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저   자
토드 로즈(역:정미나)
출판사
21세기북스
가   격
20,000원(324쪽)
출판일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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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우리 아이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교육이다!

우리는 역사상 유래가 없던 대격변의 시대, 이제는 워낙 자주 언급되어 진부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이슈에 비해 정작 한국의 4차산업혁명 경쟁력은 매우 낮다는 것이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교육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지식을 암기해 시험을 치르고, 그 점수가 자신의 대학과 회사와 나아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배운다. 사회가 원하는 창조적 인재상과 실제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인재상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 큰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평균적인 재능, 평균적인 지능, 평균적인 성격’이란 실재(實在)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 같은 개념이 완전히 잘못된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임을 밝힌다. 그리고 ‘평균’이라는 잘못된 기준을 대신할 혁신적 교육법과 평가법 또한 제안한다. 

■ 저자 토드 로즈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로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두뇌·교육(Mind, Brain, and Education)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다. 스위스 생체모방공학 연구소에서 부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고등학교를 중퇴했으나 그 이후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을 통과해 지역대학에 입학했다. 야간 수업을 들으며 주경야독한 끝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마쳤다.

구글, 애플, TEDx, SXSW(창조산업 박람회),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비영리단체인 개개인의 기회연구소(Center for Individual Opportunity)를 공동 설립해 직장, 학교, 사회에서의 ‘개개인성의 원칙’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 역자 정미나
출판사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번역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혁명』 『위대한 정치의 조건』 『기다리는 부모가 큰 아이를 만든다』 등 다수가 있다.

■ 감수 이우일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미시건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학교와 한국기계연구원을 거쳐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 및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의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전반적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됐다. 전공인 기계공학 이외에도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입시와 대학교육 개혁, 과학기술 R&D에서의 성과평가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다.

■ 차례
감수의 말_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 교육
들어가는 말_닮은꼴 찾기 대회

제1부 평균의 시대

제1장 평균의 탄생
수학으로 인간을 분석하다 / 평균적 인간 / 우월층과 저능층 / 평균주의 사회

제2장 표준화된 세상
테일러의 표준화 시스템 / 관리자의 탄생 / 공장식 학교교육 / 영재와 구제 불능아 / 유형과 등급의 세계

제3장 평균주의 뒤엎기
에르고딕 스위치 / 개개인의 과학 / ‘정상적 발달’의 함정 / 진정한 재능을 찾아서

제2부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

제4장 인간의 재능은 다차원적이다
들쭉날쭉의 원칙 / IQ라는 허상 / 구글의 인재 채용법 / 진흙 속 진주 찾기

제5장 본질주의 사고 깨부수기
맥락의 원칙 / 상황 맥락별 기질 / 천성이란 없다 / 재능과 맥락의 조화 / 진정한 이해와 존중

제6장 이정표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
경로의 원칙 /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는 거짓말 / 발달의 그물망 / 스스로 길을 개척하라

제3부 평균 없는 세상

제7장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성장하는 기업
코스트코-직원 충성도의 비밀 / 조호-거대 기업을 넘어선 비결 / 모닝스타-관리자 없는 공장 / 테일러주의에서 상생 자본주의로

제8장 교육을 바꿔라
승자 없는 평균의 게임 / 학위 시스템 혁신 / 성적 시스템 혁신 / 자율 결정형 교육 / 새 시대의 교육 모델

제9장 평균주의를 넘어
평등한 기회와 평등한 맞춤 / 꿈 되찾기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찾아보기

 



도서요약


평균의 종말


평균의 시대

평균의 탄생

2002년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캠퍼스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밀러는 언어 기억과 관련해 한 가지 실험을 벌였다. 이 실험에서는 먼저 16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한 명씩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뇌 스캐너 장치에 눕게 한 상태에서 일련의 단어들을 보여줬다. 이어서 얼마간의 휴식 시간을 준 뒤 또 다른 배열의 단어들을 보여주며 앞에서 봤던 단어라고 여겨지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버튼을 누르게 했다. 이때 각 참가자가 특정 단어를 좀 전에 봤는지 안 봤는지 판단하는 순간마다 fMRI 스캐너를 통해 그 참가자의 뇌를 스캔하면서 뇌 활동에 대한 일종의 디지털 ‘지도’를 만들었다. 밀러는 이 평균적 지도를 통해 전형적 인간의 뇌에서 언어 기억에 관여하는 신경 회로가 밝혀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밀러는 실험 결과를 분석하던 중에 특이한 순간을 맞았다. 어쩐지 참가자들 각각의 뇌 지도를 보다 주의 깊게 검토해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 비교 결과는 정말로 놀라웠다. 각 참가자의 뇌는 평균적 뇌와 달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 서로 간에도 모두가 달랐다.


