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최은정
ǻ
갈매나무
   
21000
2025�� 11��



■ 책 소개


지구, 달, 화성 : 우주 다중 거점을 확보하라!
현장의 최전선에 선 우주과학자를 통해 듣는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현주소

최은정 센터장은 누리호 3차 발사 당시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소유즈 우주선과의 충돌 위험을 분석한 과학자이자, 2014년부터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아 우주개발 추격 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어디까지 왔으며 우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차 확산하는 우주 위험에 국내적으로, 또 국제협력 차원에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들려준다. 

■ 저자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센터장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을 꿈꾸는 우주과학자로서,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추락과 충돌, 소행성 충돌 등 우주로부터의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천문대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천문우주학과에서 인공위성 충돌 위험 연구로 석사학위를, 인공위성 궤도 결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는 아리랑 2호 등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쎄트렉아이㈜에서는 두바이위성 등 해외로 수출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우주공학자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센터장으로 국가 우주 위험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의 중추를 맡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 공공우주전문위원회 위원과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 우주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매년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장기 지속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게 되었다. 단발성 탐사를 넘어 거주 공간으로서 우주를 탐색하고 있는 지금, 우주개발의 불평등한 면을 직시하면서도 ‘모두를 위한 우주’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이 책을 썼다. 지구위 우주의 평화를 지키며 지속 가능한 우주활동을 해나가는 데 더 많은 이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술과 강연, 방송 등 다방면에서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주 쓰레기가 온다》(2021, 갈매나무)가 있다.

■ 목차
프롤로그 우주는 중립적이지 않다

Part.1 궤도를 향한 도전 : 우주 다중거점을 확보하라
1. 지구 궤도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
세계는 왜 ‘정지궤도’를 탐하는가?
하늘 너머는 공공재일까 공유재일까?
지속 가능성의 과학, 궤도역학

2. 달, 인류 꿈의 전초기지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스루나, 우주 자산의 중심축
감시 체계 없는 달 궤도는 안전한가

3. 화성, 그 너머 심우주를 향하여
화성까지 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행성과 행성 사이, 소행성 채굴 쟁탈전
위험과 불안 속 화성 궤도 지키기

Off the Record 대한민국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얽힌 뒷이야기

Part.2 우주 불평등에서 우주 전쟁까지 : 과열 경쟁 속 평화를 지켜라
4. 우주 불평등 : 개발은 과연 모두에게 좋은가?
시대에 따른 우주공간 의미 변천사
우주까지 뻗어나간 독점과 식민지
기술과 정보의 사다리 걷어차기

5. 우주의 평화적 이용 : 다자간 공평한 공존은 가능한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모호한 정의
우주안보의 변화, 스타워즈에서 골든돔으로

6. 우주상황인식 : 쏘아 올린 우주물체는 안전한가?
쓰고 버려지는 우주 쓰레기의 공격
혼잡해지는 우주를 감시하고 관측하기

7. 우주영역인식 : 극단적 패권 다툼을 통제할 수 있는가?
‘우주군’은 SF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주전’의 일부였다?
국가 내 합동을 넘어 국가 간 연합으로

Off the Record 미국 반덴버그우주군기지 훈련에 참여한 뒷이야기

Part.3 이미 시작된 우주 대항해 시대 :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비하라
8. 지구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자
전혀 다른 시간과 에너지 체계가 있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뒤흔드는 발견들

9. 우주교통관리 : 우주 거주를 도울 안전 운행을 위하여
통제를 벗어난 우주물체, 어떻게 관리할까?
회피기동, 누가 규제하고 책임질까?

10. 제도적 공백을 무사히 지나가기
국제 우주법 체계를 마련하는 길
우주를 항해하는 미래 인류를 위한 안내서

Off the Record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북한 만리경을 바라본 뒷이야기

에필로그 속도보다 방향, 독점보다 협력을 꿈꾸며
참고자료
추천의 말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


