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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kepoints: American Power in the Age of Economic Warfare

병목의 힘: 경제 전쟁 시대의 미국 권력


Chokepoints: American Power in the Age of Economic Warfare
    | Edward Fishman
ǻ | Portfolio
    | $40.00
| 2025�� 02��


병목의 힘, 경제 전쟁의 무기
- 글로벌 공급망과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

경제 전쟁 시대의 핵심 무기: 병목
국제 정치에서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다. 그러나 단순한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 규모의 크기만으로는 패권을 설명하기 어렵다.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에드워드 피시먼(Edward Fishman)은 이를 "병목 지점(chokepoints)"이라 부른다. 병목은 단순한 공급망의 한 부분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혈류를 틀어쥐는 관문이다. 달러 결제망, 반도체 생산 장비, 에너지 수송로 등 특정 국가가 장악한 좁은 길목이 바로 그 예다.

“패권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흐름을 통제하는 권력이다(Hegemony is not just power, but the power to control flows).”

병목을 지배하는 국가는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다. 적대국의 숨통을 죌 수도, 동맹국의 결속을 강화할 수도 있으며,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즉 병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이자, 21세기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미국의 병목 전략
냉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주요 병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달러 기반 국제금융 체제와 스위프트(SWIFT) 결제망은 사실상 미국의 손아귀 안에 있었고,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와 첨단 소프트웨어 역시 미국의 영향권에 속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 전략의 결과였다.

피시먼은 러시아 제재 사례를 통해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더 나아가 첨단 반도체와 핵심 기술의 공급을 차단하며 러시아 경제를 압박했다.

“러시아는 전장을 잃기 전에 이미 회로망을 잃었다(Russia lost the circuit before it lost the battlefield).”

이는 무역 제한을 넘어, "기술·금융·인프라 병목을 활용한 전면적 경제 전쟁"이었다. 미국은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실험했고, 그것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과의 병목 경쟁
그러나 미국의 병목 지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희토류, 배터리 소재, 태양광 패널 등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병목을 창출하려 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군사 장비에 필수적이며, 중국은 이 공급망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는 단순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는 항만, 철도, 송유관 등 전략적 거점을 확보해 "자신만의 글로벌 병목을 구축하는 시도"다.

“중국은 새로운 길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병목을 만드는 것이다(China is not just building new routes, it is creating new chokepoints).”

따라서 미중 경쟁은 단순한 관세 전쟁이나 무역 갈등이 아니라, "누가 세계의 혈류를 통제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장기적 패권 다툼이다.

병목의 그늘: 취약성과 불평등
병목은 강력한 힘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을 낳는다. 특정 지점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작은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붕괴로 자동차 산업이 멈춰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나의 병목은 전 세계 경제의 심장을 멈출 수 있다(A single chokepoint can stop the heart of the global economy).”

병목 지점의 불평등한 분포는 개발도상국을 구조적 종속 상태로 만든다. 원자재 수출국은 자원을 보유하고도 이를 가공·운송할 병목을 쥐지 못해 부가가치를 잃는다. 반면, 병목을 장악한 국가는 세계 시장의 룰을 바꿀 힘을 얻는다. 결국 병목은 권력과 불평등의 교차점이 된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병목 사이에 낀 전형적인 국가다. 반도체 생산에서는 세계적 강점을 가졌지만, 원자재·장비·소프트웨어는 해외에 크게 의존한다. 이 때문에 병목을 쥔 국가들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와 중국의 공급망 압박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은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삼성전자와 TSMC가 글로벌 반도체 병목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은 기회이자 부담이다.

따라서 한국은 단순한 생산 기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목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반도체 장비, 배터리 원천 기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같은 분야에서 자립적 병목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에 끊임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래의 병목 전쟁
앞으로의 패권 경쟁은 병목을 둘러싼 "전면전"이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가,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할 것이다. 정보의 흐름을 누가 통제하는지가 곧 패권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피시먼은 경고한다.

“미래의 전쟁은 땅 위에서만이 아니라, 병목 위에서 벌어질 것이다(The wars of the future will be fought not just on land, but over chokepoints).”

이 경고는 단순한 학자의 추측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은 병목을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경제 전쟁에서 "생존과 번영을 동시에 보장하는 길"이다.