어떤 참가자들의 뇌는 주로 왼쪽 영역이 활성화된 반면 또 다른 참가자들은 오른쪽 영역이 활성화됐다. 주로 뇌의 앞쪽이 활성화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뒤쪽이 활성화되는 이들도 있었다. 참가자에 따라 활성화 영역의 표시 형태가 인도네시아 열도의 지도처럼 길쭉하고 빼곡한 모양을 이루기도 하고 공백에 가까운 모양을 이루기도 했다. 즉 모든 참가자의 뇌 지도가 평균적 뇌 지도와 비슷한 모양을 나타내지 않았다.


밀러는 이런 결과 앞에서 당황스러웠다. 평균적 뇌 기반의 연구법을 떠받치는 핵심 가정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의 뇌가 평균적 뇌와 아주 비슷해야 옳았다. 게다가 신경과학계에서는 일부 사람의 뇌는 평균적 뇌와 같아야 한다는 확신이 퍼져 있기도 했다.


밀러는 그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일로 저는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런 식의 개개인별 기억 수행 패턴이 불규칙 잡음 같은 무작위 패턴이 아니라 개개인별로 나름의 체계를 띠는 패턴 같다고요. 말하자면 각 개인의 기억 시스템이 저마다 독특한 신경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는 확신이었죠. 하지만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따로 있었어요. 그런 패턴의 차이가 미묘하지 않고 현저하게 두드러진다는 점이었죠.” 이러한 차이는 무시하기 힘든 시사점을 던져준다. 평균적인 뇌라는 것은 없다.


평균이 활용 분야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만한 딜레마에 직면하는 과학자가 밀러 한 명뿐인 것은 아니다. 인간을 연구하는 모든 학문은 오랜 세월에 걸쳐 근본적으로 똑같은 연구 방법에 의존해왔다. 일단의 사람들을 어떤 실험적 상황에 놓이게 해 그 상황에서의 평균적 반응을 판가름한 다음 이 평균을 활용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결론을 세우는 방법에 의존해온 것은 밀러의 분야만이 아니었다. 이런 식의 과학 이론과 방법에 따라 우리 학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학생 개개인을 평균적 학생에 비교해 평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입사 지원자와 지원 개개인을 평균적 지원자와 평균적 직원에 대조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적 신체나 평균적 뇌 같은 것은 없다.



표준화된 세상

1856년에 펜실베이니아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테일러는 10대 시적에 프로이센에서 2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프로이센으로 말하자면 케틀레의 개념을 중심으로 학교와 군대를 재조직한 최초의 국가들에 들던 곳으로서 테일러가 바로 이곳에서 평균주의의 개념을 처음으로 접하고서 나중에 그 자신의 연구에 대한 철학적 토대로 삼았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테일러는 고국으로 돌아온 이후 대입 준비 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에 들어가길 바랐던 가족의 기대와는 달리 필라델피아의 펌프 제조 회사의 기계공 견습생이 됐다.


1880년대에 미국은 농업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 전환돼가는 중이었다. 새롭게 깔린 철로로 도시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급속도로 늘면서 온 동네를 지나가는 동안 영어는 단 한 마디도 듣지 못할 만한 지경인 곳들도 생기고,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1870년과 1900년 사이에 시카고 인구가 6배로 불어났다. 이런 사회적 동요에 따라 대폭적 경제 변화가 일어났는데 특히 거대한 신흥 제조업 조직, 즉 공장 내에서의 변화가 가장 컸다.


테일러는 이 흥미롭고 새로운 산업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싶어했고 이 펌프 제조사가 가족이 지인들 소유라는 사실로 인해 야심이 더욱 불타올랐다. 수습 과정을 마친 뒤에는 역시 지인 소유의 기업이던 미드베일 스틸워크에 기계공장 근로자로 들어갔고 이곳에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6년 사이에 벌써 6번째 승진을 거친 뒤에는 기업 전체를 총괄하는 수석 엔지니어로 임명됐다.


