 확신이 강렬한 힘이 되어 다시 내 머리를 친다. 어떻게 단 한순간인들 이 사람들의 그 믿기 힘든 독특함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렇게 가슴에 확신을 품고서, 오늘날의 과학이 말하고 묘사하며 입증하고 확인한 그 모든 것에서 자양을 얻어,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한층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힘차게 다시 글쓰기로 돌아오곤 했다.


당신들은 존재한다. 나는 안다. 내가 당신들을 직접 만났으니까!


당신들이 경이로운 존재라는 것을, 당신을 허약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가진 존재로 만드는 그 강력한 지능과 특이한 감수성을 알아보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다양한 재능을 가진 독특한 존재가 되게끔 하는 당신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내적으로 분명히 인식하라.


그 요소들을 이용하고, 당신 주위에 흘러넘치게 하라. 세상은 그것을 필요로 한다. 당신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성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라. 평범한 아이가 특별한 어른으로 자랄 수도 있다는 것을. 살아 있는 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의 매 순간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 자신의 길을 바꾸는 것,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것은 경이로운 모험이다. 겁이 날 때도 물론 있겠지만 그 모험 앞에는 새로운 즐거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어린아이 같은 당신의 영혼을, 상쾌한 순진함을, 샘솟는 창조성을, 놀라운 감수성을, 언제나 깨어 있는 호기심을, 부글부글 끓는 지능을 소중하게 간직하라. 당신을 다른 어른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게 하는 그 모든 보물을 간직하라. 당신은 절대 어른이 될 수 없는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