지구 궤도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
세계는 왜 ‘정지궤도’를 탐하는가?
어디 떠 있는지가 문제다
지구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은 모두 일정한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궤도 공간이 그 자체로 제한된 인프라인 셈이다. 인공위성이 떠다니는 우주는 공기도 없고 중력도 거의 없는 초청정 환경으로 인공위성에 유리한 점만 있을 것 같지만, 지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 탓에 지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진공·중력장·방사선·미세운석을 포함해 모든 물리적 요인이 인공위성의 수명·우주인의 안전·우주의 경제성을 좌우하고,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우주를 위한 운영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도 500~2,000킬로미터 사이의 저궤도(Low Earth Orbit; LEO)에 자리한 인공위성은 초속 7.8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하루에 지구를 열여섯 바퀴 정도 돈다. 90~120분 정도의 공전 주기를 갖는 셈이다. 저궤도는 인공위성이 통신이나 관측, 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주된 영역이다.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운용에 장점이 많지만, 대기 저항이 존재하므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주기적으로 궤도를 조정해서 유지해주어야 한다. 장기 운용할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궤도가 낮아져서 마지막에는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 

고도 2,000~3만 5,786킬로미터를 중궤도(Medium Earth Orbit; MEO)라고 하는데, 저궤도보다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GEO)보다 접근이 용이하다. 중궤도의 인공위성은 초속 3~7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3~24시간의 공전 주기를 갖는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GPS 신호는 중궤도를 도는 항법위성들이 보내주는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등 세계 각지의 위성항법시스템(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이 모두 이 영역에 자리한다. 

중궤도 영역에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모여 있는 밴앨런 복사대(Van Allen radiation belt)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태양풍에 의해 뿜어져 나온 양성자와 전자 같은 전하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갇혀 적도 부근을 도넛 모양으로 감싸는 부분이다. 주로 양성자로 이루어진 내대와 전자로 이루어진 외대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지구 방사선대는 방사선 피해를 줄 수 있어 우주환경의 ‘위험 지대’라 불린다. 보통 인공위성 궤도는 이 지대를 피하도록 설계되는데, 특히 차폐 되어 있지 않은 경우 방사선으로 인한 고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사선대 환경에 노출되는 항법위성들은 위성을 설계할 때 방사선 차폐 기술을 개발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운영을 유지한다. 

정지궤도는 적도 상공 고도 3만 5,786킬로미터의 원형 궤도를 말한다. 주기가 지구 자전축의 회전 주기와 같은 궤도, 즉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도는 궤도를 지구동기궤도(geosynchronous orbit)라고 하는데, 정지궤도는 지구동기궤도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경우이다. 정지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위성은 공전 속도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아서 지상에서 보면 항상 같은 지점에 고정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궤도에 배치할 수 있는 위성 수는 제한적이다. 정지궤도는 기상·방송·통신·정찰 용도를 포함하여 인공위성을 운용하는 데 가장 이점이 큰 궤도인 데다, 공간적 한정성 때문에 극심한 궤도 슬롯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의 전자기기는 지상보다 더 많은 방사선을 받기 때문에 적절한 방호 조치가 필요하다. 우주공간에서의 차폐란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민감한 전자장치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상자에 넣어 보호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지구 궤도는 우주의 미래
각 국가와 기업은 정지궤도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자원 경쟁을 펼친다. 정지궤도위성은 특정 경도 상공에 머무르면서 대륙 규모의 커버리지를 갖는다. 지구 적도 둘레는 360도뿐이므로, 주파수·빔폭(beam width) 같은 조건의 간섭 없이 위성을 운용할 수 있는 경도 슬롯 수는 유한하다. 특히 대서양과 태평양 해양 중간은 대도시권 중심에서 활용 가능한 유리한 경도대다. 양 대륙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어서 국가 우주 자산과 지상망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이러한 ‘좋은 경도’를 차지하려면 고도의 기술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기술력과 재정력을 갖춘 국가와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지궤도 사용 권리를 확보하려는 국제적인 협력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지궤도위성의 다양한 활용 가치에 따라 공간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고, 위성 기술 발전과 우주산업 확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궤도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2025년 기준 지구 궤도에서 운용 중인 인공위성 가운데 85퍼센트 정도가 저궤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와 아마존의 카이퍼(Kuiper), 영국의 원웹(Oneweb) 등 민간기업의 대형 군집위성(mega constellation)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대규모 군집위성 운용은 저궤도의 밀도를 증가시키고, 이는 곧 충돌 위험의 증가로 이어진다. 궤도 밀도의 증가로 우주 쓰레기를 포함한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리라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 시나리오가 더욱 현실화되는 셈이다.