이 6년 동안 테일러는 공장 생산 시대의 새로운 문제들을 눈여겨봤다. 제2차 산업혁명 초반 수십 년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추락하는 임금, 빈번한 경제공황으로 특징지어졌다. 근로자들은 한 직장에 붙어 있는 경우가 드물었고, 공장들은 단 1년간 최소 100퍼센트에서 최대 1,500퍼센트의 이직률을 나타냈다.


당시로선 이와 같은 공장 시대의 새로운 문제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나 테일러는 수석 엔지니어에 오를 때쯤 그 진짜 근원을 알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 바로 비효율성이었다. 테일러의 생각에 따르면 이런 노동력 낭비는 전적으로 공장의 근로자 배치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즉 근로자의 배치가 서툴고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 비과학적인 탓이었다.


테일러는 평균주의의 중심 지침, 즉 개개인성의 등한시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업계의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과거에는 인간이 최우선이었다면 미래에는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테일러의 표준화 시스템

테일러는 1890년대부터 평균 방법이 오류를 최소화해준다는 가정과 같은 방식으로 비효율성을 최소화해줄 새로운 산업 조직의 비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비전이란 바로 표준화였다. 엄밀히 말하면 케틀레가 정부 관료 조직과 과학적 자료 수집 부문에서 표준화를 옹호한 최초의 과학자였으나 테일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인간의 노동력 표준화에 대한 그 자신의 착상은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의 수학 선생님 한 분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그 수학 선생님은 테일러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자주 수학 문제들을 풀어보게 시키고는 문제를 다 풀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손을 들게 했다. 이때 스톱워치를 사용해 학생들의 문제 푸는 시간을 잰 뒤에 평균적 학생이 문제를 다 풀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과제를 내줄 때 이 평균 시간을 활용해서 평균적 학생이 정확히 2시간이 걸릴 만한 과제가 되려면 몇 개의 문제를 넣어야 할지를 계산했다.


테일러는 이 수학 선생님의 숙제 표준화 방식이 산업계의 업무처리 표준화에도 활용 가능할 것임을 인식했다. 그리하여 미드베일 스틸워크에서 최초의 표준화 시도에 착수했다. 테일러에 따르면 특정 공정을 완수할 “단 하나의 최선책”이 늘 있기 마련이며 그 단 하나의 최선책은 바로 표준화된 방법이었다. 테일러에게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려는 근로자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오늘날에도 현대 기업들에서는 표준화가 테일러의 초반 제안 형식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형식으로, 즉 내가 알루미늄 판금 공장에서 직접 몸으로 겪었던 그런 형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다 2년 뒤에 대형 신용카드 회사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로 취직해 에어컨이 켜진 사무실에서 편안한 회전의자에 앉아 일하게 됐다. 근무 환경이 예전 그 공장의 일과는 사뭇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다. 이번에도 내 역할은 철저하게 테일러의 표준화 원칙에 따라 틀이 잡혀 있었다. 나는 요령이 상세히 적힌 고객 응대 매뉴얼을 받았고 지시에 따라 어떤 경우에도 이 매뉴얼을 어겨서는 안 됐다.


그 뒤로 몇 년 동안 나는 소매점, 식당, 판매점, 공장으로 일자리를 옮겨 다녔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내 일은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라는 테일러의 신념에 따라 표준화돼 있었다. 직장마다 가급적 평균치에 근접하라는 식의, 아니 다른 모든 직원과 똑같되 더 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더군다나 맡은 일에 내 개성이 고려되지 못하는 점에 슬슬 불만이 생겨 무기력감과 지루함에 빠지면서 빈둥거린다거나 책임감이 없다는 핀잔을 자주 듣게 됐다. 표준화된 시스템에서는 개개인성이 무시되며 이는 테일러가 의도했던 것이다.



교육 혁명을 위한 개개인성의 원칙

본질주의 사고 깨부수기

당신은 외향형인가, 내향형인가? 언뜻 보기엔 간단한 이 질문은 사실 심리학에서 가장 해묵고 가장 논란 분분한 논쟁거리, 즉 성격의 본질이라는 문제와 결부돼 있다. 이 논쟁의 한쪽 편에는 특성심리학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분야의 심리학자들은 우리 인간의 행동이 내향성이나 외향성 같은 명확한 성격 특성들로 규정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그 과학적 뿌리는 인간의 기질과 성격이 “우리 인간 행동의 항구적 본질이자 영속적 요소”라고 주장한 바 있던 프랜시스 골턴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또 다른 편에서는 상황심리학자들이 우리 인간의 성격은 개인적 특성보다 환경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문화와 직접적 환경이 우리의 행동 방식을 좌우한다고 믿으면서, 이를테면 폭력 영화가 사람의 공격성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20세기 동안 학계에서는 특성론자들과 상황론자들이 숱한 토론과 실험을 벌이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으나 1980년대에 이르면서 특성심리학자들이 확실한 승자로 올라섰다. 상황심리학자들은 대다수의 사람이 평균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는 있었으나 특성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반면에 특성론자들은 특정 개개인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해냈다. 적어도 평균적으로 따지면 예측률이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 훨씬 더 유용한 도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바로 성격 유형 검사였다. 오늘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성 중심의 성격 검사 종류는 연간 2,500종에 이른다.


하지만 특성론이 대세로 올라선 최대 이유라면 우리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개인적 의식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를 접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우리의 성격을 그 체계에 따라 구분하면서 선뜻 자신이 내향형인지 외향형인지,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 경정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를 일련의 특성에 따라 평가하는 검사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떤 사람의 성격에 대한 본질을 규정하고 있는 그런 특성들을 알면 그 사람의 ‘진짜’ 정체성을 꿰뚫을 수 있다는 우리의 뿌리 깊은 확신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가리켜 본질주의 사고라고 한다.


본질주의 사고는 유형화의 결과인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격 특성을 알면 그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분류해도 된다고 여긴다. 그리고 누군가가 특정 유형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 그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결론지을 수 있다고 여긴다. 본질주의 사고에 의존해 사람들을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누군가의 특성을 알면 그 사람의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혹은 심지어 (데이트 사이트들의 표현 그대로) 로맨틱 파트너로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능력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있다. 사람들 그룹의 평균적 행동의 예측이 아닌 개개인의 행동 예측에 관한 한 특성은 사실상 별 역할을 못 한다. 사실 공격성과 싸움에 휘말리기, 외향성과 파티 즐기기 등 성격 특성과 행동 사이의 상호 연관성은 0.30을 넘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 특성 중심 성격 평가와 학업 성취도, 직업 성취도, 로맨스 성공 사이의 상호 연관서 역시 낮기는 마찬가지다.


천성이란 없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성품은 뼛속 깊이 뿌리박힌 천성이라는 것이 통설로 굳어져왔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성품은 인간의 모든 행동과 다를 게 없다. 즉 맥락과 분리시킨 채로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봐야 헛소리일 뿐이다.


1920년대에 심리학자이자 정식 사제였던 휴 하트숀은 성품에 대해 대대적인 과학적 연구의 최초 사례로 꼽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는 미국 전역의 학교가 표준화되면서 학교가 성품을 가르쳐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어떤 식으로 성품을 가르쳐야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논쟁이 격화돼 있던 시기였다.


하트숀의 연구 팀은 8~16세 연령대의 공립학교 학생 8,150명과 사립학교 학생 2,7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벌였다. 연구는 이들 학생들 모두가 4가지 다른 상황(학교, 집, 파티, 운동경기)을 포함해 실험상으로 설정된 총 29가지 맥락 속에서 3가지 기만행위(거짓말, 속임수, 도둑질)가 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식으로 이뤄져, 2가지 조건하에 각 맥락을 설정했다.


하트숀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본질주의 사고의 프리즘을 통해 성실성을 바라보면서 각 학생 개개인이 도덕성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들은 도덕성에서 별 일관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트숀이 밝혀낸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연구에 참여했던 8학년 학생 두 명의 상황 맥락별 기질을 살펴보도록 하자. 두 학생은 성실성 점수에서 평균이 비슷하게 나왔다. 오른쪽 학생은 속임수를 쓸 기회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한 경우만을 제외하고 비슷한 수준의 성실성을 일관되게 나타냈다. 하트숀은 이런 학생은 정말로 드문 경우라고 강조했다. 즉 성실성이 평균적으로 똑같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맥락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이런 관점이 각 학생의 개개인성을 무시함으로써 오류를 범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현재도 부모들과 교사들은 여전히 도덕성은 개인의 특성이며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한다. 자제력이 아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핵심이라고 주장해 부모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연구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 자제력의 중요성을 옹호할 때 특히 자주 인용되는 한 연구는 우리 세대의 가장 유명한 심리학 연구라 할 만한 일명 ‘마시멜로 연구’다.