 위성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비용이 급감하여 우주로 나가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가 차원을 넘어 민간기업이나 개인도 초소형 위성이나 큐브위성(cubesat), 나노위성을 발사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소형위성은 충돌 위험을 회피할 궤도 조정 기능이 부족하고, 임무를 다하고 난 뒤에는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어가 불가능한 위성, 폐기되어 버려진 위성, 발사체 잔해는 모두 관리되지 않은 채 우주를 떠돌고 궤도를 차지하면서 우주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지상에서는 우주상황인식 시스템으로 궤도 환경을 추적하는데, 궤도 밀도가 증가하면서 관측 인프라가 추적할 수 있는 커버 범위를 벗어난 상태다. 우주상황인식 시스템은 우주물체들을 관측해서 목록화하는데, 그 수가 급증하면서 관측 횟수에 제한이 걸린다거나 서로 근접한 우주물체를 식별하는 데 난항을 겪는 등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우주물체 궤도 예측에 오차가 증가하고 통신 지연이 발생하면 실시간 회피가 어려워지기에 충돌 위험이 커진다. 충돌이 일어나면 추가로 많은 파편이 만들어질 테고, 새로 생겨난 파편들이 또다시 충돌을 일으키면서 연쇄반응이 나타나기에 더더욱 위험하다. 

정지궤도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궤도에 수많은 인공위성이 몰리면 통신 간섭 위험과 충돌 위험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의 청교화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기동 중인 인공위성은 자체적인 궤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한 충돌 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결국 위성 간 자율충돌회피 시스템을 갖추거나 모든 궤도 운용 위성들이 궤도 정보를 공유해서 서로서로 충돌회피기동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전에 특정 궤도의 고도별 위성 운용 밀도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위성에 임무 종료 후 5~10년 안에 자동으로 폐기 궤도로 이동하는 디-오빗(de-orbit) 모듈을 탑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구 궤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지구 궤도는 인류 문명의 필수 기반이다. 이 궤도가 무질서해지거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다면 인류 공동재산 영역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 지구 궤도를 지키는 일은 우주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성의 궤도 설계부터 운용, 폐기 전략까지 모든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우주 불평등에서 우주 전쟁까지
우주까지 뻗어 나간 독점과 식민지
미국·중국·러시아·유럽·인도·일본은 각자 독립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고, 유인우주선 발사와 소행성 샘플링까지 가능한 기술력도 갖췄다. 그러나 현재 인공위성을 하나라도 발사한 나라 가운데 100여 개 이상은 자국 발사체가 없어서 타국의 발사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고, 인공위성 제작 기술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단지 기술 격차의 문제라기보다 주권의 외주화에 가깝다. 게다가 궤도 슬롯은 국제전기통신연합에 등록된 국가별 요청 순서에 따라 배정되지만, 실제로는 거대 통신기업이나 군사조직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균형은 인공위성 데이터의 접근, 통신망 구축, 감시 체계에서의 비대칭적 권력 구조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지구 궤도로 발사된 2만 2,000여 개의 인공위성은 미국이 61퍼센트로 단연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러시아가 17퍼센트, 유럽이 7퍼센트, 중국이 6퍼센트, 일본이 1.5퍼센트, 한국이 0.2퍼센트를 차지한다. 절대다수가 10개국 이하의 우주개발 선진국이 발사한 것이다. 위성 통신·항법·기후 감시·자원 탐사 등 지구에서 거의 모든 데이터 흐름을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지금, ‘우주는 모두의 것’이라는 담론은 현실의 불균형을 미화하는 문구다.

21세기 우주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민간기업의 급부상이다.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오빗(Virgin Orbit) 같은 기업은 단지 로켓을 쏘는 기업이 아니다. 정부가 못하던 혁신을 일으켜 우주 기반 생태계를 설계하고 소유하는 막강한 데이터 제국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차 우주가 사유화되고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이 특정 국가 또는 계약자에게만 독점 제공되는 ‘우주로부터의 식민지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타링크 위성망이 지정된 국가에만 인터넷 서비스를 허용하거나, 군사작전 중단 요청에 따라 위성 데이터를 제한하는 것, 혹은 지구관측위성 기업들이 국가에 따라 위성 이미지 해상도 제공에 차별을 두는 것처럼 우주 기술은 점점 권력화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위성 발사도, 데이터 확보도, 궤도 운용도 스스로 하지 못하여 점점 더 기술 중심 국가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곧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넘어서 ‘우주 주권(space sovereignty)’을 새로운 국제적 이슈로 부상시킨다.