이 마시멜로 연구의 전반적인 틀을 본뜬 모방 연구들도 숱하게 이뤄졌는데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모방 버전은 3~5세 연령의 아이에게 어른이 마시멜로를 주며 선택을 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즉 아이에게 바로 마시멜로를 먹을 수도 있고 15분을 참고 기다렸다가 마시멜로를 1개 더 받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어른은 그렇게 알려준 다음 그 방에서 나간다.


이런 조사 결과는 과학, 양육, 교육의 분야에 그야말로 자제력 광풍을 일으켰다. 신경과학자들은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유혹을 견디도록 해주는 뇌의 ‘자제력’ 구조를 찾는 데 열중했고, 아동심리학자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자제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만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교육가들은 자제력 증진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양식의 인성 교육을 추진하기에 바빴다.


현재 로체스터대학교의 뇌인지학 조교수로 있는 키드는 당시에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중에 마시멜로 연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키드는 중대한 변형을 가미한 독자적인 방식의 마시멜로 연구에 착수했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상황 속에 놓이게 하고 또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신뢰하기 힘든’ 상황 속에 놓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신뢰할 만한 상황군의 아이들은 이전에 실시됐던 다른 마시멜로 연구들과 아주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몇몇 아이는 금세 유혹에 넘어갔으나 3분의 2에 가까운 아이들이 최대한도인 15분이 다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마시멜로를 1개 더 받을 수 있을 만큼 진득하게 참은 아이는 한 명뿐이었다. 자제력은 일종의 본질적 특성처럼 여겨지지만 키드가 증명했듯이 자제력 역시 맥락적인 것이다.



평균 없는 세상

평균주의를 넘어

평등한 기회와 평등한 맞춤

평균의 시대 동안 우리는 기회균등을 ‘평등한 접근권’, 즉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경험을 접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해왔다. 물론 평등한 접근권은 족벌주의, 연고주의, 인종주의, 여성 혐오, 계급주의 같은 더 구시대의 논리보다는 확실히 더 낫기는 하다.


하지만 평등한 접근권은 한 가지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 시스템이 실제로 잘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표준화된 시스템에 접하도록 함으로써 개개인의 기회를 평균적으로 최대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점이다.


평등한 접근권은 평등주의적 문제에 대한 평균주의적 해법이다. 수 세대에 걸쳐 사람들은 성, 인종, 종료, 성적 취향, 사회 경제적 계층을 이유로 차별을 당해왔다. 그동안 이런 차별에 대해 보여 온 우리의 반응은 기회균등의 정도를 평균적으로 균형 잡으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평균적인 사람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며 기회의 평등한 접근권이라는 방식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평균적인 사람 같은 것이 없다면 평균적으로 평등한 기회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평등한 맞춤만이 평등한 기회의 밑거름이 된다.


반가운 소식은 평등한 맞춤의 실행이 우리의 힘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이제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경직되고 똑같은 표준화 시스템에 순응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개개인성에 열의를 보이는 조직들을 구축할 만한 과학과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의 시대에서 개개인성의 시대로의 전환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전환이 일어나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교육에 평등한 맞춤을 도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 방법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먼저, 교재를 평균적이기보다 ‘특색 있게’ 짜야 한다. 그러니까 커리큘럼 구성이 학년이나 연령에 따라 고정돼 있기보다는 개인별 능력과 속도에 맞춰지도록 해야 한다.


또 교육적 평가가 단순히 학생들을 서로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식이 아니라 개인별 학습과 진도를 평가하는 식으로 구성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러 교육 주체들의 실험을 장려하면서 그 성공과 실패를 서로 공유해 학생 주도의 자율속도형 다경로 교육 체험을 실행시킬 만한 저비용에 확장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내서 채택할 수도 있다.


한편 평등한 맞춤의 원칙은 채용, 해고, 임금 등에 영향을 끼치는 직장 관련 사회정책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평균주의 시스템이 더없이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우리의 학교와 직장을 평균주의 시스템에 맞추는 대신 개인에 맞춰 재설계할 경우 갇혀 있던 굴레에서 풀려날 인재들을 상상해 보라. 개개인의 우수성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사회의 도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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