우주는 데이터의 보고다. 정지궤도위성은 수십 년간 지구의 기후를 감시하고 예측 모델을 훈련해왔다. 저궤도위성은 하루에도 수천 번씩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통신위성은 국경을 초월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군사정찰위성의 데이터는 대부분 비공개이며, 상업용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도 일부 국가나 기업에만 판매하도록 제한된다. 즉, 우주의 ‘감시 권력’은 감시당하는 자들에게는 접근되지 않는다. 특히 기후변화·농업 재해·해양 주권·재해 감시 같은 위성 데이터는 생존과 직결되는 정보인데, 이러한 데이터 접근권도 일부 우주 선진국들이 독점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우주개발 전략을 세우면서 ‘기술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우주는 국가 경쟁의 무대이자 자원의 최전선이며, 동시에 인간의 상상력이 확장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주는 우주 선진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에 귀속되고 있다. 우주는 점점 더 기술을 가진 소수 국가와 기업에 점유될 테고, 기술 접근권·데이터 주권·궤도 접근권·자원 소유까지 모든 요소가 우주개발의 이면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주탐사가 달과 화성을 넘어서는 지금, 우주개발의 낙관주의를 넘어서고 그간 놓친 질문들을 꺼내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우주’로서 새로운 우주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쟁을 시작한 불균형의 씨앗 
왜 후발국은 우주로 가기 어려울까? 우주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수집한 경험과 실패 사례, 노하우로 우주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혁신을 이끌었다. 이러한 혁신이 양면성을 띠는 이유는, 우주 기술이 이중 용도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주 기술은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하다. 통제되거나 기술 이전이 억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고성능 부품이나 원천 기술은 수출통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민간 구매가 불가능한 폐쇄성 때문에 구조적으로 기술 격차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시간이나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우주 개발에 후발 진입한 국가·기업을 기술 종속의 함정에 빠뜨린다.

가장 강력한 장애물은 국제수출통제 체제였다. 우리나라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에 가입되어 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는 1987년 미국 주도로 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을 포함하는 G7이 시작한 비공식 협정이었다. 주된 목적은 회원국과 비회원국 사이 미사일 기술과 부품 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미사일과 우주 기술 확산을 막으려는 설계였다.

우리나라는 2001년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변경하면서 가입했고, 사거리 300킬로미터 이상, 탑재량 500킬로그램 이상인 모든 미사일과 운반체의 수출과 기술 이전을 통제받았다. 고체연료발사체 개발에 제한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무기수출규제 법령인 국제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 ITAR)의 통제까지 더해지며 기술 종속이 고착화되었다. 이는 국방 관련 미 군수품의 수출입 목록을 통제받는 규정인데,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위성이나 우주선의 발사체에 제한을 가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만든 인공위성이라 할지라도 미국 기술이나 부품이 들어갔다면, 미국의 허락 없이 쏘아 올릴 수 없다. 많은 국가가 미국 기업의 부품이 섞인 인공위성을 중국이나 러시아 발사체로 발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규제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선진국과의 협력으로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대부분의 기술은 ‘블랙박스’처럼 설계 원리나 원천 알고리즘이 가려진다. 핵심 인력의 연구소 접근도, 핵심 알고리즘의 접근도 철저히 보안으로 통제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 패권 경쟁으로 미국의 우주 기술 수출통제 강화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항법·부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화했고, 중국도 보복으로 희토류 금속이나 위성용 부품 공급을 제한하면서, 양국의 갈등에 제삼자 국가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이 다수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 6월, 우리 땅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손으로 자체 개발한 ‘누리호’로 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일곱 번째 위성 발사체 보유국이 되었다. 국산 위성 개발 부품의 비율을 80퍼센트까지 늘리고, 정부 주도하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연구 기관과 대학 중심으로 실용위성 기술과 과학위성을 개발하는 등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 고급 센서와 알고리즘, 대부분의 위성 발사를 타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위성을 설계하고 개발해도 원하는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해외 발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발사 윈도우와 가격을 고려하면 발사 대기에만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국가는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독자적’이란 말은 ‘고립’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략적으로 핵심은 스스로 만들고, 나머지는 상호운용으로 묶는 방식으로 설계하여 가장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는 뜻이다. 모든 것을 다 스스로의 힘으로 할 필요는 없다. 국가 위험을 좌우하거나 산업적 파급력, 인재 생태계를 좌우하는 분야를 우선시하면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우주 기술의 독점과 종속은 지금의 불균형 문제를 넘어 미래세대의 주권적 선택지를 제한하는 심각한 구조적 위협이다. 우주 기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주개발의 기술 주권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우주 대항해 시대
우주를 항해하는 미래 인류를 위한 안내서
“상상력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우주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서유럽 나라들이 새로운 바닷길을 개척하며 온 세계로 뻗어나가던 대항해 시대를 빗대어 지금을 우주 대항해 시대라고도 한다. 지구에서의 대항해 시대는 신항로 개척 시대로, 유럽인들이 항해술을 발전시켜 아메리카로 향하는 항로, 혹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발견하고 최초로 세계를 일주하면서 다양한 지리상 발견을 이룩한 시대를 말한다.

600년 전 대항해 시대의 세계 역사는 미래 우주 대항해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대항해 시대 전에는 지중해가 유럽의 무역 중심지였다. 지중해 무역에 잘 끼지 못하던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대항해 시대에는 가장 먼저 대서양으로 새로운 바닷길을 찾았다. 이후 네덜란드, 영국 같은 다른 서유럽의 후발국이 바닷길 개척에 뛰어들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이 오가면서 무역 중심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바뀌었다. 이 시대에 유럽과 신대륙은 정치·경제·사회·문화·민족·종교에서 역사적 대변혁을 맞이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대항해 역사는 이제 우주를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1969년 아폴로 11호의 인류 최초 달 착륙, 1996년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와 마스 패스파인더의 화성 탐사 활동,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의 47년 동안의 태양계 밖 성간 우주 여행 등, 우주 탐사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1969년에 시작된 아폴로 계획의 유인 달 착륙은 2017년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재개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꿈은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과 마젤란의 세계 일주처럼 목숨을 걸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개척의 시대와 닮아 있다. 이제 대륙 대신 달과 화성을, 향신료 대신 자원과 거주권을 향해 나아간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1세기의 우주 개척 시대는 우주 탐사선 개발을 지나 궤도 정거장과 월면 기지, 화성 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며 점차 확장하고 있다.

대항해 시대에 새로운 대륙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우주 대항해 시대에도 지구 저궤도에서 정지궤도로, 달 궤도를 넘어 화성과 소행성까지 인류의 활동 영역은 지구 밖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소행성에서 자원을 탐사하는 것을 넘어 목성 위성에서 생명체를 탐색하고 있고, 태양계 끝까지 탐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탐사뿐만 아니라 우주 무역을 위한 궤도 기지와 수송·무역망도 구축하고 있고, 물자와 연료, 정보를 바탕으로 디지털 우주 교역 시스템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주 대항해 시대는 단순히 지구의 삶이 우주로 확장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중력을 이기고 처음으로 하늘을 날고 1957년 구소련이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낸 뒤, 문명권은 지구 기반에서 태양계 기반으로 확장되었고, 이제는 ‘지구인’에서 ‘우주인’으로의 신분 전환과 함께 우주 시민권·우주 거주권·우주 출생권 같은 새로운 권리 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다중행성 사고 훈련과 우주 인류학·우주 철학·우주 문학을 통합하는 우주 시민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우주는 항공우주학, 천문학, 우주과학을 전공한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우주는 인류가 당면한 지구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으로, 미래 지속 가능성과 같은 글로벌 이슈와 다행성 종족으로서 인류의 진화가 펼쳐질 중심지로, 자원 탐사와 이주가 이루어질 행성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잠재력과 한계를 뛰어넘는 문제들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는 다양한 전공과 분야의 사람들이 우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50년, 100년 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의 시야를 우주로 넓혀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반드시 우주에 간다. 갈 수 있고 가야만 한다.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지구에 가두고 우주를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역사의 교훈이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우주에 관한 글로벌 이슈들은 우리에게 모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에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우주를 향한 꿈과 도전에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